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낳고 나서부터 부쩍 관심이 많아진 정치, 역사책을 보면서도 결국에는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게다가 첫째가 입학을 하고 보니 학교 교육이 나와는 뗄 수 없는 관계가 되 버렸다. 그래서일까 ‘학교’ 관련 육아서를 집어 들면 이 책엔 뭔가 묘안이 있지 않을까 해서 ‘조금 더, 조금 더’ 하면서 끝까지 읽고 나서야 책을 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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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책의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로 인해 미래를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가열찬 고민이 뒤따른다, 실행을 위한 해결 방안은 함께할 동지를 모으는 것부터.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같은 생각을 하는 우리가 ‘동인’이 되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교육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나도 기꺼이 동참하고 싶다. 어떻게 동참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다.

 

요즘 세계 교육계의 화두가 ‘지역 공동체에서 함께 가르치는 교육’과 ‘혼합 연령 교육’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이미 이 둘을 아우르는 교육을 100년 전까지만 해도 자연스럽게 해왔었다. 일제 강점기 하에 탄압을 받는 가운데서도 서당이 이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최근 품앗이 교육이라 하여 함께 가르치는 교육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과천 품앗이, 은평 품앗이, 서울e품앗이 등 돌봄, 학습, 가사 등을 품앗이를 통해 함께 하려는 노력들이 보인다. 이 현장에 직접 발을 담아 본 적이 없는 3자로서 피부에 와 닿지는 않지만 이런 시도들이 있기에 나도 함께 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풍성한 결실을 맺으려면 갈 길이 멀지만 누군가는 씨앗을 뿌릴 밭을 일구기 위해 돌을 치우고 덤불을 걷어 내야 한다. 말만 이렇게 하고 가만히 있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다. 생각으로만 머물지 않게 움직여야 한다.

 

혼합 연령 교육이라고 하니 우선 떠오르는 게 있었다. 첫째 아이를 보면 놀이터에서 비슷한 연령대 아이들과 금방 친해져서 잘 논다. 둘째는 누나를 따라 같이 논다. 한번은 놀이터에서 첫째가 하는 걸 어린 아이들이 재밌다며 따라 해서 그 동생들을 자신이 데리고 함께 놀았다는 큰아이의 일기를 본적이 있다-아이가 보여주었다-. 동갑 친구와 노는 것도 좋지만 비슷한 또래와 두루 어울릴 수 있는 교육,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열하일기를 쓴 연암 박지원은 한 에세이에서 “벗이란 ‘제2의 나’다. 벗이 없다면 대체 누구와 더불어 보는 것을 함께 하며, 누구와 더불어 듣는 것을 함께 하며, 입이 있더라도 누구와 함께 맛보는 것을 같이 하며, 누구와 더불어 냄새 맡는 것을 함께 하며, 장차 누구와 더불어 지혜와 깨달음을 나눌 수 있겠는가? 아내는 잃어도 다시 구할 수 있지만 친구는 한 번 잃으면 결코 다시 구할 수 없는 법, 그것은 존재의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절대적 비극인 까닭이다.”라고 했다(『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고미숙 지음, 65쪽). 소위 연암 그룹에 속해 있는 인물들을 보면 홍대용(1731~1783)과 정철조(1730~1781), 유금(1741~1788), 이서구(1754~1825), 서얼인 박제가(1750~1805)와 이덕무(1741~1793), 유득공(1748~1807), 서자 출신의 무인 백동수(1743~1816)와 화가이자 감식가인 서상수(1735~1793)가 있다. 이들은 시문과 편지글을 짓고 술과 풍류로 밤을 지새우면서 한편에선 명상을 한쪽에선 세상의 이치를 논하는 모임을 이어갔다고 한다. 이들은 같은 정조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로 나이도 들쑥날쑥, 하는 일도 조금씩 다르지만 벗으로 지냈다. 이런 벗을 옆에 두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연암 박지원이 부럽다. ‘더불어 지혜와 깨달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라, 이 얼마나 멋진가!  또 한사람이 떠오른다. 아인슈타인. 그도 몇 몇 친구들과 물리학이나 철학에 관한 책을 읽고 서로 토론하는 모임을 계속 이어갔고, 물리학에 대한 토론을 벌였던 절친 미헬레 베소(Michele Besso)와 산책하던 날 아인슈타인에게 뭔가 깨달음이 왔으며 그해 1905년 무려 25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한다. 바로 1905년은 물리학에서 ‘경이의 해’가 되었다. 어찌 연암과 아인슈타인뿐 이겠는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혼자란 있을 수 없다. 아이들이 또래와 함께 어울리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공간을 어른들이 나서서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그에 앞서 이런 뜻을 가진 어른들이 먼저 만나야 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멋지다. 또 하나의 연암 그룹이 어딘가에서 만들어진다니!

 

‘우리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지구촌의 일곱 부모 이야기로 시작한다. 최상의 시스템을 자랑하는 사립학교, 홈스쿨링, 타이거맘, 유학, 대안학교 등 지금 나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교육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한국의 엄마들 못지않게 세계 다른 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뜨거운 대열에서 난 왠지 한 발 비켜선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가 천편일률적인 사회가 아니란 사실에 오히려 안도감을 느꼈다.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자세에서 정답찾기가 아니라 오답 제거하기! 오호,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 싶었다. 헬리콥터형 부모, 가라오케형 부모, 화산형 부모, 시종형 부모, 코만도형 부모라...... 참, 이름도 잘 붙여놓았다. 게 중에 들어본 거라고는 헬리콥터형 부모뿐이었다. 새로 알게 된 유니콘맘, 캥거루대디. 앞에 나온 다섯 유형보다는 확실히 맘에 들었다. 난 어떤 엄마일까? 생생육아에서 신순화님의 글 《'놀아주기‘가 아니라 ’그냥 함께 지내기‘》에서처럼 나도 아이들이 내 삶에서 함께 지내기를 바란다. 이렇게 글을 쓰는 동안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놀게 내버려두게 되니. 이런 엄마는 뭐라고 이름을 붙여보면 좋을까? 냅둬요맘? letitbemom? 혹시 방임맘? 오, 그건 아닌데.

