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어땠나 하면 칭찬을 받아들이는데 아무튼 서툴렀다.

"안녕, 잘 지내지?"를 대신한 "똑똑하네. 예의바르군" 같은 의례적 인사말에도 "아닙니다. 아니에요."라며 손부터 내젓고 겸연쩍어 했달까. 아마 어떤 식으로 반응해야 좋을지 몰랐던 게 분명하다.

 

이런 광경을 보며 자라다보니, 나 역시 칭찬을 넙죽 받아들이는 것은 예가 아니라 여기게 되었다.

하여 "새로 산 옷 예쁜데?"라는 여자들 사이 흔한 신상 추어올리기에도 "아니, ." 얼버무리며 그럴 거면 새 옷을 왜 샀소?라는 기분에 사로잡히는가 하면 "긴 머리보다는 (그나마) 짧은 머리가 낫다"는 칭찬인지 아닌지 모호한 말에도 "글쎄. 그런가? 잘 모르겠는데" 얼굴을 붉혔다.

당연히 반대 부류의 사람들-"옷 예쁘오"란 칭찬에 "괜찮지? 잘 어울리지?"라며 곧이곧대로 담백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거리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럴 거면 칭찬 따위 안 하면 좋을 텐데 말이다!

 

칭찬 받기 어색한 마음은 아이를 키우는 요즘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니,

길 지나던 어르신이 심심하던 차 말이나 걸어보자 싶어 던지는 상투적 구문 그 놈, 참 귀엽구먼뭘요, 애들이 다 귀엽죠.(실상 대부분의 아이들이 징징대지만 않으면 귀엽다.)”라거나 아이고, 몇 살? 어찌 이리 말을 잘 해? 영리하네, 영리해.(또래 아이를 둔 이가 아니라면 요즘 아이들의 지력이 과거에 비해 비약적 상향평준화를 이뤘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라는 감탄에 요즘 애들 다 이래요. 다들 똑똑해요하며 굳이 현실을 일깨우며 칭찬에 찬물을 뿌리는 것이다.

우리 어린이, 몇 살?”

네 살.”

어머, 근데 키가 참 크네.”

공원에서 만난 학습지를 권유하는 선생님에게조차 굳이 진실을 전달하려 애를 쓴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얘네 반에서 제일 작습니다.”

심지가 굳다면, 하아, 참으로 굳은 엄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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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한 날, 아이네 반 엄마와 이야기를 좀 하게 됐다. 그리고 돌아선 후, ‘칭찬 받아들이는 자세의 문제 이전에 나라는 엄마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말았으니.

대화를 반추해 보자면.

애 밥 잘 먹어요? 우린 앤 너무 안 먹어서 원. (속이 상합니다).”

그래요? 우리 앤 안 먹을 때도 있지만 잘 먹을 때도 많아요.”

우리 앤 혼자라 그런지, 스스로 뭘 안 해요. 신발도 벗겨줘야 하고 옷도 일일이 입혀줘야 하고 (속이 터집니다.)

”"애들이 다 그렇죠. 우리 애도 잘 못하는데 어쩌다 할 때도 있어요. 하고 싶은 때가 있나 봐요. 그런데 참 우리 앤 숫자를 20까지 세어요. 그 쪽은?”

숫자는 다 세는데 그게 뭐 대단한가요, (칭찬할까 봐 방어) 때 되면 다 하죠, .”

대단하네요. 글자도 좀 읽죠?”

대충 다 읽는데 (다시 방어) 그런 건 때 되면 다 하잖아요. (서둘러 화제 전환) 얜 숫자나 언어만 빠르지 창의력이 없어요.”

창의력이요?”

"블록 쌓기를 다양하게 하는 애들도 있잖습니까, 그런데 우리 애는 죽어라 높이 쌓기만 합니다. 로봇 조립 같은 것도 전혀 못하고요.”

아이유, 무슨 벌써 창의력이에요, 하하.”

애가 절 닮아 창의력이라곤, (당최 없습니다.)”

아이의 부족한 점을 피력하는 걸로는 부족해 본인도 함께 끌어내리기 시작한다.

전 제가 과학을 잘했거든요. 조립하고 쌓고, 이런 활동도 좋아하고. 그래선지 애도 잘 하더라고요.”

역시! 애가 엄말 닮아 잘하는군요. 지난번에도 보니 의젓하게 잘 하더라고요.”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데에는 인색하지가 않다!

 

, 이 엄마는 칭찬이고 뭐고, 제 아이 부족한 점만 늘어놓음으로써 남의 아이 우수한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혹여 내 아이 칭찬할 새라 칭찬 소재가 등장하기 무섭게 방어 태세에 돌입, 화제 전환을 시도하기까지.  그러다 보니 언제나 내 아이는 부족하고 남의 아이는 뛰어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란다면 아이는 늘 제가 모자란다고 여길 게 틀림없다.   

 

애가 가진, 서툴지만 이제 막 반짝반짝 빛이 나기 시작하는 재능을 솔직하게 칭찬하고, 다른 이의 칭찬에도 순순하게 감사를 표하는 게 올바른 태도일 텐데, 이거 원, 곧이곧대로 예예, 그렇습니다. 그걸 많이 잘 합니다.’하기도 쑥스럽고 넙죽 고맙습니다.’하기도 뻔뻔한 것 같고.

 

대체 어떤 식으로, 칭찬을 받아들이는 우아하고 세련된 태도를 익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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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주
나이 마흔에 엄마가 되었습니다. 남들 한 마디 할 동안 열 마디 한다며 타박 받을만큼 급하고 남 이야기 들을 줄 모르는 성격이었거늘, 걷고 말하는 것 등 모든 것이 늦된 아이를 만나고 변해갑니다. 이제야 겨우 기다리고, 세상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사람에게 처음 다가온 특별함, 아이와 함께 하는 날들의 이야기가 따뜻함으로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이메일 : toyohar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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