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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 입학 시기의 일본 어린이를 그린 책 [짝궁 바꿔주세요]/다케다 미호>

 

 

여기,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여자아이가 있다.

학교 갈 시간이 되었는데도 웬지 가기 싫다. 열도 좀 나는 것 같고 배도 좀 아픈 것 같다.

학교만 가면 옆자리에 앉은 짝궁이 괴롭히기 때문이다.

책상 위에 금을 그어 넘어오면 때리겠다!며 노려보질 않나, 덧셈할 때 손으로 센다고 선생님한테

큰소리로 이르질 않나, 급식 먹을 때 먹기 싫은 음식을 몰래 남겼다고 떠들질 않나...

그런 짝궁의 모습은 그림책 장면 내내 초록색의 커다란 공룡의 모습으로 나온다.

그런 짝궁이 자기가 부러뜨린 여자아이의 연필을 테잎으로 감아 고쳐주며 말한다.

"미안해"        그제서야 공룡에서 평범한 남자아이 모습으로 돌아온 짝궁이

"내가 덧셈 가르쳐 줄까?" 라고 묻고, 여자아이는 "됐어. 또 괴롭힐 거잖아."라고 말한다.

 

이 그림책은 초등학교 입학 시기의 일본 어린이들에게 꽤 알려졌는데, 

이제 막 시작된 학교생활과 친구관계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받고 소심해지는 요즘 아이들의 내면과

친구를 괴롭히는 방식으로밖에 친해지고 싶은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현대의 아이들의 모습이

엿보인다. 우리집 큰아이도 초등 입학 무렵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친구와 갈등을 겪는 내용이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이런 책을 보며, 새 생활과 환경에 대한 불안과 긴장을

미리 연습하고 안심하는 듯 했다.

이제 곧 4학년이 되는 딸에게 "짝궁이 공룡으로 나와서 그때 무서웠어?" 하고 물어보니,

"무섭긴 뭐가 무서워. 그냥 짝궁이지. 공룡은, 엄마가 공룡이잖아!"

;; ... ...

 

여기 한국의 초등학교 입학기를 보여주는 또 한 권의 재밌는 그림책이 있다.

40년 전인 옛날과 지금 시대의 초등 입학 즈음의 풍경을 그림일기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취학통지서, 예비소집일 등 40여년 세월을 사이에 둔

한국의 두 어린이의 감정과 일상 생활이 비교해서 볼 수 있고

어른이 아이와 함께 보며 자신의 입학 시절에 대해 이야기들려주면 재밌을 것 같다.

 

i9788943308827.jpg<학교 가는 날 / 송언>

 

두 시대의 그림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웃음이 난다.

풍족하지 않았지만, 70년대의 아이와 어른들 그리고 그때의 일상과 그림에 등장하는 소품들이

정겹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가족과 학교를 둘러싼 우리 삶이 참 많이 달려졌다는 것도 알 수있었다.

 

입학 전에 부모와 목욕탕을 가고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40년 전의 부모에 비해,

그때보다 훨씬 많은 준비를 시키며 학교를 보내면서도

웬지 불안해하는 요즘 부모들의 모습도 보인다.

 

그러고 보니, 입학을 앞둔 아이들 뿐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새로운 학년과 환경을 맞이하고

적응하는 시기가 되었다. 부모의 곁을 떠나 처음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유아들도 있고,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새로운 선생님과 아이들의 친구 엄마들과

새로 만나고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긴장하게 되는 때다.

일본은 '마마토모'(엄마친구)라고 해서 같은 학부모들끼리의 네트워크가 아주 중요하다.

싫든 좋든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일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보다 더 긴장하기도 한다.

큰아이를 벌써 4학년까지 키웠으니, 매년 겪는 이런 일에는 능숙해진 나지만

그래도 환경이 바뀌느라 어수선한 요즘은 신경쓸 일도 많아 피곤해하고 있던 참이다.

 

변화는 성장의 기회

발표회다 작품 전시회다 해서 매주 아이들의 유치원이나 학교를 방문하느라

바쁘고 조금은 귀찮기도 한 나에게 큰아이가 뜬금없이 묻는다.

"엄마, 이야기 속 주인공은 마지막에 항상 성격이 바뀐대."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처음엔 잘 안 되던 게 여러가지를 겪고 나서 이야기 마지막엔 잘 되게 되고 그래서 바뀌는 거래.

그래야 주인공이래. 오늘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그러셨어."

 

아이가 말하는 '바뀐다'는 뜻은 아마도 '성장'을 말하는 것이리라.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적응을 못 하면 어떻하나...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걱정과

그에 따른 대책마련까지 해 두어야 할 만큼, 우리는 어려운 시대를 살아내고 있다.

하지만, 변화가 없으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없다.

새로운 환경에서 예기치 못한 단짝 친구를 만날 지도 모르고, 너무 좋은 선생님을 만날 지도 모르고

또 나도 마음맞는 엄마친구를 만나 행복해 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도 나도 다가오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부딪혀 볼 일이다.

가끔 힘든 일을 겪을 때면 그것 역시 좋은 경험이고

아이에겐 관계의 면역을 기르게 되는 기회도 될 것이다.

벌써 3년 전 일이 되었지만, 큰아이가 초등 입학을 하던 날, 나는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외국에서 외롭게 아이를 키우며 그 아이가 무사히 내 품을 벗어나

학교 갈 나이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도 나 자신도 신기하고 대견스러웠다.

우리 둘 다 힘든 시기도 겪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때의 일들 덕분에 아이도 나도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실패를 경험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것은 부모로서 힘든 일이지만,

언제나 든든하게 마음으로 응원해주는 가족이 있다는 믿음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완벽한 능력과 준비를 갖춘 상태가 아니라도 아이가 그동안 건강하게 살아온 시간만으로도

기특해 하며 머리쓰다듬어 줄 수 있었음 좋겠다.

엄마인 나 자신도 힘든 육아의 시간을 잘 견뎌내 왔음을 스스로 축하해주면 좋겠다.

 

새봄, 변화를 앞둔 모든 아이들과 엄마들, 화이팅이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소중한 시기를 신나게 즐겼으면!  입학을 앞둔 분들, 모두모두 축하드려요^^

 

 

IMG_3743.JPG

 <초등 입학식날, 집을 나서기 전의 딸. 뭐가 그리 신난지  늘 싱글벙글이던 그때.

   아이들은 변화를 무척 기다리고 즐기기까지 한다. 그 유연함이 너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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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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