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트리 속닥속닥 게시판에 가족 카테고리를 열었습니다. 아래 글은 한겨레신문 지난 토요판에 올려진 가족면 기사입니다.>


[토요판] 가족

뜨겁게 살고 싶어도 이 죽일놈의 자존심

신혼 초엔 얼굴만 봐도 뜨거웠는데…
이젠 살만 스쳐도 깜짝깜짝 
늘어가는 짜증, 욕구불만일까
용기를 내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결론냈다 ‘밀당 금지’

지난해 한 글로벌 제약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성관계 횟수는 매주 1.04회. 조사 대상 13개 나라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답니다. “가족끼리 그러는 것(성관계) 아니다”란 우스갯소리로 눙치기 일쑤지만, 이혼 사유로 가장 많이 꼽히는 ‘성격 차이’가 실은 ‘성적 차이’란 소리도 있죠. 이쯤 되면 섹스리스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문제가 아닐까요? 부부 여러분, 행복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위해 오늘 밤 다정하고 야릇한 밤을 구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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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사이의 ‘밀당’(밀고 당기기)은 연애 초기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우리 부부 사이에서 섹스가 사라지기 전까지. 결혼 8년차 우리 부부 사이에서 섹스가 사라진 건 첫째를 낳고 난 뒤였다. 겉으로 봤을 땐 아이 둘 낳아 잘 살고 있으니, 누가 우리 부부를 ‘섹스리스’라고 의심하겠는가!

나는 우리 부부가 섹스리스가 될 거라고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둘 다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불같이 연애할 때만 해도 섹스는 우리의 전유물이었다. 남편은 내 자취집을 밤마다 살쾡이처럼 드나들었고, 우리는 그때마다 뜨거운 밤을 보냈다. 당시 나는 정숙한 여성임을 자부했다. 그래서 음탕한(?) 생활을 하는 스스로를 한없이 부끄럽게 여겼다. 연애 100일 만에 먼저 남편에게 청혼을 한 건, 남들처럼 떳떳하게 섹스를 즐길 요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혼 후 우리 부부의 성생활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식사를 하다가, 청소를 하다가 불꽃이 튀는 경우가 잦았다. 남편은 수시로 설거지하는 나의 허리를 감으며 “아잉~ 우리 하자”며 달려들기도 했다. 가끔은 내가 먼저 남편에게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밀당’은 없었다. 우리의 취미이자 특기는 섹스였다. 자신의 의견을 서로에게 전달하는 일이 어색하거나 부끄럽지 않았더랬다.

하지만 지금 우리 부부에게선 섹스가 사라졌다. 지난 4~5년간 잠자리를 한 횟수가 채 스무번이 안 된다.(그사이 둘째를 낳았다. 서로 만취한 상태에서, 딱 한번 관계를 가진 게 임신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변수가 있긴 했지만, 이제는 남편과 한 침대에 눕거나 스킨십을 하는 것이 어색하다. 심지어 서로 살이 맞닿으면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였다. 이런 고민을 들은 친구들은 오히려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냐” 하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섹스리스의 화근은 첫째 출산 이후부터 잠자리를 거부한 내 탓이다. 첫아이를 낳은 뒤 남편은 무려 콘돔 10박스를 사들고 집에 들어와 기대에 부푼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껏 못했으니까, 이거 다 쓸 때까지 부지런히 하자. 그동안 나 너무 힘들었다.” 수컷의 본능(?)을 자제하느라 말 못할 고통을 겪었을 남편이 안쓰러워 ‘그러마’ 했다. 그런데 웬걸, 내 몸이 내 마음과 다르게 움직였다. 그때 나의 정신세계는 ‘모성’의 강한 지배를 받고 있었다. (그 콘돔은 여태껏 사용되지 못하고 먼지처럼 화장대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처음에는 “오늘 밤 같이 자자”며 수시로 달려드는 남편을 ‘의무방어전’ 치르듯 마지못해 받아줬다. 점차 거절 횟수가 늘어나고, 나의 짜증도 늘어만 갔다. “한번 하자.” “아이~ 싫어. 나 피곤해.” “오늘 밤 어때?” “애 깨면 안 돼. 재우기 힘들어.” “나 지금 샤워한다!” “그것이 뭐? 꼭 그렇게 해야 되겠어?”

