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목욕시키다 팔에 퍼렇게 들어있는 멍을 보고 깜짝 놀라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지난 한 주 간 출장으로 아이와 함께하지 못해서 아빠가 대신 어린이집에 통원을 시켰거든요. 

친구랑 장난감을 두고 다투다 물렸다고 선생님께서 말씀을 해 주셨답니다. 이 주 전쯤에도 물려서 멍이 들어온 적이 있어서 속상했었는데 나름 선생님께는 쿨한 척, 아이들이 놀다보면 그럴 수 있지요 하며 일단 웃고 돌아섰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자리에 전에 든 멍이 가시기도 전에 그 아이의 치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든 멍을 보며 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려웠습니다.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응 엄마, ##가 물었어, 아파서 엉엉 울었어" 하는 겁니다. 그런데 아이가 대는 이름이 전에 물었다는 친구 이름과 같은 거에요. 이제 만 두 살 반 되어가는 녀석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름을 대는 거겠지 싶으면서도 전에도 몇 번 그 아이 이름을 대면서 맞았다, 물렸다 이야기 한 적이 있어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우리 아이가 그 아이를 무서워하면 어쩌나, 괜히 따라서 다른 아이들을 물거나 때리면 어쩌나, 무엇보다 그 멍이 빨리 가시지 않으면 어쩌나 오만 걱정이 다 들더군요. 


에잇, 이번 한 번만 더 참고 또 그러면 선생님께 말씀을 드려야겠다 나름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데 주말에 잘 놀다가도 상처가 보이면 그 때가 생각나는지 "엄마, 이거 ##가 물었지, 아팠어" 하는 겁니다. 옆에서 남편은 아이가 심리적으로도 상처를 입었을지 모르니 선생님께 알려야하는 게 아닌지 저를 부추기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혼란스럽더군요. 우리 아이도 다른 아이를 때리거나 꼬집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리고 자기 아이만 감싸고 도는 엄마가 되고싶지 않아 늘 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게 조심스러웠는데 이번엔 정말 알려야하는 게 아닌지...


오늘 아침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길에 참 많은 생각이 오갔습니다.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혹시나 그 아이 엄마가 있으면 솔직히 표정관리 힘들거 같은데, 만약에 다른 엄마가 우리 아이가 자기 아이를 때리거나 물었다고 그러면 난 어찌 대처를 할까... 


주말에 아이가 어땠는지 선생님께 간략히 보고를 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아이가 팔에 난 멍을 자꾸 이야기를 합니다. 전에도 몇 번 물려왔었는데 물었다는 아이 이름이 매번 같아서요. 혹시 확인을 부탁드릴 수 있을까 해서..." 

가면서 얼마나 이 말을 연습했던지요, 그런데도 입이 잘 떨어지지 않더군요. 다행히 선생님은 제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주시고 아이의 상처를 확인하신 후 그 아이와 함께 있는 경우 더 조심을 해 주시겠다 약속을 해 주셨습니다. 

멀리 다른 아이들 틈에서 물었다는 아이와 정말 아무일이 없었다는 듯 함께 놀고 있는 제 아이를 보고 엄마가 다짜고짜 화부터 내는 실수를 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저러다가도 또 물려서 멍이 들어 오겠지요, 그치만 그 땐 조금 더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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