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735095397_20141201.JPG » 독일 구호단체 미제레오르는 공항 등에 신용카드 결제 기능이 있는 디지털 게시판을 설치한 뒤 기부 참여자가 그 선을 따라 신용카드를 긁으면 2유로가 결제되도록 하고 있다.

경제의 창

“나는 스포츠 클럽 헤시피 팬이다, 심지어 내가 죽은 다음에도!”

브라질 헤시피 지역 축구단 ‘스포츠 클럽 헤시피’(Sport Club do Recife)는 2012년 이런 구호를 내걸고 ‘불멸의 팬’(Immortal fans)이라는 독특한 장기기증 캠페인을 펼쳤다. 팬들에게 ‘장기기증 카드’ 가입을 요청하며 이 구단이 내세운 것은 동정심도, 이타심도 아니었다. 대신 “하느님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헤시피다”라고 외칠 만큼 충성도가 높은 팬들에게 “장기 기증으로 당신은 헤시피의 영원한 팬이 될 수 있다”고 속삭였다. 이식한 눈, 폐, 심장 등이 다른 이의 몸속에서 활동해 죽은 뒤에도 헤시피의 팬으로 남을 수 있다는, ‘팬심’을 흔드는 제안이었다. 5만명이 넘는 팬이 장기기증 카드를 만들었고, 이 지역 각막 기증 대기자는 1047명에서 0명으로 극적으로 줄었다. 에스케이(SK)플래닛 광고부문 김미나 플래너는 “이전의 기부 캠페인이 사람들의 ‘이타심’을 자극했다면 이제는 ‘이기심’에 호소하는 캠페인이 통하는 것 같다. 기부가 손실이 아니라 이득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00519041101_20141201.JPG » 지난 6월 유니세프가 진행한 캠페인에서는 아프리카 어린이의 사진이 새겨진 오뚝이 모양의 모금함을 설치해, 사람들이 동전을 넣으면 하단부가 무거워지면서 오뚝이가 점점 일어서게 했다.

기부·공익 캠페인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동정심에 호소한 뒤 모금을 하는 것을 넘어, 기부자가 직접 몸으로 참여하여 마음으로 공감하고, 재미와 보람도 함께 느낄 수 있게 하는 방식의 캠페인이 늘고 있다. 올해 6월 진행된 유니세프의 ‘오뚝이(Roly-Poly) 캠페인’은 모금함에 동전을 넣는 단순한 행위를 ‘아이를 일으켜 세우는 뜻깊은 참여’로 만들었다. 유니세프는 아프리카 어린이의 사진이 새겨진 오뚝이 모양의 모금함을 홍대 놀이터 등 서울시내 10곳에 설치했다. 비어 있는 모금함은 처음에는 누워 있지만, 사람들이 동전을 넣으면 동전의 무게로 하단부가 무거워지면서 점점 일어서게 된다. 1만명가량의 시민 참여를 이끌어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신생아 살리기
후원자가 직접 모자 떠서 보내 

누워있는 아프리카 어린이 사진 모금함
안에 동전 쌓이면 일어나 기부 실감 

기부자 직접 참여해 재미와 보람
모바일 앱 통한 기부 캠페인도 활발

지난해 5월 부산 사직구장에서 진행된 유니세프의 ‘홀드 어 라이프’(Hold a life) 캠페인도 참여를 통해 ‘재미와 감동’을 추구했다. 캠페인 기획·실행사 대홍기획은 아프리카 아이들이 굶주림으로 5초에 한명꼴로 죽음을 맞는다는 사실에 기반해, 사직구장 앞에 아이들의 이름과 사진이 새겨진 풍선 더미를 설치해 놓고 5초에 한번씩 풍선이 하늘로 날아가도록 했다. 기부 참여자들이 모금과 함께 풍선을 잡도록 설계해, 참여자들이 ‘하늘로 날아갈 뻔했던’ 한 생명을 붙잡은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두 캠페인을 총괄한 대홍기획 박선미 크리에이티브솔루션 본부장(ECD)은 “참여자의 몰입을 강화해 참여를 극대화한 차별화된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00519041401_20141201.JPG » 지난 6월 유니세프가 진행한 캠페인에서는 아프리카 어린이의 사진이 새겨진 오뚝이 모양의 모금함을 설치해, 사람들이 동전을 넣으면 하단부가 무거워지면서 오뚝이가 점점 일어서게 했다.

