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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산전후·육아휴직 예산 3360억 ‘바닥’

수요예측 못하고 늑장대책…“내일 지급 재개” 






한 살배기 첫 아이를 키우기 위해 육아휴직중인 직장인 이아무개(37)씨는 지난 2월부터 매달 육아휴직급여 50만원씩을 받아왔다. 그런데 지급일인 지난 28일에는 통장에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황당한 문자 메시지가 날라왔다.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센터가 “예산이 없어 급여 지급이 3주 동안 중단된다”고 알려온 것이다. 이씨는 “만날 여자들에게 애낳으라고 하면서 예산 배정도 제때 못하는 정부를 어떻게 믿으라는 얘기냐”며 “정부가 그러면서도 4대강 예산은 펑펑 쓰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진짜 생활비에 쪼들리는 사람들은 당장 분유값, 기저귀값이 궁할텐데, 정말 황당했다”고 말했다.

정부 예산이 떨어져 지난 23일부터 산전후 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 지급이 전국적으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지급 중단 사태는 정부가 수요예측에 실패한 데서 비롯됐다. 고용부는 지난해 고용보험 기금에서 지급되는 두 가지 급여 예산으로 올해치 3360억원을 배정했다. 산전후 휴가급여가 1963억원, 육아휴직급여가 1397억원이다. 그런데 육아휴직급여 항목에서 지난 10월 말부터 경고음이 들렸다. 배정 예산의 90%를 이미 쓴 것이다. 김은정 고용부 여성고용과장은 “지난해보다 올해 육아휴직급여 신청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지난해 올해치 예산을 짜면서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전후 휴가를 다녀온 이들 가운데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는 사람의 비율이 2008년 42.5%에서 지난해 이미 50.2%로 부쩍 증가했다는 점에서 올해치 예산 수요 예측이 힘들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올해에는 그 비율이 57%가량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3월부터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할 수 있는 자녀 나이가 3살에서 6살로 는 것도 이미 예정된 일이다.



수요 예측에 실패했으면 대응이라도 빨라야 했을텐데, 정부는 ‘거북이 행정’으로 사태를 키우고 있다. 고용보험 기금을 더 쓰려면 고용부는 기획재정부에 ‘기금변경’ 신청을 해야 하는데 고용부는 이달 18일에야 기재부에 공문을 보냈다. 23일께 기금 소진이 예상되는데 불과 닷새 전에야 조처를 취한 것이다.



고용부 고용보험정책과 쪽은 “기재부와 사전에 실무협의를 해야 했기 때문에 공문 발송이 늦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재부의 담당 공무원은 이런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범기 기재부 노동환경예산과장과 기금 담당자인 김경국 사무관은 “기금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지급이 중단된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29일 오후 4시까지만 해도 “12월 중순께까지는 지급이 재개될 예정”이라고 밝히더니, 1시간 뒤인 오후 5시께 “12월1일부터 지급을 재개하도록 조처했다”고 알려왔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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