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이는 6세 여름 무렵부터 하루 용돈 500원을 쓸 수 있게 해 주었고, 최근 녀석이 요구할 경우 현금으로 직접 주기도 한다. 초등학교 입학
후 한동안은 포켓몬카드에 빠져서 생일 선물, 어린이날 선물은 물론 용돈의 대부분이 그 카드를 사는데
들어갔다.
친구들과
가끔 500원짜리 2개를 넣고 ‘뽑기’도 해야 하고 아이스크림도 사 먹어야 하는데, 용돈이 부족해 가불을 요청하거나 할머니의 동전을 넘보기도 했다.
집안일을 하면 용돈을 더 주는
것도 생각 해 보았으나 가사분담은 가족 구성원 모두의 일. 내키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맥주병에 크게 써 있는 ‘100원’이 눈에 들어왔다. 못 마시는 술이지만 환경을 생각해서 캔 맥주 보다는
병 맥주를 마시다가 퇴근길에 사 들고 오기가 무거워서 캔 맥주로 선회했는데 다시 병 맥주로 전환하는 것도 좋을 듯 했다.
개똥이에게 병에 써 있는 ‘100원’을 보여주며 그 의미를 설명했다. “이거 보이지? 이건 병을 돌려주면 100원을 준다는 뜻이야. 맥주를 살 때 이미 병 값 100원을 냈는데, 병을 돌려주면
100원을 다시 돌려받는 거야. 이 병은 네가 들고 가서 네가 직접 가게 아저씨께 병을
드리고 돈을 받는 거야. 그리고 그 돈은 네가 가져!”
녀석은 이렇게 말했다. “그럼 그 동안 분리 수거함에 100원을 그냥 버린 거예요???!!!”
이후 밤이면 부모가 나란히
앉아 맥주 한잔 하는 것 조차 못마땅하던 녀석이 빈 병이 얼마나 모였나 왜 이렇게 안 모이나 기다렸는데, 이게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건지 어떤지는 좀 자신이 없다. 참고로 우리 부부는 3박4일 여행가서 보통 사이즈 맥주6캔을
샀는데 1캔 남겨왔다.
공병 5개가 되자 녀석에게 가방에 직접 병을 담게 하고, 직접 가방을 들게
하여 동네 슈퍼 앞까지 동행한 후 밖에서 기다린 결과 녀석은 500원을 손에 쥐고 미소를 지으며 나왔다. 공병 10개가 되자 녀석은 같이 들어 달라 떼를 쓰길래 바퀴 달린
장보기 가방을 제안했고 녀석은 천원의 행복을 누렸다.
개똥이의 부수입 소식을 전해들은
녀석의 친구도 따라 하기 시작했는데, 이 친구는 무려 520원을
벌었다며 자랑했고 개똥이는 “어떻게 520원을 받을 수 있냐?”고 따져 물어 추가 설명을 해 줬다. 우리가 마시는 맥주 병은 작아서 100원을 돌려 주는데 그 친구 엄마 아빠가 마시는 맥주 병은 큰 거라 병당 130원을
돌려준다고. “그럼 엄마 아빠도 큰 병으로 마셔요” “엄마
아빠는 작은 병은 1병씩 마실 수 있어서 2병이니까 200원인데, 큰 병으로 마시면 1병밖에
못 마셔서 130원이야. 130원 보다는 200원이 낫지 않아?”
못 마시는 술이어도 이왕이면 조금 더 맛있는 맥주를 즐기고 싶은데 개똥이 덕분에 국산 병 맥주만 마셔야 하는 것이 아쉽지만 자연도 덜 훼손하고, 공병도 돌려주고, 녀석은 돈이 생기고 일석삼조인가?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니(건강검진 기록 다시 보니 그런
문구가) 일석사조인가?
강모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