2007년에 시작해 올해 8회째를 맞은 국제 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의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은 대표적인 참여형 기부 캠페인이다. 저체온증으로 고통받는 저개발국 신생아를 돕기 위한 이 캠페인은 후원자가 모자뜨기 키트를 구입해 직접 뜨개질한 모자를 완성해 보내야 한다. 캠페인 시작 이래 103만개의 모자가 방글라데시·잠비아 등에 전달됐고 키트 판매를 통한 후원금 92억원도 이들 국가의 보건영양사업에 사용됐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근거리무선통신(NFC)·정보무늬(QR코드)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기부 캠페인도 쏟아지고 있다. 기부 편의성·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즉각적 반응’을 통해 기부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고 재미까지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월드비전은 지난해 4월 ‘지구촌 붕어빵 아동 후원 캠페인’을 진행하며 신한생명과 함께 ‘마이 키즈’(My Kids) 앱을 내놨다. 스마트폰 사용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닮은꼴 찾기 놀이’를 차용해 재미와 기부 편의성을 동시에 추구했다. 캠페인 시작 두달 만에 앱 다운로드 7만건가량, 앱을 통한 후원 약 8천건의 성과도 있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가뭄·기근·기후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아프리카 가정에 생계수단인 염소를 보내는 ‘아프리카 빨간 염소 보내기 캠페인’을 진행할 때도 ‘아프리카 빨간 염소 키우기’라는 모바일 게임 앱을 활용했다.

2014년 칸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한 독일의 구호단체 미제레오르(MISEREOR)의 ‘사회적 카드 긁기’(The Social Swipe) 캠페인은 유동인구가 많은 공항 등에 신용카드 결제 기능이 있는 디지털 게시판을 설치한 뒤 기부 참여자가 그 선을 따라 신용카드를 긁으면 2유로가 결제되도록 해 기부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디지털 화면에서는 참여자가 ‘긁은’ 선을 따라 아이의 손목을 묶은 밧줄이 끊어지거나, 빵이 잘라져 기부의 효과를 직관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00519040801_20141201.JPG » 저개발국 신생아를 돕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이 벌인 캠페인에 기부하기 위해 한 참가자가 모자를 뜨고 있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기부 참여자와 기부 수혜자 간 거리를 좁히는 구실도 한다. 지난해 동물자유연대가 서울 곳곳에서 진행한 유기견 입양 캠페인 ‘날 입양해줘!’(Adopt Me!)의 경우 유기견의 사진과 정보를 담은 포스터에 근거리무선통신칩과 스피커를 부착해 사람들이 사진 속 유기견의 울음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모바일로 즉석에서 입양 신청도 가능하도록 했다. 마정민 제일기획 팀장은 “첨단기술이 거리 서명을 하거나 통장 자동이체 출금 동의서를 작성하는 일이 내키지 않는 이들에게 재미있고 투명한 기부 방식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동정심에 호소하는 ‘전통적 캠페인’은 수명을 다한 것일까? 최혜정 세이브더칠드런 마케팅본부장은 “전통적 캠페인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목적에 따라 여러 방식의 캠페인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모자뜨기 캠페인은 모금보다는 제3세계 아이들의 입장을 체험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참여를 유도하고, 5년 이상 장기 사업의 경우는 좀더 진지하게 접근해 정기후원을 모집한다. 태풍 피해와 같이 긴급 구호가 필요한 상황과 상시적 빈곤으로 언론이 관심을 잃은 지역에 대한 캠페인 방식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문턱이 낮아진 기부 참여의 ‘지속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문화사회연구소 양기민 연구원은 “참여형 캠페인은 ‘기부 소비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그것이 지속될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기부자가 단지 ‘기부 행위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사회변화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부를 일회성으로 소비하지 말고, 기부를 받는 단체들을 신뢰하고 동반자가 돼 사회변화에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사진 대홍기획 제공, 캠페인 영상 갈무리

