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초등학교 상담주간이다.
학기 초 상담은 아이를 더 잘 알고 있는 학부모가 아이를 맡으신 담임 선생님께 아이의 성향이나 습관 등을 알려드리고, 선생님은 학기 초 아이의 수업 태도를 알려주시면서 학부모에게 궁금한 것을 여쭤보시는 차원의 상담이 이뤄진다.
올해로 2년 째 학교 상담 주간을 맞았다.
상담 주간이 시작되기 전 학교에서 공문이 나왔다.
'불법찬조금 및 촌지 수수에 관한 안내'였다.
불법찬조금, 촌지가 근절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상담 주간이 되면 선생님을 뵈러 갈 때 무엇을 사들고 가야하나 고민하는 사람들은 많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아이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내 아이를 맡아 돌봐주시는데, 가르치시는데 빈 손으로 가기가 뭐해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롤케잌, 선생님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화장품, 같이 마실 수 있는 커피 정도.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상담하러 가실 때 무엇을 들고 가시나요?
저는 안 들고 갑니다.
촌지 하지 말라고 하지만 주는 사람 있고 받는 사람 있다고 하더라구요.
하려고 하는 사람은 어떤 방법으로라도 한다고.
음료수 병 안에서 지폐가 나왔다는 둥, 케잌 밑에 봉투가 들어있었다는 둥.
다들 들어보신 이야기 아닌지?
저는 다행히 두 아이를 키우면서
전반적으로 상담 때 뭔가를 사들고 가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다들 뭔가를 하는데 나만 안해도 될까 뭐 이런 고민 한적이 없었어요.
참, 다행이었죠.
저는 첫아이 학교 입학 전에 학교에서 만약에 촌지 이야기가 오가면
어떻게 해야하나라고 저보다 먼저 아이를 키우신 선배맘들께 여쭤봤어요.
선배맘들이 그러시더라구요.
하는 사람은 어떻게라도 하니 그런 사람 못따라간다고
나만이라도 안하면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 맞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상담주간에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작은 선물이라도 드렸으면 하는 게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선물이 한도 끝도 없이 커져버려 불신을 만드는게 문제인거죠.
그래서 문제가 커질 수 있는,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은 안하는게 낫다고 봐요.
'저 엄마 케잌 들고 가네.' 이렇게 보이는대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저 케잌 밑에 뭔가가 더 들어있지 않을까'라고 오해를 일으킨다는 거죠.
우리 아이 맡으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으시다면
녹색어머니회, 학부모회 등 학기 초에 학교에서 조직하는 학부모단체 활동을 하시거나
학교에서 행사를 할 때 학부모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 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시면 좋겠어요.
학부모 일일 교사라든가 학교에서 주최하는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이죠.
직장 일로 참여가 힘들다면 학부모들과 함께 하는 SNS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주말에도 부모님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있어요.
또는 방학 때 도서관을 지키는 자원봉사도 있구요.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 게 제 일인지라
여기 저기 꽃망울을 터뜨린 봄꽃들을 요즘 많이 봐요.
개나리, 진달래, 목련. 곧 더 화사하게 피어나겠죠.
이제 막 돋아나는 연초록의 새싹들을 보니 이젠 완연한 봄이구나 싶어요.
학부모님들 상담주간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