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잠실동 사람들, 2015, 한겨레출판>을 통해서 였다. 조금 과장된 부분이 없지 않지만 현실을 잘 반영한 소설이라고 생각했고,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졌다.
하여 베이비트리 생생육아 필진으로 합류 소식은 더 없이 반가웠는데, 소설가 정아은의 엄마의 독서 코너에 연재된 글은 기대보다 흡족하지 못했다.
이번 베이비트리 [책 읽는 부모]에서 보내 준 책이 바로 정아은 작가의 <엄마의 독서, 2018, 한겨레출판>. 읽으려고 쌓아 둔 책이 좀 있기도 했지만, 반갑기 보다는 숙제를 받은 느낌이 들어 이 책을 펴드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진작 읽을걸~ 하는 후회와 저자에 대한 미안함이 앞섰는데, 연재된 글과 책은 같은 글이었지만 느낌이 전혀 달랐고 책이 훨씬 좋았다.
책은 저자가 엄마된 직후 부터 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육아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그 때 읽었던 책. 책에서 얻은 것, 얻지 못한 것 그리고 반발 이런것 들이 한데 어우러져 특정 책 한 권에 대한 단편적 감상이 아니라 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 대한 고찰도 있고, 남편(아빠)에 대한 이해도 있다.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하는 후회도 있지만 같은 책도 훗날 다시 읽어 보니 다르게 보이더라는 부분이 있는 것을 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책이 아니라 그 책을 읽는 '나' 자신이 아닐까?
이 책에는 육아를 하면서 끊임없이 독서를 하는 우아한 엄마는 없다. 대신 하루에도 천사와 악마를 수 없이 오가는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와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도 '육아를 책으로 배웠다'할 정도로 적지 않은 육아서를 읽었는데, 저자는 정말 많은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 보고 좋은 엄마 아니, 보다 나은 엄마가 되고자 부단히도 노력했음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육아와 살림이 파묻혀 지내면서도 시간을 내어 글을 썼다. 결국 그렇게 멈추지 않았던 글쓰기로 소설가가 되었으니 그 의지와 노력 또한 대단하다.
<엄마의 독서>에는 정말 많은 책이 언급되는데 이미 읽은 책도 많지만 정말 읽고 싶은 책도 많이 생겼는데, <팬티 바르게 개는 법 : 어른을 꿈꾸는 15세의 자립 수업, 미나미노 다다하루 저, 공명, 2014>는 당장 읽고 싶은 책이고, 심지어 <어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돼라>이후 끊었던 전여옥의 <흙수저 연금술>도 읽고 싶어졌으니 이것이 바로 저자의 힘이렸다.
이렇게 읽고 싶은 책이 생기는 독자를 위해 책 끝자락에 목록으로 정리까지 해 두었으니, 이 책은 추가 독서를 마구 마구 부르는 이상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육아에 대한 끊임 없는 질문과 꾸준한 독서 두 가지 모두를 만족시킬 책이 있다면 바로 <엄마의 독서>가 아닐까?
강모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