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 난엄마다-

 

12월 첫날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눈이 내린다.

유치원에 손잡고 가던 아이가

엄마 눈이 왜 안 쌓여?

라고 묻는다.

어, 많이 춥지 않아 내리다가 녹는 거야.

 

눈발이 굵어진다.

바람도 강해진다.

바닥에 닿자 눈이 사라진다.

녹아 없어지는 눈이 많아질수록

녹지 않고 쌓이는 눈도 있겠지.

 

한 송이 한 송이

내리는 눈이 다르게 보인다.

쌓일 것 같지만 사라지고

쌓일 듯 녹아 없어진다.

제발 눈 쌓이기를 아이마냥 기다린다.

 

먹구름이 짙어진다.

눈발이 강해진다.

계속 쏟아진다.

이런! 곧 눈이 쌓일 듯하다.

쌓이지 않을 것 같던 바닥에

드디어 눈이 쌓이기 시작한다.

 

낮은 지붕 위로

가게 앞 나무 계단 위로

잎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 위로

그 아래 쌓여있는 낙엽더미 위로

소복이 눈이 쌓여간다.

세상이 하얗게 변해간다.

 

몰아치는 바람에

강해지는 눈발이

싫지 않은 아침이다.

 

 

올해 12월 첫날, 겨울의 시작을 알리듯 눈이 내렸다. 유치원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혼자 돌아오는 길, 지금까지 내리는 눈을 많이 보았지만 눈 내리는 모습이 다르게 연상되기는 처음이었다. 어쩌면 이리도 눈 쌓이는 모습이 사람 사는 세상처럼 보이는지. 눈 한 송이 한 송이가 사람 같았다. 먼저 내려와 녹고 햇볕이라도 나면 언제 내렸나싶게 사라진다. 먹구름이 짙어지고 눈발이 굵어지면서 눈이 계속 쏟아졌다. 하얗게 눈이 쌓이는 과정을 보면서 인간사가 보였다. 하얗게 세상을 덮기까지 녹아 사라지는 눈이 얼마나 많은지 몰랐다. 햇볕이 쨍쨍나는 따뜻한 세상이라면 나오지 않을 사람들의 아우성이 차갑고 매서운 겨울의 먹구름 아래에서는 하얀 눈송이로 쏟아져 내렸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차가운 바닥에 닿아 없어진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많아질수록 세상은 하얗게 변해간다. 불혹의 나이도 괜히 먹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시 읽는 엄마, 살구님 덕분에 이렇게 제가 쓴 시도 올려볼 용기가 나네요.

앞으로는 시가 쓰고 싶으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그림을 그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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