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던 ‘싱글세’ 논란은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는 말의 참뜻을 일깨우게 했다. 세계 최하위 수준의 출산율 문제를 심각하게 여긴 보건복지부 고위 관료가 기자들과의 식사 시간에 ‘싱글세라도 내게 해야 혼인도 하고 애를 낳을까?’라는 푸념 섞인 농담을 했는데, 이 내용이 기사로 실리면서 이른바 ‘싱글 남녀’의 분통을 터뜨리게 했다. 그렇지 않아도 담뱃세를 비롯해 각종 세금을 올린다는 정부가 이번에는 싱글세라니! 저소득층이 담배를 많이 피우기 때문에 담뱃세는 저소득층이 내고, 취업도 제대로 안 되고 모아놓은 돈도 없어 혼인도 하지 못하는 청춘 남녀에게는 싱글세를 걷겠다고 하니, 정부는 어찌 그리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세금 걷는 것은 잘하느냐는 비난도 쏟아졌다. 사실 싱글세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각종 연구나 토론회에서 한두번씩은 언급됐던 것이다. 그렇지만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되지 않고, 취업을 해도 비정규직 등 고용은 불안정하고, 혼인을 하려 해도 전셋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뛰고, 아이를 낳으려 해도 아이들 사교육비나 의료비에 허리가 휘청거리는 현실은 몰라주고, 오히려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하니 당연히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불만이었다. 어떤 청춘인들 사랑하는 배우자와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사는 즐거움을 마다하겠는가?

출산율을 비롯해 이미 우리나라는 아이를 낳아서 키우기에는 적절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너무 많다.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며, 반면 자살률이나 노인빈곤율 등은 이미 수년째 최고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80명이 넘어 2위와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노인빈곤율은 49%로 노인 둘 가운데 1명은 빈곤층이다. 이런 사회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라니 당연히 ‘출산 파업’이라는 말이 나온다. 합계출산율은 벌써 수년째 1.2명 수준으로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람이 존중받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면 낳지 말라고 해도 아이를 낳아서 키우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이처럼 저출산을 걱정(?)만 하다 보니, 이미 태어난 아이를 돌보는 것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신생아학회가 지난 9월 미숙아(이른둥이)를 둔 부모 2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최근 낸 자료를 보면, 이른둥이를 둔 열 가정 가운데 여섯 가정이 신생아 집중치료실 퇴원 뒤에도 병원비가 많이 들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가족이나 아는 이들에게 돈을 빌리는 경우도 많았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이른둥이를 돌보다 보니 세 가정 가운데 두 가정에서 직장인은 사직 혹은 장기휴직을 했고 자영업자는 폐업을 하기도 해 소득도 낮아졌다. 결국 이른둥이를 둔 열 가정 가운데 여섯 가정은 더 이상 아이 낳기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초기에 적절한 치료와 지원을 하면 건강하게 성장해서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되는 이른둥이에게 국가가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신생아학회의 주장에 당연히 귀가 쏠린다.

하지만 정부는 이른둥이 등을 치료하기 위한 ‘신생아 집중치료실 지원’ 예산을 내년에는 올해보다 약 20억원을, ‘영유아 사전·예방적 건강관리’ 예산도 약 17억원을 줄였다. 집중치료실은 물론이고 영유아 건강관리는 저소득층 가구에서 이른둥이나 선천적인 이상을 가진 아이가 태어났을 때 의료비를 지원해 장애나 사망을 막기 위한 사업인데도 줄인 것이다. 이러고도 정부는 아이를 낳아서 키우라는 말을 할 수 있는가?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11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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