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09213801_20140718.JPG » 허영만의 <식객2>

 00509265901_20140718.JPG » 박시인의 <저녁 같이 드실래요?>

침이 고인다. 지난달 말 허영만의 <식객>이 두번째 이야기 <식객2>로 4년만에 만화 독자들의 밥상에 새롭게 놓였다. 7월엔 철학과 음식 이야기를 한데 요리한 <맛있는 철학>이 나왔다. 웹툰에서도 <저녁 같이 드실래요?>(박시인·다음) <먹는 존재>(들개 이빨·레진 코믹스) 등 새로운 맛의 만화가 인기다.

허영만 ‘식객2’ 
‘동네 밥집’ 무대로 사람관계 그려

웹툰 ‘저녁 같이 드실래요?’ ‘먹는 존재’ 
‘저녁…’은 같이 먹는 남녀 이야기 
‘…존재’는 식도락 신화 걷어내

권혁주 ‘맛있는 철학’ 
12명 철학자·12가지 요리 버무려

<식객2>는 1부와는 좀 다른 맛이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27권 135개 에피소드를 이끌어왔던 주인공 성찬과 진수가 빠지고 ‘그냥 밥집’이라는 이름의 식당 주인이자 요리사인 고무신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이제 전국을 돌아다니는 대신 동네 밥집을 지킨다. 이야기를 맡은 이호준 작가는 “허영만 화백은 오래 전부터 ‘은퇴하면 작은 가게를 얻어 그날그날 요리해서 아는 사람들과 술 한잔 나누고 싶다’고 했는데 식객 완결편을 내면서 그 꿈을 만화로 그렸다. <식객2>에선 음식 재료에 대한 정보는 줄이고 사는 이야기와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평범한 식당이라면 사람들의 관계는 늘 이어지고 풍성해지니까 식당을 무대로 삼았다 ”고 전했다. 대구내장젓이나 김해 뒷고기, 갑오징어처럼 가끔 진귀한 음식도 나오지만 소박한 동네 식당답게 된장찌개나 비빔국수, 오이소박이 처럼 늘상 먹는 밥 이야기가 더 많다.

‘무엇을 먹을까’에서 ‘누구와 어떻게 먹을까’로 무게 중심을 옮긴 <식객>의 변화는 스토리텔링이 강화되는 요즘 음식 만화들의 경향을 보여준다. 웹툰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가끔 만나 저녁 한 끼 같이 먹기로 한 남녀 주인공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주인공들은 혼자 고기 구워먹기 민망해서 같이 밥먹는 사이가 됐다. 치킨과 맥주, 회, 보쌈, 달콤한 케이크도 나누면 더 맛있다. 이 만화를 그리는 박시인 작가는 “연재를 못해 돈이 없을 때 요리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허기를 달랬다. 그때 음식과 맛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경험이 만화가 됐다.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잘 먹지 못하는데 만화 속 수제 햄버거는 한번도 먹어보지 못하고 그렸다”고 한다.

 
00509212901_20140718.JPG » 들개 이빨의 <먹는 존재>

 00509212301_20140718.JPG » 권혁주의 <맛있는 철학>

반면 웹툰 <먹는 존재> 여주인공은 꼴보기 싫은 상사와 먹느니 혼자 온메밀 우동에 젓가락을 꽂는 쪽을 택한다. <먹는 존재>는 일본 식도락 만화가 전파한 음식에 대한 신화, 닭살돋는 존경을 치우고 솔직한 배고픔을 드러낸다. 먹음직스러운 그림도, 비싼 요리도 없지만 떡볶이 국물에 적신 튀김과 삼각김밥으로 “질낮은 양아치 새끼 같은 배고픔”을 수습하는 도시생활자에 대한 공감이 독자들의 뇌와 위장을 자극한다.

<맛있는 철학>을 그린 권혁주 작가는 “요리를 그리는 것과 먹는 모습을 그리는 것은 다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꼭 주인공이 무언가를 먹는 모습을 넣었다고 하는데, 음식만화를 연재해보니 만화 주인공이 먹는 모습은 독자들과 식사를 같이 하는 듯한 교감을 낳는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맛있는 철학>은 우리 요리만화계에 차려진 이색 메뉴다. 대학교에서 철학강사를 겸하고 있는 만화가 권혁주씨는 <마스터셰프 코리아> 출연자 박준우 요리사와 철학박사 신승철씨의 도움을 받아 12명의 철학자와 12가지 음식 이야기를 한데 버무렸다. 주인공이 아버지와 갈등하는 대목에서 신승철씨는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의 딜레마’를 떠올리고 박준우씨는 달콤한 복숭아 조림 누룽지탕이라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칸트처럼 딱딱한 누룽지 위에 니체처럼 감각적인 복숭아를 얹으니 낯설지만 맛있어 보인다. 신승철 박사는 “삶의 많은 문제를 먹거리를 통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윤리, 안전, 예술적인 음식…. 요리는 차이와 다양성의 향연이다. 관계가 좌절된 현대에 자극을 주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각 작가 제공

(*한겨레 신문 2014년 7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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