00519063801_20141201.JPG » 김기성 미리내운동본부 사무국장

김기성 미리내운동본부 사무국장 “식당을 지역 나눔문화 거점으로”
지난해 밥값 미리내주기 운동 시작
330곳 동참, 다른 업종으로도 확산

“경로당엔 노인들만, 지역아동센터엔 아이들만 가지만 식당에는 누구나 옵니다. 식당을 그 지역에 나눔 문화를 퍼뜨릴 수 있는 거점으로 만들고자 ‘밥값 미리 내주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미리내 운동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김기성(44) 사무국장은 “신발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는 기부되는 ‘탐스 슈즈’의 인기만 봐도 사람들 마음속에 나눔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리내 운동은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리내 운동’은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다음에 올 가난한 사람을 위해’ 1000원이든 2000원이든 밥값을 미리 내고 가는 간명한 나눔활동이다. 지난해 4월 미리내 운동본부가 설립된 뒤, 미리내 운동에 동참하는 ‘미리내 가게’는 올해 10월까지 330곳으로 늘었다. 웬만한 프랜차이즈보다 확산 속도가 빠르다. 문화센터·권투연습장·한의원 등 참여 업종도 다양화되고 있다.

미리내 운동본부에서는 운동의 기본 원칙만 전달하고, 응용은 미리내 가게의 몫이다. 강서구 분식집 ‘몬스터 고떡’의 경우는 ‘미리 낸’ 중고등학생들이 “단발머리 여성에게 떡볶이 2인분” “생일 맞은 호동이에게 라면 1인분” 식으로 기부 수혜자와 품목을 지정해 놀이처럼 기부하기도 하고, 강동구 중국요리점 ‘차이젠 해물왕짬뽕’의 경우는 밥값뿐만 아니라 ‘헌혈증’도 기부받는다. ‘미리 낸’ 음식은 값을 정가보다 덜 받는 가게도 있고 손님이 1000원을 내면 가게 주인이 500원 내는 식으로 기부금을 보태는 곳도 있다.

‘동네 가게’가 기부금을 제대로 사용할지에 대한 우려는 없을까? 김 사무국장은 “가게 주인들이 앞장서서 ‘기부 수혜자 인증샷’을 카카오스토리에 올리고 가게에 진열하는 등 신뢰를 주려 노력한다. ‘인증샷’이 기부자에게는 ‘피드백’ 구실을 해 기부 지속성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가게 주인들이 앞장서 지역아동센터며 노인복지센터와 연계해 미리내 음식들을 대접하고, 그 소식을 가게에 게재해, 업소를 찾은 주민들이 자연스레 그 지역에서 나눔이 필요한 사람들을 알게 되기도 한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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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19108401_20141201.JPG » 사진 에뛰드하우스 제공

기부 활성화에 ‘큰손’ 기업 적극 나서야

지난해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에 들어온 신규 정기후원 신청은 약 7만건으로, 전세계 회원국 중 2위였다. 한국의 개인들은 기부에 열정적이다. 기부단체들은 ‘큰손’ 기업이 나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호소한다.

11월20일 서울 마포구 세이브더칠드런 사무실에서 만난 최혜정 세이브더칠드런 마케팅본부장은 “기업과의 협력은 서구에 비해 뒤떨어진 편이라,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의 경우 지에스(GS)샵이 판매·배송 등을 도맡아 지원하고 수익금도 기부하며 좋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11월에는 에뛰드하우스가 자사 사회공헌 캠페인 ‘핑크 위시 트리’(사진)와 세이브더칠드런 ‘스쿨 미(school me) 캠페인’(아프리카 여아 학교보내기 캠페인)을 연계해 후원을 시작했다.

단체들은 더 촘촘한 기부 플랫폼 조성을 위해 기업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최 본부장은 “현재도 멤버십 포인트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앱에 ‘소멸 예정 포인트 기부하기’ 메뉴를 만들어주고 있다. 더 나아가 카드사들이 연말에 남아 있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포인트를 기부할 수 있는 플랫폼을 조성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김기성 미리내 운동본부 사무국장도 “신용카드 사용 때 10원씩 더 결제돼 자동으로 기부가 가능하게 한다면 참여자가 꽤 많을 것이다. 이런 식의 시스템을 만들려면 카드사 등 기업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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