이제 형민이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다. 아직 네 돌이 안 지난 다섯 살 형민군,
의젓하게 굴 때는 언제 이렇게 컸나 대견하기도 하면서도
별 일 아닌 일로 엉엉 울 때는 아직도 아가구나 싶다.
놀이터에서 놀 때 미끄럼틀 기둥을 끌어 안고 있는 친구를 보면
"친구야, 그러면 옷이 더러분해 지잖아." 하고 잔소리를 하면서
자기는 온 몸으로 바닥을 기어 올라가기도 하고
여섯 살 형아가 자기는 여섯 살 형아라고 하니까
"엄마, 나도 다섯 살 큰 형아지? 나는 파워 레인저도 잘하고 점프도 잘하잖아."
그래도 여섯살 형아가 더 큰 형아라고 하면 못 미더워 하는 다섯 살 어린이.
친구랑 말다툼 하다가 어깨를 한 대 얻어 맞고 왕왕 우는데
이 친구가 미안하다는 말은 안 하고 운다고 놀리니까 얼른 울음을 그치고 나를 바라본다.
"친구야, 때리면 안돼. 아프잖아." 하라고 했더니
똑같이 말하면서 애써 씩씩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이제 조금씩 세상을 알아가는 다섯 살 어린이.
» 집에서 경운기 타는 형민군.
그래도 이런 말 할 때는 아직 아가구나 싶다.
밤에 자려고 누워서 엄마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형민군.
형민: 엄마, 호랑이랑 사자는 헷갈리게 생겼어.
엄마: (아이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나?) 그래? 그럼 줄무늬 있는 게 뭐야?
형민: 줄무늬 있는 건 얼룩말이지.
엄마: 그렇지. 얼룩말이지. 엄마가 몰랐네. ㅜ.ㅜ
.
.
어제 어린이집에서 만든 카네이션을 손에 들고 버스에서 내린 형민군.
드디어 카네이션을 받아보는구나 하는 생각에 설레서
형민아, 이거 누구 주는거야? 하고 물었다.
형민군 " 아니, 이거 내거야. 뒤에 내 이름 써 있잖아."
ㅜ.ㅜ
카네이션이 뭔지 몰라도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