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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학교 옥상 햇빛발전소 가보니]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태양광 등 대안에너지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는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으로 햇빛발전소를 짓고 있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교 옥상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태양광 시설이 있는 학교의 현실을 살펴봤다.

“태양 에너지를 모아서 전기를 만들어 쓰니까 전기를 아낄 수 있고 원전 사용을 줄일 수 있잖아요.”
서울 노원구 상원초등학교 6학년 송진원군은 학교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에 대해 조심스럽게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 학교에 다니는 박소현(2학년)양의 어머니 윤희경씨는 학교에 햇빛발전소가 만들어진 뒤 딸이 달라졌다고 했다. “아이가 집에 오면 아빠와 오빠한테 쓰지 않는 전등을 끄라고 해요. 1회용 비닐봉투와 비닐장갑도 쓰지 않으려고 해요.” 윤씨는 ‘햇빛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생태와 환경교육 덕분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5일 상원초등학교 옥상에는 지난 4월 지어진 37.2㎾ 용량의 태양광 시설이 가동되고 있었다. 4인가족을 기준으로 12가구에서 전기를 쓸 수 있는 용량이다.

상원초등학교는 유휴공간인 본관 옥상의 절반(440㎡)을 임대료(연간 130만원)를 받고 내줬고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지었다. 협동조합에는 학생 34명, 학부모 5명, 교사 10명과 지역 주민 등 80여명과 김성환 노원구청장, 유청 서울시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용환 상원초 교장은 “태양광 설비 설치를 민간업체에 맡기다 보면 학교와 상관없이 진행된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해야 원전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를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환 교장은 “학교 옥상 태양광 시설을 통해 학교에서 쓰는 전력의 10%가량을 충당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운영비가 깎이면 냉난방비부터 줄이는데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면 학교 운영에도 보탬이 된다”며 아직 꺼리고 있는 학교들에 발상을 바꿀 것을 권고했다.

태양광 설비를 놓을 때 어려움은 없었을까.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뒤 탈원전 바람이 불었지만 실제 햇빛발전협동조합 출자자를 모으기는 쉽지 않다.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저소득층을 지원해온 ㈔에너지 나눔과 평화의 김태호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처해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선택의 순간에는 머뭇거리고 있다. 시민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부, 교육청, 산업통상자원부, 서울시 등이 머리를 맞대 도심 태양광 시설에 대한 합리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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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원초, 학생·주민 80명 참여 
지난 4월 옥상 태양광 발전소 설치 
아이들 환경·에너지 교육 효과 ‘톡톡’ 
학교 전력 10% 충당·운영에 보탬

출자자 모으기 어렵고 인허가 복잡 
일조량 감소 우려 등 주민 민원도 
지자체·학교·주민간 협의체 필요 
서울시·시교육청 협력·지원키로

인근 주민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에너지 나눔과 평화는 지난해 서울 강동구의 한 학교 옥상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했다가 철거하는 낭패를 겪었다.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일조량 감소와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며 집단항의에 나서는 바람에 다 지은 시설을 철거했다.

김태호 사무총장은 “학교 태양광 설비를 확대하려면 햇빛발전소의 장점들을 널리 알려야 하고, 설치 전에 지자체와 학교, 주민 간의 협의체를 만들어 미리 대화를 나눠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교육청과 지자체가 합리적인 소통구조를 만들고 분쟁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태양광 시설을 권장만 할 게 아니라 인허가 과정을 원스톱으로 바꾸는 등 제도적인 지원을 섬세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옥상에 태양광 시설을 만든 학교들은 서울시의 인허가 절차가 여러 부서로 나뉘어 있어 불편했다고 했다. 구조물과 건물 안전 검사를 모두 마쳤는데도 서울시교육청에선 ‘주변 주민들과 민원 발생 소지는 없는가’, ‘낙뢰에 대한 대책은 마련됐나’ 등 공문을 여러 차례 내려보냈다.

옥상에 태양광 시설을 지은 지 14개월째를 맞는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의 정미숙 교사는 “태양광 시설을 지을 때 처음엔 옥상 방수 문제를 걱정했는데 더 중요한 것은 학생과 교사들이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태양광 설치는 이러한 고민 끝에 이뤄지는 실천”이라고 말했다.

서울에는 공공시설과 민간시설을 합쳐 69㎿(2014년 7월 현재)의 태양광 시설이 설치돼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에 공을 들이면서 최근 3년 새 46.8㎿의 시설을 늘렸다. 하지만 에너지 자립률은 4%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서울시는 학교 옥상을 태양광 시설을 짓기에 가장 좋은 공간으로 꼽았다. 학교가 남향이 많고 주변 건물의 영향을 덜 받는데다,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배우는 현장학습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재임 때인 2012년 6월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서울시민햇빛발전소는 서울의 에너지 자립도 향상을 위해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 생산기반 조성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곽 전 교육감이 물러나고 문용린 전 교육감이 취임한 뒤 친환경 무상급식 등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불협화음을 빚으면서 학교 옥상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일도 더디게 진행됐다. 서울 초·중·고교 1346곳 가운데 태양광 시설을 짓거나 허가해준 곳은 145곳에 불과하다. 129곳은 신·증축에 따른 설치 의무화 조항에 따라 지었다. 민간사업자한테 옥상을 내준 곳은 16곳이고, 이 가운데 11곳이 가동중이다. 서울 시내 학교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의 발전용량은 4.5㎿ 수준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취임으로 학교 옥상 태양광 시설에 다시 햇살이 비칠지 주목된다. 박원순 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만나 학교 태양광 설치에 협력하기로 합의했고 조희연 교육감 인수위원회에서도 최근 펴낸 활동백서를 통해 학교 옥상 햇빛발전소 설치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미 설치된 학교 옥상 태양광 시설에 대한 실태 조사를 통해 햇빛발전소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유진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은 “에너지교육에 대한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 학교에서 원자력공모전 등을 하는 등 대안에너지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에 태양광 시설을 짓는 일은 교육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가 결합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 태양광 시설이 지어지면 아이들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8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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