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사진.jpg  (사진 출처 unsplash) 

 2009,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이 엄마가 아니었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변화를 동반한 것처럼,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은 한 아이의 엄마였을 때는 상상할 수 없던 지각변동을 동반했다. 둘째를 출산하기 전, 이미 두 아이의 엄마가 돼 있던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아이가 둘이 되면 일이 두 배로 늘어날 것 같지? 아니야. 일이 네 배, 다섯 배, 아니 무한대로 늘어나.” 아이가 하나일 때 어떻게든 사회적인 삶을 유지하려 애쓰던 부부들이 둘이 되면 모든 걸 포기하고 가정에만 매달리게 된다는 말도 덧붙여주었다. 그러나 겪기 전에는 어떤 일이든 절대 그 강도를 알 수 없는 유한한 인간인 나는 당시 그 말을 조금도 알아듣지 못해서, 실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뒤 거의 패닉에 가까운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아이가 둘이 된다는 건 일이 두 배가 되네, 세 배가 되네하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건 가능과 불가능의 사이에서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뛰어다니는 일이었다. 아직 돌도 안 된 갓난아이가 자고 있는데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큰아이를 마중 나가야 하고(세상모른 채 자고 있는 아이를 와락 깨워서 둘러업고 나가야 하나? 아니면 그대로 두고 나가야 하나? 그대로 두고 나갔다가 혹시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지?), 작은아이를 재워야 하는데 큰아이가 놀아주지 않는다고 울고(30분에 걸쳐 겨우 갓난아이를 재웠는데 방문을 확 열고 들어와 막 잠든 동생을 깨우는 큰아이!), 작은아이가 열감기에 시달리고 있는데 큰아이 유치원 행사에 꼭 참석해야 하고. 돌보는 손은 하나인데 아이는 둘이니 매 순간 한 아이를 방치하거나 데리고 가는 것 중 선택을 해야 했고,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와 죄책감이 후폭풍으로 따라붙었다.


이 시기에 나는 애를 봐달라며 여기저기 구걸하고 다녔는데, 상황이 너무 급박했기 때문에 부모님과의 적절한 거리감이라든가 자존심같은 건 도무지 챙길 겨를이 없었다. 가끔 자존심을 지켜보겠다고 나 혼자 둘째를 둘러업고 큰아이 관련 일에 참가하면, 두 아이 모두 마음을 다치게 되어 역대급으로 오래가는 초강력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아이가 하나일 때는 그나마 배 속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을 가지고 먹었던 밥도, 이제는 대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내가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자체를 알 수가 없었다. 언제나 배가 고팠으니까. 시간에 쫓겨 급하게 욱여넣는 밥은 조금도 포만감을 주지 못했고, 나는 틈만 나면 먹을 걸 배 속으로 쓸어 넣으며 이미 살로 출렁이고 있던 몸 면적을 나날이 늘려나갔다. 이때도 큰아이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이 지금 살 안 빼면 큰일 난다는 충고를 시도 때도 없이 퍼부었지만, 아이 하나일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늘어난 집안일에 치인 나는 그런 충고에 기분이 상할 만한 에너지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집안일에 치여 육체적으로 지쳐 있었지만, 이 시기에 나를 가장 괴롭게 한 건 육체의 피곤함보다는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였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뒤, 아이들에게 잘해주려 애쓰다가도 어느 순간 폭발해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대는 버릇이 내 안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큰아이가 제힘으로 제법 많은 것을 하게 된 즈음이었을 것이다. 포효는 주로 조금 더 어른에 가까운 큰아이를 향했다. 아이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보며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했지만, 분출하기 시작한 굉음과 분노에 찬 손짓 발짓, 한 맺힌 듯 풀어내는 폭언은 제 리듬을 타고 맹렬히 기세를 높여갔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나는 갈 데까지가버렸고, 아이가 잘못했다면서 한참 눈물을 흘린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그 상태에서 빠져나왔다. 그런 날 밤이면, 죄책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물을 글썽이며 애정을 호소하던 아이의 눈빛이 자꾸 떠올라 도저히 의식을 놓을 수 없었다. ‘아이한테 상처를 주었다. 아이는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악마 같은 엄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으면서도 며칠 지나지 않아 같은 행동을 되풀이했다. 참다 참다 한순간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구르며 분노를 표출하고. 반복될 때마다 행동의 강도는 조금씩 높아졌고, 급기야는 손을 쳐들어 아이를 내리치기 직전에 이르렀다. 가까스로 나를 추스른 이후로,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아이한테 자꾸 화를 내요라는 검색어로 시작한 장시간의 서핑 끝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육아서를 읽거나 부모 교육 강연을 들으러 다니는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전문가에게 개인 상담을 받으러 가는 게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방법 같아 보였지만 내가 향유하기에는 너무 값비싼 여정이라 몇 번 검색을 해보다 포기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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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은
헤드헌터, 번역가, 소설가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살아왔지만 저의 제1 정체성은 언제나 ‘엄마'였습니다. 엄마 경력 12년에 접어들던 어느날,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너무 아등바등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요. 그때부터 이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엄마'란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내기 위한 고투의 시작이었지요. 2013년 < 모던 하트 >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고, 이후 장편소설 < 잠실동 사람들 >, < 맨얼굴의 사랑 >을 펴냈습니다.
이메일 : emma750322@hanmail.net      
블로그 : http://blog.naver.com/emma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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