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49개월. 태어나면서 여러가지 육아책들을 집어들었다가 끝까지 읽은 책이 없어요.
책 속에서 “ ~해야한다…”류의 조언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향의 엄마였던 거죠.
이번 책을 받아들고 동네방네 자랑도 해가면서 단숨에 읽어내려갔습니다. 제가 느낀 주제는 “엄마가 먼저 행복해야한다.” 였어요.
사실 왠지 허망했습니다. 신랑에게 책을 다 읽었는데 왠지 내게 주는 메세지가 없어보인다고 투덜댔습니다.
“ 난 지금 행복한데? 나도 다 아는 주제잖아..” 가볍게 넘어갔습니다.
근데 우연히도 그날 저녁 아이와 신랑이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어요.
제 카카오톡 스토리의 일부에요.
첫 여름방학을 보낸 신랑. 어젯밤 아이와 방학 마무리 대화라는 것을 한다. .
신랑. 별아 이제 내일 유치원가네. . 방학때 모가 제일 좋았어?
별. 음 파도타기!!(오션월드) 그리고 에버랜드!
신랑. 그래 그럼 모가 좀 안 좋았어?
별. 음. . 엄마가 짜증낸 거. . .
신랑. 그럼, 이제 유치원가니 모가 젤 하고싶어?
별. 책 읽고싶어. . 아빠. .
신랑. 그래. . 별이 책 빌려오는 거 유치원서 한개씩 있지? 이제 내일부터 책 많이 읽자. . 다음 방학엔 모가 제일 하고싶어?
별. 파도타기!!!
대화 이후 신랑과 별이 내가 요즘 짜증이 늘고 있다고 합의. 앞으로 내가 "버럭"하면 두손으로 X를 해서 알려주기로. 그리고 나도 바로 X를 만들어서 합체하기로. . . (놀이가 안되면 안하게되는걸 알고있기에. 모든 신나야 한다. . 나도. 애도. ).
근데 대화 도중 생각보다 아이가 바로 바로 X를 만든다. . 헉. . . 바쁘다 바뻐. .
순간 앗차 싶었어요.
하루 중 가장 행복하다고 여기는 아이와의 시간에 난 웃고있지 않고 “짜증”이란걸 부쩍 표현하고 있었던 거죠. 엄마도 사람이니 늘 행복한 모습만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짜증”을 낸다는 것은 “짜증”을 받는 입장에선 얼마나 힘든지 , 특히 가까운 관계에서 짜증을 내면 얼마나 힘이 든지 저도 온몸으로 뼈저리게 느끼며 살아오던 터라 아이에게 서운하면서도, 사실 찬물을 끼얹은 듯 정신이 들더라구요.
길에서 엄마들이 아이에게 소리지르고 짜증내고 하는 걸 보면 마음이 안좋아서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경찰서에 신고를 했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사실 여러번 했습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제 맘에도 "짜증내는 나"가 있었기에 생전 처음 보는 그 엄마들의 그 모습들을 가볍게 넘길 수 없었던 거로구나 라는 제 이해가 되네요.
아이 덕에 “난 행복한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 퇴근하면 "고마워, 내 아이가 되어줘서" 아이에게 이야기해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