참다못한 남편이 폭발한 건 4~5년 전쯤이다. “아니 꼭 이렇게 애원해야 하겠어? 내가 꼭 짐승 같다. 수치스럽다. 네 맘 알겠어.” 이 말을 끝으로 남편의 잠자리 요구는 자취를 감췄다. 최근까지 우리 부부에게 섹스는 금지어다. 반면 불행히도 나의 본능(?)은 남편의 요구가 사라진 뒤 활활 타올랐다. 그래서 몇 년째 나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남편에게 잠자리를 요구하고 싶지만,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남편의 잠자리 제안을 거부한 ‘원죄’가 있으니. 그리고 섹스를 둘러싼 이 팽팽한 ‘밀당’의 기싸움에서 밀릴 수 없다는 오기. 그 죽일 놈의 자존심. 그러고 보니 섹스 없는 밤을 야기한 건 ‘밀당’이었다. 평균 2개월간 월 1번 미만의 성관계를 가질 때, 의학적으로 섹스리스라고 한단다. 지난해 둘째를 출산한 뒤 우리 부부는 지난 1년 반 동안 단 한번도 관계를 갖지 않았다!

문득 우리 부부 사이 ‘섹스의 부재’가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말투에 짜증과 화가 묻어 있었다. 상대방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불만이다. 부부싸움의 횟수가 점점 늘어만 간다. 최근 연예인들의 이혼이 잇따르고 있다. 이혼 사유 ‘성격 차이’는 곧 ‘성적 차이’라고들 한다. ‘혹시 우리 부부도?’ 슬슬 걱정이 되었다. 더 심각해지기 전에 해결해야 할 것 같은 조급증이 왔다.

오랜 망설임 끝에 며칠 전 드디어 용기를 냈다. 퇴근길에 안주와 술을 사들고 들어가 얘기 좀 하자고 남편을 불러 앉혔다. “왜 같이 자자고 말 안 해?” “네가 싫어하니까. 짐승 보듯 하잖아.” “당신은 잠자리를 하고 싶었어?” “당연하지.” “내가 싫다고 해서 불만이었겠네?” “음…. 그 불만들이 말투 속에 묻어나왔던 거 같다.” “집안일 안 도와주고, 집안 엉망이라고 잔소리한 것도 그래서야?” “그런 것 같은데?”

그날 우리 부부는 오랜만에 한 침대에 누웠다. 너무나 편안했다. 오랜만에 둘이 마주보며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이제 다시는 밀당은 하지 말자”고 서로에게 약속했다. 잠자리에서는 100% 솔직할 것, 애정표현과 스킨십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이해하고 배려할 것 등이다. 아울러 매일 1번 키스하기, 포옹하기, 눈을 보고 웃어주기 같은 작지만 소소한 행동 지침도 만들었다.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나니, 까짓것 별거 아니다. 서로 눈치를 보며 밀당하느라 괜히 맘고생만 했다. 자존심을 버렸어도, 밀당만 안 했어도, 용기를 조금만 냈어도 갈등의 벽은 쉽게 허물어질 수 있었는데. ‘뚱뚱해서일까?’ ‘여자로서 매력이 사라진 걸까?’ ‘가슴 확대나 이쁜이 수술을 받아볼까?’ 나만 헛된 맘고생을 톡톡히 했다. 남편의 불만은 나의 외모나 몸매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부부 사이 잠자리는 본능 해소나 2세 생산을 위한 수단만이 아니다. 대화와 소통의 수단을 넘어 돈독한 관계를 만들고 마음의 안정과 가정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매개체다. 많은 부부가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밀당을 없앤 그날부터 확실히 돈독해졌다. 부부 금실과 행복한 가정을 위해 서로에게 솔직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잠자리가 싫을 때의 의사표현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부부 사이, 적어도 우리 부부 사이에서 잠자리를 가로막은 최대의 적은 밀당이었다. 내 생각에는 적지 않은 부부가 이 밀당 때문에 섹스리스가 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섹스리스로 마음고생을 하는 것 같다. 부부들이여! 이제부터라도 제발 밀당만은 자제하시길.

30대 후반의 평범한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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