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나무

                                                나태주

 

좋은 경치 보았을 때

저 경치 못 보고 죽었다면 어찌했을까 걱정했고

 

좋은 음악 들었을 때

저 음악 못 듣고 세상 떴다면

어찌 했을까 생각했지요

 

당신,

내게는 참 좋은 사람

만나지 못하고 이 세상 흘러갔다면

그 안타까움 어찌했을까요

 

당신 앞에서는

나도 온몸이 근지러워

꽃 피우는 나무

 

지금 내 앞에 당신 마주 있고

당신과 나 사이 가득

음악의 강물 일렁입니다

 

당신 등 뒤로 썰렁한 잡목 숲도

이런 때는 참

아름다운 그림 나라입니다.

 

 휴직한 지 일년 반을 꽉 채워 간다. 일터에서는 당연히 복직하리라 생각하고 복직 관련해서 전화가 왔다. 한 해 더 육아 휴직을 해야지 마음은 먹었지만, 전화를 받고 나니 마음이 흔들린다. 순간, 그립다. 이전에 누렸던 모든 것들이! 지금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 생각했는데, 가을 바람 부는 스산한 날 받은 전화 한 통이 마음을 제대로 흔든다. 지금도 좋지만, 전에도 좋았다. 늦게 자리잡은 일터라 그런가, 힘들어도 모든 게 재밌고 신나서 출근할 때마다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17개월 지난 딸아이가 한창 예쁜 짓을 많이 해서 날마다 참 좋다, 좋다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갑자기 흔들린 마음은 자꾸 다시 일터로 돌아간 나를 상상하게 만든다. 이럴 땐 다른 거 필요없다. 가만히 아이를 바라보면 답이 나온다. 내게 등돌리고 앉아서 혼자 그림책을 보며 토끼 흉내도 내고, 뭐라뭐라 종알대는 아기를 보고 있자니, 내 온몸이 근질거리며 행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언제나 좋은 날만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 내 앞에 마주 앉은 아이를 보니 한 해 더 휴직하기로 한 건 참 잘한 일이다 싶다. 지금 아니면 못 볼 아이의 모습. 지금, 여기에서 함께 하지 못하고 흘려보내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오래 아이 앞에서 근질근질 행복 누리며 꽃 피는 나무가 되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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