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공연

자유글 조회수 3421 추천수 0 2014.12.01 03:03:25

행복한 자리에 다녀왔다.

대학 때 열심히 꾸려갔던 동아리가 올해 3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을 가졌다.

오, 이런! 30년이란다.

동아리는 노래패로서 매년 정기적인 공연이 있다.

거기에 10년 단위로 크게 기념공연을 해왔다. 올해가 그 세 번째다.

10주년 때는 내가 고등학생이었고,

20주년 공연 때는 왜 참여를 못했을까? 뭔가 준비하는게 있었구나.

이번에는 두 아이를 떼놓고 공연 연습에 참여할 엄두가 안났었다.

그렇다고 매년하는 정기공연이나 동아리 행사에 자주 참석했던 것도 아니다.

학원 일을 할 때는 일하는 시간과 겹쳐서 공연을 못봤었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니 아이를 안고,

아니군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저녁시간에 하는 공연을 가서 볼 배짱이 없었다.

매번 공연이 있을 때면 걸려오는 후배들의 연락에

아이가 있어서 상황봐서라며 이도 저도 확실하지 않은 대답을 주었다. 

돌아보니 아이가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그 자리에 가는 게 불편했거나

지레 걱정하는 일이 있어 가는 것을 포기했었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연 때 오실 수 있느냐는 후배의 전화에 내가 먼저 한 말은

"아이들이 있어 상황봐서 참석하겠다."였다.

SNS에 공연에 참석하는 선후배 명단이 올라왔다.

이런 기념 공연 자리가 아니면 따로 만나기 힘든 동기와 선후배들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다음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제서야 내가 정말 가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공연 하루 전에서야 '그래, 가봐야지.'로 가닥이 잡혔다.

 

공연 당일, 두 아이를 데려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공연은 5시 시작.

낮에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는 요구를 먼저 들어주었다.

3시 30분 쯤 놀이터에서 일어나야지했는데 놀다보니 20분 늦어졌다.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는 공연이어서 미리 뭘 좀 먹고 가야했다. 

안그러면 공연보는 내내 나도 아이들도 힘들 것 같았다.

간단히 당골 피자가게에 들러 피자 한 판을 시켰다.

2시간 이상 놀이터에서 놀아서였을까 둘 다 피자 두 조각 반을 거뜬히 먹어치웠다.  

이왕 시작 시간은 못맞추게 생겼고 그렇다고 아이들을 재촉할 필요도 없었다.

두 아이와 공연장을 찾아가며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40주년 공연에는 엄마도 노래를 불러볼까?"

첫째가 끄덕끄덕 찬성의 미소를 날려주었다.

"그 때는 엄마가 공연을 하니까 너희들도 보러 와야겠네."라며

10년 뒤 약속 아닌 약속을 해보았다.

 

윤영희님의 '10년 전 우리 가족에게서 온 편지'를 읽으면서

이런 편지를 베이비트리에 써놓고 10년 뒤에 펼쳐보면 어떨까란 생각을 잠깐 했었다.

10년 전과 지금의 나, 어떻게 달라졌을까?

내겐 이렇게 10년 단위로 챙겨주는 동아리가 있다는 걸 새삼 알게되었다.

감사하게도 그 동안 동아리가 잘 살아남아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학창시절 친하게 지냈던 몇 개 동아리는 없어졌다고 한다.

10년 전에 없어진 동아리도 있었다.

이런 소식도 이번에야 들었다.

그동안 무엇에 집중하며 살았기에 이리도 무심했던걸까.

불혹을 바라보는 지금,

점점 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하며 살고 있다.

마음은 그대로인데 몸은 늙고 있다.

나이를 먹는 것이 싫지만은 않다.

20대의 그 초조함, 불안함, 외로움이 지금은 좀 덜하다.

'멋지게 나이들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하고 싶지도 않은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부리지 않고

하고 싶은 일, 내가 좋아하는 일로 10년을 채워본다면 앞으로 10년 후에는

그 일들을 하고 있지 않을까.

30주년 기념공연 자리에서 만난 선후배, 동기들을 보면서 10년 동안 건강하게

잘 살아주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살아있기에 이런 만남이 가능하다는 생각, 예전에는 하지 못했다.

서로 다른 공간과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살지만

각자의 그 때를 추억하면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에 다녀왔다. 

새삼 나의 소중함과 마주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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