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출근 하는 남편을 배웅하고,
개똥이에게 오늘의 계획을 공유할 때만 해도 어떤 일을 겪게 될지 몰랐습니다.
계획은 간단했습니다.
명륜동 언저리에 잠깐 들렀다가, 과학관을 거쳐 창경궁 산책하기.
씻고 나가자는데
녀석이 성남시청 노천극장 영화상영 포스터를 들이밀며 “겨울왕국”을 보고 싶다기에,
구입한 VOD의 기한이 만료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한 후 IPTV를 켰고,
1년의 시청기간이 만료된 “겨울왕국”대신 “비행기”를 봤습니다.
드디어 씻고 집을 나서는데, 배가 고프답니다. 시간은
벌써 11시.
빵집에 들러 우유와 샌드위치를 먹고, 광역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니 화장실에 들러야겠지?
녀석은 많은 시간을 할애 하여 볼일을 오래 오래 봤습니다.
한참 만에 도착한 버스는 토요일 오후답게 엄청나게 밀렸고, 드디어 명동 하차.
4호선 명동역에서 전철을 타려는 순간.
출입문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들이 입을 모아 말을 합니다. “아이… 신발이…!!!”
개똥이 손은 잡았으나 정면만 보고 있다가 그제서야 개똥이를 돌아 봤습니다.
승강장과 전철 사이에 다리가 빠졌다가 올라 왔는데, 한쪽 신발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아이를 안고 전철에서 급히 내리고 보니, 아이의 안전에 대한 걱정 보다는
난감함에 화가 먼저 났습니다.
생각 해 보면 손을 잡고 있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던지요.
개똥이를 의자에 앉혀 두고 안내문을 찾아 전화를 걸었습니다.
고압전류가 흐르므로 운행 중에는 신발을 찾을 수가 없다는 역무원의 안내.
분실한 위치와 연락처를 남겨 놓으면, 운행 종료 후 찾아서 알려줄 테니 찾아 가라는.
신발 전문 마트를 검색 해 보니, 다행히 목적지인 혜화역 출구 바로 앞에 있었습니다.
6세된 개똥이를 안고 걷는데, 악소리가 절로
났습니다.
녀석도 나름 미안한지 자꾸 부끄러워 했지만,
신발가게로 들어 선 후 거침 없이 신발을 골랐습니다. 살짝 신바람 까지~
과학관에도 간신히 3시 50분에 입장하여, 로보트 쇼(?)의 마지막 4시
공연을 수 있었는데,
마침 과학의 날이라 무료 입장.
5시 30분 폐관에 쫓기다시피 나올 때 까지
쉬지 않고 과학관 구석구석을 돌아 다녔습니다.
당연히 창경궁은 패쓰~
자, 이제 퇴근하는 남편과 합류하기 위해 삼각지 언저리로 이동해야할 시간.
"개똥아, 우리 버스 탈까? 전철 탈까?" "전철요!!!"
다행히도 녀석의 전철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정말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넌 기분이 드는 하루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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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륜동에서 볼일을 보고 과학관으로 가는 길 가게 앞에서 사진 촬영을 요구한 개똥이.
남편 왈
: “입 모양을 보니 새가 되고 싶었나 보다”
- 과학관의 꽃, 로봇들의 댄스.
- <책 읽는 부모 5기> 두번째 책이 도착했습니다. 덤으로 개똥이를 위한 책도 같이 왔는데요.
일부러 개똥이를 위해 골라 보내 주신 것 같아요.
- 짝 잃은 스파이더맨과 대조되는 반짝 반짝 빛나는 아이언맨.
아이랑 다닐 때는 잠시도 한눈을 팔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허리의 통증과 함께) 새삼 다시 깨달은
강모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