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야근을 하고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데

택시 기사 아저씨의 절절한 사랑 얘기를 들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네요.

60대에도 사랑을 하는구나....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요. ㅎㅎㅎ

 

택시를 타자마자 아저씨께서 하시는 말씀이

"아가씨~(어두컴컴하니 제가 아가씨처럼 보였나봐요. 흐흐) 이 세상 모든 남자는 도둑놈이여~ 믿지 마~ 내가 택시 기사 하면서 도둑놈들 너무 많이 봐요~"

"그러시군요... 그런데 전 아가씨가 아녜요. 고맙습니다~"

"아, 그래요? 결혼 했어? 결혼 했다고 하니까 그럼 내가 얘기 좀 할게. 지금도 금방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회사 남녀 두 명을 태웠어. 여자가 인천쪽에 사나봐. 밤 12시가 다 되어가니 아가씨는 얼른 집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고, 남자도 데려다준다고 택시를 탔어. 왕복 8만원 준다고 하니까 좋다고태웠지. 그런데 인천쪽 가려고 가는데 여의도 벚꽃 축제때문에 경인로 길이 꽉 막히는거야. 그런데 이 도적 놈이 여자한테 이왕 늦은 김에 벚꽃 축제를 보고 가자는거야. 여자는 빨리 가야한다고 하는데 기어코 이 놈이 여자를 끌고 내리더라고. 난 그 여자한테 내리지 말라고 하고 싶었는데 내가 그럴 수 있어야지. 내가 택시 기사 4년 째인데 나이가 먹었든 안 먹었든, 교수든 청소부든, 결혼을 했든 안했든 남자들은 아무튼 여자 못 꼬셔 안달이야. 그러니 손님도 남편 믿지마~"

 

이야기를 재밌게 들으며 "그것도 사람 나름이지 않을까요?"라고 했더니

아저씨 자신있게 "모든 남자는 다 그렇다"고 주장하시는거예요.

웃으면서 계속 얘기를 이어가는데

 

이 아저씨가 갑자기 자신의 얘기를 하더군요. 자기 나이가 60이래요. 4년 전 아내분이 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하시더군요. 순간 숙연해진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반전.

 

아저씨가 2년 전 47살 아리따운 한 여자분을 소개받았다는 거예요. 그런데 자식들이 "엄마 돌아가신 지 얼마나 됐다고 다른 분을 사귀냐"며 핀잔을 줘서 자식들 몰래 만났대요. 이 분은 너무 그 여자분을 사랑했고 열심히 돈을 벌어 차도 사주고, 보험금도 대주고, 생활 용품도 사줬대요. 스마트폰도 사주고, 스마트폰 비용도 대주고요. 그런데 그렇게 사랑했던 여자분이 갑자기 병에 걸렸대요.

병원에 입원도 자주 하고, 많이 힘들어졌대요. 그런데 최근 보험금 80만원인가를 입금한 다음날, 그만 만나자는 선언을 하셨대요. 이별의 사유는 "내가 이렇게 아픈데 생활비를 안대준다"였다나요?

 

아저씨는 "그동안 내가 차 사주고 생활비 대주고 보험금 대주는 것에 대해서는 뭔가 해줬다고 생각하지 않더라"며 많이 섭섭하셨다고 합니다. 계속 그 여자분을 만나는 것을 시도했지만 그 여자분은 만나주지 않는 상태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아저씨가 아주 길게 자신의 이런 이야기를 제게 한 이유가 뭔지 아세요?

 

그 여자분이 자기가 사준 스마트폰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스마트폰 요금도 자신이 내어주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여자분이 성격이 곧아서 헤어질 생각이면 그렇게 자신이 사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연 그 여자분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는지 제게 애타게 물어보시는거예요...

 

아이구야... 머리가 지끈거리더군요... 순진한 표정으로 "난 그 여자를 못 잊겠다"는 60대 아저씨를 보며 60살이 되도 저렇게 누군가를 사랑하고 삶은 계속 되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13살 연하의 여인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아저씨가 한편으로 불쌍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 이야기의 진짜 반전은 택시 내릴 즈음... 아저씨께서 "사실은 그 여자를 제가 10년 전부터 알았어요. 그 전에는 그냥 아는 사이였고, 아내가 죽은 뒤에 본격적으로 만났다"고 하시더군요. 허걱. 아저씨가 그렇게 남자 믿지 말라고 강조하신 것이 자신이 그렇기 때문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ㅋㅋ

 

아무튼 택시 기사 아저씨들 중에는 이렇게 자신의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특히 야근을 하고 돌아가는 차를 타면 이런 저런 얘기 하시는 분들 많이 만나죠. ㅎㅎ

 

오늘은 시더분한 이런 얘기 게시판에 한번 올려봅니다.

60살 아저씨도 사랑을 하는데

베이비트리 독자분들 우리 모두 사랑하며 삽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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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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