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되찾은 맥주, 단잠, 외출… 아이가 점점 나와 멀어지는 게 아릿


만 7개월. 모유를 끊었다. 이건 계획에 없던 일이다. 적어도 돌까지는 모유를 먹이고 싶었다. 그런데 도저히 먹일 수가 없었다. 만 6개월이 되자 아이는 젖을 깨물기 시작했다. 물려본 사람은 안다. 그 아픔을. 처음엔 참았다. 참을 만했다. 그러나 물린 젖에 상처가 나면서 염증이 생겼다. ‘이스트 감염’이라고 불리는 이 질병의 통증은 상상 이상이었다. 밤중 수유를 마치고 나면 가슴이 칼로 베이는 듯한 통증이 2시간 넘게 지속됐다.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며 고통을 참았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가슴에 번개를 맞은 것 같다’고 돼 있었다.

145560960549_20160217.JPG » 아가야, 젖병은 그렇게 무는 것이 아니란다. 그래도 젖병을 좋아해줘서 고마워. 송채경화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바르고 통증이 가시는가 싶었지만 아이가 반복적으로 깨무는 통에 염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이가 깨물 때마다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안 돼”라고 얘기해봤지만 아이는 엄마 표정이 신기한지 웃기만 했다. 가슴에서 피가 흘렀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게 공포스러웠다. 젖을 제대로 먹이지 못하니 유선염이 왔다.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프고 열이 올랐다. 숟가락을 들 힘이 없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하루 종일 누워 있으면서 결심했다. 모유를 끊어야겠다고.


나에게는 모성애의 상징과도 같았던 모유를 끊고 나자 죄책감이 고개를 들었다.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는 적어도 두 돌까지 젖 먹이는 것을 권장한다. 그만큼 아기에게 모유가 좋다는 의미다.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책 <프랑스 아이처럼>을 펼쳐들었다.


프랑스에서는 거의 모유를 먹이지 않는다고 한다. 책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프랑스에 사는 한 영국인이 의사에게 ‘13개월 된 아이에게 아직도 젖을 먹인다’고 했더니 프랑스 의사가 물었다. “남편은 뭐라고 하나요? 정신과 의사는요?” 프랑스에는 아이에게 3개월 이상 젖을 먹이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그래도 프랑스 아이들은 더 건강하단다. 책에는 프랑스의 유니세프 건강평가 등급이 선진국 평균보다 약 6점 이상 앞선다고 나와 있다. 모유를 신성시하고 분유 먹이는 것을 ‘아동학대로 취급하는’ 미국은 평균보다 약 18점 아래다. 물론 이런 지표가 ‘분유 먹는 아이가 더 건강하다’는 것을 가리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 책은 죄책감을 가시게 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했다.


모유를 끊음과 동시에 자유가 찾아왔다. 드디어 술을 마실 수 있게 됐다! 하루 종일 육아에 시달리다가 아이를 재우고 난 뒤의 맥주 한잔. 그게 그렇게 간절했었다.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게 됐다. 수유 때문에 3시간 이하로 제한됐던 외출도 이제는 남편의 시간이 허락되는 만큼 가능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해방은 밤에 찾아왔다. 모유를 먹일 때는 새벽에 두 번씩 깨던 아이가 분유를 먹이기 시작하자 거짓말처럼 12시간 동안 한 번도 깨지 않고 잤다. 으하하, 난 이제 자유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기분이 아니다. 왜 이렇게 마음이 허전하지? 아이는 젖병에 잘 적응했다. 다른 아이들이 그렇듯 젖을 먹겠다고 엄마 품으로 파고들지도 않았다. 엄마한테 안겨 있다가도 젖병을 가져오면 엄마 가슴을 밀어내고 젖병을 손에 쥐었다. 모유를 끊음과 동시에 아이의 잇몸에선 새하얀 이가 돋아났다. 아이의 성장을 축하하면서도 기분이 묘했다. 아이가 점점 나에게서 멀어지는 것 같았다. 우습게도 아직 7개월인 아이를 두고서 언젠가는 이 아이가 나를 떠날 것이라는 사실이 실감됐다. 벌써부터 마음 한곳이 아릿해졌다. 그동안 모유는 족쇄이면서 동시에 아이와 나를 연결하는 마지막 남은 탯줄이었다. 그걸 끊는 일은 어쩌면 아이보다 엄마가 더 힘들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따라 아이를 재워놓고 돌아서면 아이가 그립다.


(*이 글은 한겨레21 제1099호(2016.2.16)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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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채경화
결혼 안 한다고 큰 소리치다가 서른넷에 결혼했다. 아이를 안 낳겠다고 떠들다가 결혼한지 1년 만에 아이가 생겼다. ‘평생 자유롭게 살겠다’던 20대의 꿈은 잠시 접어두고 하루하루 모성애를 탐구하며 보내는 서른 여섯 초보 엄마. 2008년 <한겨레>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를 거쳐 <한겨레21> 정치팀에서 일하다 현재 육아휴직중이다.
이메일 :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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