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오늘도 다시 식구들 모두 잠 든 밤에 컴퓨터 앞에 앉아 오래된 책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이 코너 덕분에 오랫동안 서가에서 잠자던 책들을 다시 꺼내  보게 되었어요.

새삼 그리운 친구를 만난것처럼 얼마나 반갑고 뭉클하던지요.

젊은 시절 밑줄을 그어 놓았던 대목들을 다시 눈으로 따라 읽어가노라니 그때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다 알것 같습니다.

 

자 나머지 세 권 올립니다.

 

8. 혼불 - 최명희

2002년 6월에 결혼하기 전 몇 달을 대하소설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뭐랄까... 결혼전에

꼭 다 읽어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달까요.... 조정래의 '한강'과, 박경리의 '토지', 그리고

최명희의 '혼불'을 차례로 읽었습니다. 모두 대단한 작품들이었고 그 감동과 배움도 컸지만

그중에서도 '혼불'은 읽는 내내 감탄하며 마음을 여몄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이 책은 1930년대 말, 전라도의 한 유서 깊은 문중에서 무너지는 종가를 지키며 치열하게

살아내는 종부 3대를 중심으로 그 시절 백성들의 삶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선택한

젊은 연인들의 이야기를 큰 축으로 하고 있습니다.

줄거리 자체도 긴장감과 극적인 전개가 뛰어나지만 글 마디마디 문맥마다 베어 있는

우리네 삶의 섬세한 묘사는 정말 탁월해서 마치 한 시대를 그대로 실로 수 놓은 듯한

느낌마저 들게 됩니다.얼마나 깊은 노력과 정성으로 이루어진 글들인지, 그 묘사가 얼마나

깊고 풍부하고 또 상세한지 이 책 한 편으로 우리 삶을 이루어온 모든 전통 문화를

한번에 만나는 기분이 듭니다. 다시 봐도 아름답고 깊고 놀라운 책입니다.

 

9. 예언자 - 칼릴 지브란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가졌을때 태교에 정성을 들이자고 결심한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이 책을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밤마다 나직한 스탠드 불빛아래 거실에 혼자 앉아 뱃속의 아이에게 이 책의 구절들을

읽어 주었습니다. 한 소절 읽고 내 느낌과 생각을 들려주며 열달을 보냈습니다.

돌이켜보면 참 충만하고 아름다운 기억입니다.

 

- 그대들은 활, 그대들의 아이들은 마치 살아 있는 화살처럼

그대들로부터 앞으로 쏘아져 나아간다.

그리하여 사수이신 신은 무한의 길 위에 한 표적을 겨누고

그분의 온 힘으로 그대들을 구부리는 것이다. 그분의 화살이 보다 빨리, 보다 멀리 날아가도록.

그대들 사수이신 신의 손길로 구부러짐을 기뻐하라.

그분은 날아가는 화살을 사랑하시는 만큼, 또한 흔들리지 않는 활도 사랑하시므로..-

 

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글들을 읽으면서 좋은 엄마,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꿈을 꾸었습니다.

지금도 신은 온 힘을 다 하여 나를 구부리는 것일 뿐인데 여전히 어리석은 저는

그 힘겨움을 자주 불평하고 탓을 하지요. 다만 화살인 내 아이들을 더 곧게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일 뿐인데도요.

 

10.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 헬렌 니어링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 부부의 삶은 그 자체가 아름다운 조화이며 정성스런 노력

그리고 깊은 사색과 희망이었습니다.

미국 산업주의 체제와 그 문화의 야만성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니어링 부부의 삶은

소비로부터 벗어나 자급자족하는 일상을 통해 건강하고 자유로운 노동과 사고만이

우리 삶을 징정으로 만족스럽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스콧 니어링의 100세 생일날 그를 아는 이웃 사람이 보낸 깃발 하나에는

'스콧 니어링이 백 년 동안 살아서 이 세상이 더 좋아졌다' 고 쓰여 있었습니다.

이 대목을 읽고 감히 내 삶도 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들게 하는 그런 삶이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존재다운 삶을 살고, 살아온 모습 그대로 평온한 죽음을 맞이했던 모든 과정을

이 책을 통해 만나면서 죽음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큰 깨달음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비롯한 여러 책들과, '정신세게사'에서

출간된 많은 책들이 제 젊은 날들을 지켜주었음을 고백합니다. 안도현과 기형도, 장석주, 황동규

같은 수많은 시인들의 시들과 빨간 머리 앤과 말괄량이 삐삐와 박노자와, '장 그르니에'가 쓴

엣세이 집 '섬'과 인간의 위대함을 놀라운 사례들로 전하고 있는 '올리버 색스'의 책들과

깊은 정신세계의 무한한 영토로 이끌어준 '칼 융'의 책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어린시절 아빠가 청계천에서 사다 주셨던 금성 출판사에서 나왔던 세계명작전집의

그 아름다운 삽화들은 어른인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다시 이 책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엄마가 된 후에는 아이들과 주옥같은 그림책들을 매일 함께 만나는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이 코너가 끝없이 이어진다면 참 좋겠습니다. 기자분들과 필자들을 포함해서 베이비트리

독자들에게 계속 이어지기를 희망하며 제 다음으로는  '최형주'님께 바톤을 넘기겠습니다.

받아주실꺼죠? ㅎㅎ

아름답고 간결한 그림과 글로 육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시는 형주님의 책장이

정말 궁금하네요. ㅎㅎ

 

2014.10.14 ve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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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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