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8개월부터 특정 사물에 애착
손가락 빠는 버릇, 5살까진 괜찮아
부모 죄책감·과민반응 ‘잘못된 처방’

1a398b83f63e9d764bc7515a2aa906a4. » 안절부절 아이버릇 더 안아주세요

 


“사랑아~ 입술 좀 그만 빨아라~예쁜 입술!”

 회사원 김상희(34)씨는 요즘 딸 사랑이(21개월)가 자꾸 아랫입술을 쪽쪽 빨아 걱정이다. 딸은 자면서도 젖을 빠는 것처럼 아랫입술을 맛있게 빤다. 딸의 아래턱을 잡아당겨도 보고, 딸이 좋아하는 과자를 주면서 입술을 덜 빨도록 유도도 해보지만,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직장을 다니느라 보모를 쓰는 김씨는 혹시 아이가 엄마랑 떨어져 지내 정서 불안이나 애정 결핍을 느끼는 것은 아닌가 싶어 죄책감이 든다. 최근 동료로부터 아이가 입술을 빨면 나중에 교정치료를 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듣고 나니 걱정이 쌓인다.

입술을 빠는 행위 말고도 부모들이 보기엔 ‘이상한’ 행동들이 많다. 손가락 쪽쪽 빨기, 자기가 덮는 이불이나 곰돌이 인형 같은 특정 물건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머리카락을 만지거나 꼬는 행위, 몸 이리저리 흔들기, 귀 만지기 등이 그것이다.

이런 행동들이 나타나면 상당수 부모들은 놀라서 어떻게든 이런 행동들을 제지하려 한다. 윽박지르거나 혼내기도 한다. 손가락을 빠는 것이 걱정돼 밴드를 붙이거나 마이신같이 쓴 것을 발라 손가락을 빨지 못하게 만든다. “곰인형 대신 다른 것 사줄게, 맛있는 것 사줄게” 하며 아이와 협상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부모의 행동이 오히려 아이를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이들의 이런 행동은 성장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과정인데, 부모의 잘못된 대응으로 아이를 주눅 들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재원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이런 행동들을 할 때 아이를 야단치면 당장은 눈앞에서 그 행동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선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이런 행동들을 하는 이유는 생후 8~9개월이 넘어가면 자신이 엄마라는 존재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엄마가 아니라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물건에 집착하거나 특정 행동들을 하게 된다. 이런 대상들을 학문적으로는 ‘과도기 대상’ ‘전이 대상’이라고 부른다.

이런 행동들은 주로 잠이 들기 전, 배가 고플 때, 스트레스가 커질 때, 부모와 떨어져야 할 때, 낯선 환경에 있게 될 때, 심심하거나 무료한 느낌이 들 때 늘어난다. 유한익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대부분 4~5살이 지나면 이런 행동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며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는 과정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달래기 위한 아이만의 방법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의 이런 행동은 애정 결핍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불안을 달래는 능력이 생기기 위한 중간 단계에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부모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이런 행동들을 보일 때 아이와의 상호작용을 더 늘리라고 주문한다.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의사는 “아이를 더 많이 껴안고, 아이와 더 눈 맞추고, 같이 소리 맞춰 노래 부르고 따뜻한 신체 접촉을 하면, 아이는 과도기 과정을 자신감을 가지고 지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치아나 턱 발달에 대한 걱정도 4~6살 이전까지는 지나치게 할 필요 없다. 송제선 연세대 치대 교수는 “손가락 빠는 습관이 6세 전까지는 치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 6살이 넘도록 손가락 빠는 습관이 지속되면 치열의 변화가 자연적으로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심하면 위 앞니가 앞으로 튀어나올 수 있으니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6살 이후에 손가락 빨기가 지속되고 자주 보인다면 심리적 이상은 없는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엄마의 잔소리가 너무 지나치지 않은지, 놀이가 부족해 신체 활동에 대한 욕구불만은 없는지, 아이의 수준에 맞지 않는 요구를 계속하는 것은 없는지 점검해보자. 부모 자신이 다른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 부모의 불안한 마음이 아이에게 전달되고 있지는 않은지도 확인해야 한다.

손가락 빨기 등은 4살 이하에서는 자기만족을 얻으려는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아이가 자신을 위로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위축되고 자신감 없는 아이, 불안한 아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입술 빨기 등이 5~6살 이후에도 장기간 지속되거나, 불안, 짜증, 이유 없이 우는 것, 힘든 것을 못 견디는 것 등 정서적 어려움을 동반하면서 6개월 이상 계속되면 전문가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도움말: 김재원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유한익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의사, 송제선 연세대 치대 소아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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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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