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니까

자유글 조회수 4056 추천수 0 2014.09.22 05:31:30

마당을 쓸면 한 소쿠리는 모을 수 있겠다. 저 볕들. 깊은데 가볍고 따가우면서 평화로운 저 볕들. 마당이 온통 볕에서 나는 바스락 바스락 소리로 가득한 아침. 가을이다. 가을이고 가을인데 어쨌거나 가을이니만큼,

 

봄에는 고추꽃조차 피지 않도록 가물었다가 참깨를 수확하려니 가을장마여서 하늘의 심술도 참 어지간하다 싶던 날씨와

 

양파 6만톤이 남아 양파밭을 갈아 엎었는데 그 6만톤이 꼭 수입물량이라지, 제기랄 욕도 아까운 농정과

 

농민들이 호구냐, 농민들을 상대하지 말고 천만이나 된다는 저 서울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란 말이다, 말해봤자 입만 아픈 농협과

 

심기는 또 어찌어찌 심었는데 거둘 일을 생각하니 온 삭신이 미리 아픈 나의 게으름과

 

마흔이 넘었는데도 밥벌이에 무지한 나의 어리석음과

 

그립다 그립다 노래를 불러도 꿩 궈 먹은 소식인 당신과도

 

화해해야겠다. 가을이니까.

 

- 농부 통신 41

 

농부통신 4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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