 

책 88쪽에 나오는 혀말기의 유전자 법칙은 현재 8차 교육 과정에서도 생물Ⅰ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혀말기는 단일 인자 유전으로 우성이면 U자로 혀말기가 가능하고 열성이면 불가능하다고. 헌데 1940년에 이 이론을 제시했던 스터트반트 박사가 1965년 발표한 글에는 혀말기가 유전법칙의 증거로 인용되는데 당황스럽다고 밝혔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학생들에게 유전 부분을 가르칠 때면 가장 와 닿을 만한 예가 혀말기다. 학생들에게 혀말기를 시켜보면 안 되는 학생들이 있고 열성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가르치지만 혀말기가 안 되는 학생들 중 일부는 혀 가운데를 눌러가면서 자신은 왜 혀말기가 안되냐며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는 걸 안다. 그런데 이런 뒷얘기도 있었다니. 생물을 전공하고 학생들에게 직접 가르쳤던 나로서는 이 책의 다른 어떤 내용보다 이 부분이 충격이었다. 교과서를 지필하는 분들은 이 글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란 생각도 들고 과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과학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지 나부터 돌아보게 되었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삐삐로 서로 안부를 묻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삐삐에서 지금의 스마트폰까지, 20년이 채 안 되는 시간동안 우리 주변의 생활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최첨단 기술의 기초가 되는 과학을 가르치는 교과서는 이를 제대로 반영해나가는지 의문이 든다. 역사교과서도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새로운 내용을 넣고 수정하고 있는데 오히려 과학 교과서가 새로운 변화를 제 때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지금처럼 쏟아지는 정보의 세상에 단편 지식은 점점 큰 의미가 없어질 것이고 빠르게 축적되는 지식을 어떻게 연결하고 발전시켜갈 것인가에 집중하고 새로운 교육의 흐름에 부모도 학생도 모두 배우는 자세가 당연히 요구되는 세상이 온 것이다.

 

모차르트 음악을 아이에게 들려주면 아이큐가 좋아진다는 이야기는 첫째를 가졌던 쯤에 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막상 모차르트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이 내키지 않아 그냥 좋아하고 듣고 싶었던 민중가요를 들었었다. 모차르트 음악을 듣고 높아진 아이큐를 유지하는 시간이 겨우 20분이었다든가, 그저 듣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 등이 밝혀졌다 하니 그 때 나의 선택이 현명했다고 해야 하나, 귀차니즘이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인지 갸우뚱해본다. 다재다능한 전인 교육에 대한 페넬로페 트렁크의 주장도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21세기의 성공은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란 말을 접할 때는 생생육아에서 ‘최형주의 젖이야기’가 떠올랐다. 누가 이렇게 모유수유를 그림으로 표현할 생각을 했겠는가, 내 아이에게 건강한 모유를 준다는 틀을 뛰어넘어 그림과 짧은 글로 모유수유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린 최형주님 이야말로 딱 여기에 속하지 않을까하고.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만드는 프로젝트를 기반 교육으로 하는 텍사스의 뉴테크놀로지 고등학교를 여러 교육 전문가들이 미래형 공교육 모델로 주목한다니 이런 사례들이 많이 등장하여 퍼져나가길 바란다. 명 강의를 전 세계에 공짜로 전달하기 시작한 무크가 가르치고 배우고 직업을 찾는 모든 방법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 동안 익숙해져 있는 공부 방법에 머물러 새로운 방법을 접해보려고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영어가 세계 공통어라는 것을 제대로 실감하겠구나. 이런 생각들이 스쳐가면서 모든 뇌가 나에게 묻는 여섯 가지 질문이 여기서 바로 적용되었다. “무크가 1. 나한테 해가 될까?(Will it eat me?) 2. 내가 해치울 수 있을까? (Can I eat it?) 3. 나랑 어울릴까? (Can I eat it?) 4 나를 거부하지 않을까?(Will it mate with me?) 5. 전에 본 적이 있던가?(Have I seen it before?) 6. 전에 본 적이 없던가?(Have I never seen it before?)”라고. 지시하지 않는 지식의 셰익스피어 스타일과 ‘눈치’라는 개념의 새로운 발견은 이 책에서 건져낸 기억하고픈 지식이다.

 

1년 전부터 써보겠다고 마음만 먹고 있었던 게 있는데 기사 쓰기이다. 시민기자로 신청만 해놓고 아직 첫 기사도 쓰지 못했다. 이번에 이 책을 읽고 가장 큰 수확 중의 하나가 어떤 주제로 기사를 쓸까, 주제가 하나 잡혔다는 것인데 내 생애 첫 기사를 쓴다는 데 쉽게 손이 움직여주지 않는다. 첫 기사이니 잘 써 봐야지란 생각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써야지 글이 쓰일 것 같다. 끝으로 저자가 마지막에 한 질문을 정리해봤다. 

"앞으로의 세상은 세속의 잣대가 아닌 자기만의 방법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잔잔한 공명을 일으킬 수 있는 아이들로 가득하게 만드는 교육이어야 한다. 교육 정책가만의 몫이 아닌 부모와 시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아이들에게 그들이 누릴 '멋진 신세계'를 열어주는 데 함께 걸어가주시겠습니까?"

응답하라! 2013년 현재를 살아가는 어른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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