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370197931_20141020.JPG » 임성한 작가의 ‘압구정 백야’(문화방송), 문영남 작가의 ‘왕가네 식구들’(한국방송), 김순옥 장가의 ‘왔다! 장보리’(문화방송)



불륜·복수·구박·황당설정…불편해 하면서도 보는 건

말하고픈 속내 쏟아내고 시댁·남편 흉 대신 봐주고 

못된 인간 응징해주는 욕망 공식 따르기 때문


“뭐 이런 한국드라마 같은 일이 다 있어!” 2007년 방영한 일본드라마 <친애하는 아버님>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친아버지를 찾던 남자 주인공이 현재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 같다는 생각에 괴로워하자, 이 이야기를 들은 선배가 놀라서 하는 말이다. 그만큼 출생의 비밀, 얽히고설킨 관계, 근친상간 등의 내용은 한국드라마의 공식처럼 여겨진다.


이런 장치들이 개연성 없이 난무할 경우 드라마는 ‘막장’이 된다. ‘막장’은 ‘갱도의 막다른 곳’이란 뜻이다. ‘막장드라마’를 ‘막드월드’라 불리게 하며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게 한 공신들이 있다. 바로 임성한, 문영남, 김순옥 작가다. 막장의 대모들이라 불리는 이들의 작품에는 온갖 극단적이고 황당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하지만, 논란만큼 시청률도 높다.


‘막드월드’는 2002년 <인어아가씨>로 최고시청률 57%를 찍은 임 작가가 본격적으로 터를 다졌다. 여기에 문 작가가 2006년 <소문난 칠공주>로 막드 필력을 발휘하며 양강체제가 됐다. 2008년 <아내의 유혹>으로 김 작가가 혜성처럼 등장하며 현 삼강체제가 자리를 잡았다. <밥줘> 서영명 작가, <루비반지> 황순영 작가 등이 이들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세 작가는 지금 한치의 양보도 없는 필력을 과시하며 3인 체제를 다지고 있다. 2013년 임 작가가 <오로라 공주>로 화제를 모으자, 이에 질세라 문 작가가 그해 평균시청률 33%의 <왕가네 식구들>을 내놨고, 다시 2014년 김 작가가 평균시청률 20%의 <왔다 장보리>로 치고 나왔다. 임 작가는 6일부터 <압구정 백야>를 방영 중이다.


세가지 막드 색깔


세 작가의 막드는 색깔이 다르다. 5분만 봐도 누구 작품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막드월드’ 안에서도 자신만의 마을을 구축하고 산다.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문 작가는 현실 세태를 풍자하려고, 김 작가는 욕망의 밑바닥을 드러내려고 막장 상황을 이용하고, 임 작가는 작가만의 독특한 세계를 형성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그래서 셋 다 해피엔딩 가족드라마를 표방하면서도 주목하는 부분은 다르다. 문 작가는 서민대가족을 중심으로 가족끼리 벌어지는 통속적인 막장을 쓴다면, 김 작가는 권선징악의 복수가 중심이다. 임 작가는 대게 가난한 여자주인공이 결혼을 통해 상류사회로 편입되는 과정을 그린다.

전개 방식도 차이가 있다. 문 작가는 불륜, 고부갈등, 이혼 등을 키워드로 일반 가정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의 민낯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시어머니에게 구박당하는 며느리, 바람 피는 남편 등이 공식처럼 등장한다. 등장인물이 많다보니 식구들이 순서대로 문제를 일으키면서 사건이 다발적으로 펼쳐진다. <왕가네 식구들>에서 둘째 사위가 바람을 피다가 가정으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다시 첫째딸이 불륜을 저지르는 식이다.


김 작가는 선과 악으로 대변되는 두 주인공의 대립각이 회를 거듭할수록 증폭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거짓말, 분노, 협박, 저주 등 악녀의 감정이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이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날까 봐 더 큰 거짓말을 하고 악행을 저지르고 살인까지 시도하는 식이다. 선악 구도가 명확하고, 이런 감정이 행동으로 보여지다 보니 주로 감정의 표출은 악녀가 도맡는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선 착한 여주인공보다 강한 악녀가 더 사랑받는다. <문화방송>의 한 피디는 “한 사건이 한 회를 넘어가지 않고 바로 해결되는 식의 몰아가는 빠른 전개가 70분을 5분처럼 느끼게 한다”고 했다.


임 작가는 어머니가 친딸을 며느리로 들이려고 하는(하늘이시여) 등 기본 설정 자체가 막장인 경우가 많지만, 두 작가에 견줘 갈등의 강도는 크지 않다. 대신 환타지에 가까운 황당무계한 설정이 자주 등장한다. <신기생뎐>에서 중견 배우가 귀신에 빙의되어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식이다. <오로라 공주>에서는 암에 걸린 설설희가 “내가 잘못해 생긴 암세포 나 살자고 죽일 수 없다. 암세포도 생명”이라며 치료받기를 거부한다.


욕하며 보는 이유도 삼색


막드 속 주인공들은 하고 싶은 말을 참지 않고 한다. <수상한 삼형제>에서 시어머니에게 억눌려 살던 며느리가 속내를 토해내는 장면은 쾌감을 준다.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은 현실 속 우리가 지르고 싶은 소리를 대신 질러준다. <에스비에스>의 한 피디는 “현실에서 못하는 막말 등을 속시원히 내뱉으며 가슴 속 응어리를 시원하게 풀어준다”고 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문 작가의 작품은 아줌마들이 모여 남편, 시댁, 옆집 흉보며 하는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나오니 맞장구치며 뒷담화하는 수다의 쾌감을 주고, 김 작가의 작품은 착한 사람의 편에 서서 악한 사람을 욕하는 기본적인 욕망을 따른다”고 했다. 임 작가의 작품은 황당함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이번에는 또 어떤 일이 펼쳐질까 보게 된다. 윤석진 교수는 “막장드라마는 드라마 자체를 소구한다기보다 욕을 하려고 보는 ‘도구’로서의 기능도 있다”고 했다.


폐해에 대한 지적도 조금씩 결이 다르다. 문 작가의 작품에서 여성들은 참고 살며 희생해야 하는 존재다. 작품마다 바람핀 남편이 오히려 당당하고, 아내가 울며 매달린다. 김 작가는 인물을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사고에 가둔다. 연민정은 전 남편에 대한 사랑마저 불구덩이에 손을 넣어 결혼반지를 꺼내는 섬뜩함으로 보여준다. 임 작가는 캐릭터 위에 군림한다. 주인공의 입을 통해 시청자들을 가르친다. “딸기는 칫솔로 씻어야 한다”는 식의 생활·건강정보 등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또, 수시로 인물도 하차시킨다. <오로라 공주>에서는 유체이탈로 돌연사하는 등 한 작품에서만 12명이 하차했다. <한국방송>의 한 피디는 “이들 세 작가는 인간은 악하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것같아 불편하다”고 했다.


윤석진 교수는 “막장의 강도가 강해지면 상황에 대한 인식이 둔화될 수 있다. 현실의 그악스러운 사건의 폐해를 개선하려는 노력보다 ‘그렇구나’ 하는 식의 체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방송사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10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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