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부모 1기 마지막 책 (벌써...ㅜ.ㅜ)
아이의 공부 두뇌.
책을 읽으면서 다섯 살 제 아이보다는 제가 만나는 다른 초등학생 아이들이 많이 생각 났습니다.
작년 1월부터 집 근처 사회 복지관에 있는 지역 아동센터에 학습 지도 자원봉사를 하고 있거든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올 시간까지만 하느라고 주로 저학년 친구들과 많이 지내는데
숙제도 봐주고 문제집 풀 시간에는 모르는 것 가르쳐 주고 합니다.
이곳 아동센터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부족한 아이들을 우선으로 받고 있어서
엄마 아빠 맞벌이가 많고 대다수 아이들은 특별히 다른 학원을 다니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문제집을 풀거나 숙제 할 때 집중을 못하고 하기 싫어하는 것이
공부 습관이 들지 않아서라고 생각했습니다.
부모가 아이 공부에 관심을 쏟을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걸거라고 단정짓고
여기서라도 열심히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 수록 그런 생각들이 제 편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이들은 모두 놀기를 더 좋아하지 않나요? 숙제 하기 싫어한다고 해서, 문제집 풀 때
집중하지 못한다고 해서 섣불리 집안 환경탓이라고 생각했던 제가 점점 부끄러워지고 있습니다.
실내에서 노는 시간이 많은 겨울에는 아이들이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반면
여름이 다가오면서 밖에 나가 노는 시간이 길어지니
아이들이 둥글둥글 잘 웃고 공부에 집중도 더 잘하더군요.
1,2학년 아이들에게도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을 시간보다는
놀이 시간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닫고 보니
앞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 지 분명해 집니다.
작년 1학년들은 모두 비슷한 실력에 그다지 까다로운 친구들은 없었는데
올해 1학년 아이 중에 좀 눈에 밟히는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받아쓰기를 10점을 받아 오면서도 헤헤 웃고 혼자 앉아서는 숙제나 문제집 풀이를
절대 못하는 친구입니다. 아동센터에서 시키는 공부가 하루에 문제집 한 장 풀기인데
이제 다른 1학년 친구들은 적응을 해서 혼자 알아서 척척 하는 반면
이 친구는 유난히 힘들어하더라구요.
제가 가는 날은 이 친구를 전담해서 받아쓰기 숙제를 시키고 문제집 풀이를 반 장 정도 합니다.
착하고 귀여운 이 친구는 제가 보기에 아직 한글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혼자 하기가 넘 힘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손 잡고 글씨 쓰기도 하고
문제집 풀이 말고 재미있는 책 읽기도 하고 한답니다. 공부 두뇌 책에 있는 1학년 내용을
참조하면서 공부하기 전에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게임 같은 걸 해볼까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1학년 받아쓰기 너무 어려워요. 아직 1학년 1학기인데 "나란히 앉았어요"
"앙감질로 깡충깡충" "깔깔대며 배틀배틀 쓰러집니다" 뭐 이런 문장들이 나옵니다.
학교에서 그런 것들을 배운다는 이야기인데, 미리 한글 공부 충분히 하고 온 아이들은 몰라도
이렇게 아직 한글 읽기가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문장들입니다.
읽을 수는 있어도 뜻을 잘 모르는 말들도 많구요.
그리고 숙제가 받아쓰기 틀린 것 세 번씩 써오기예요.
10점 맞은 이 친구, 숙제 시작 하기도 전에 하기 싫어 합니다.
이 친구의 한글 실력이 좀 나아지면 괜찮을까요? 너무 빨리, 너무 어렵게 나가는 학교 진도에
맞춰 나가기엔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아이의 공부 두뇌. 이 책은 사실 엄마가 아이를 잘 관찰하면서
아이에 맞게 공부시키는 법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저로서는 이런 아이들을 위해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게 된 좋은 책이었습니다.
근데 글을 쓰고 보니 독후감이라기 보다는 그냥 사는 이야기 같네요.
하지만 내 아이와 같은 시대를 살아갈 우리의 아이들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여기서 만난 분들 모두 아이들과 함께 건강하고 즐거운 여름 보내세요~
저는 가끔 형민군 얘기와 함께 사는 이야기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