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03800-1.JPG

 

 나는 엄마 없이 못 살아. 서울 가지마.”

 

바다가 잠자리에서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서울 수업에 가는 비행기 표 발권을 해놓고도

바다 때문에 가야되나 말아야 되나 계속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바다의 이 말을 듣고 결정을 내렸다.

가지 말자. 바다를 더 힘들게 하지 말자.’

 

작년 9개월 동안 바다는 내가 한 달에 한두 번

표현예술치료 공부를 하러 서울에 갔을 때마다

많이 울고 화를 냈다.

내가 전화로 보고 싶다고 말을 하면

그러니까 빨리 와! 지금 당장 와!”하고 소리를 쳤다.

 

너무 미안했지만 그만두고 싶지가 않아서

바다를 달래고 설득하며 공부를 계속했고

우여곡절 끝에 수료를 했는데

올 해 다시 그 수업이 시작된 것이다.

 

아쉽지만 수업 참여를 1년간 미뤄야겠다고

선생님께 연락을 드리고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그 날 이후 점점 내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삶의 에너지가 다 빠져나간 느낌이고

뭘 먹어도, 뭘 하고 놀아도 허전했다.

 

분명히 지금쯤 기분이 좋아야 되는데? 하는 순간에도

껍질만 남은 몸을 가지고 그냥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왜 이러지?

뭐가 빠져나간 이 느낌은 뭐지?

지쳤나?

심심한가?

생각하던 중에

아하... 감이 왔다.

 

나에게 너무 중요한 것을 놓아버려서 그렇구나.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소리를 내고, 이야기를 하는

그 시간이 내 생명에 힘을 불어넣는 시간이었구나.

 

나는 지금 힘을 받을 곳이 필요하다.

 

관절염 때문에 힘든 몸을 이끌며

두 아이를 야무지게 키우고 싶어 부단히 애쓰는 나를 위한

깊고 진한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정한 우리 집 가훈이

가족 구성원 모두의 욕구를 존중한다.’인데

바다의 강한 욕구 표현 때문에 내 욕구를 단 번에 내려놓은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그 결정도 바다를 더 힘들게 하고 싶지 않은

나의 욕구에서 나온 것이지만

춤을 추고 싶은 것 또한 아주 중요한 욕구였던 것이다.

 

다음 수업까지 한 달이 남았다.

바다 손에 다시 깍지를 끼고 나의 이런 이야기를 다 털어놓아야겠다.

내 마음과 바다의 마음이 열려 잘 섞일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만큼

내가 나를 사랑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지금 나에게 절실하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최형주
이십 대를 아낌없이 방황하고 여행하며 보냈다.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시골 대안학교로 내려가 영어교사를 하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지금은 두 딸 바다, 하늘이와 함께 네 식구가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살고 있다. 부모님이 주신 '최형주'라는 이름을 쓰다가 '아름다운 땅'이라는 뜻의 '지아'에 부모님 성을 함께 붙인 '김최지아'로 이름을 바꾸었다. 베이비트리 생생육아에 모유수유를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그림과 글로 표현한 ‘최형주의 젖 이야기'를 연재 완료하였다.
이메일 : vision323@hanmail.net      
블로그 : https://blog.naver.com/jamjamlife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31743706/dc1/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2164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다짜고짜 아슬아슬 성교육, 아들 답이 걸작 imagefile [29] 신순화 2012-03-04 235518
2163 [김외현 기자의 21세기 신남성] 남편이 본 아내의 임신 - (5)성(性)의 도구화 image [1] 김외현 2012-05-14 158793
2162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40대 유부녀가 제대로 바람나면? imagefile [11] 신순화 2012-04-10 134305
2161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도끼질 하는 남편 imagefile [12] 신순화 2011-10-21 128045
2160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엄마,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요!' imagefile [11] 신순화 2012-04-03 96174
2159 [김미영 기자의 공주들이 사는 법] 4.19kg의 거대아(?) 출산후기 1 imagefile [7] 김미영 2012-03-27 96119
2158 [김연희의 태평육아] 노브라 외출, 사회도 나도 준비가 안됐다 imagefile 김연희 2011-08-19 94569
2157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엄마, 딸딸이가 뭐예요?" 엄마와 아들의 `성문답' imagefile [9] 신순화 2013-04-09 87090
2156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미안하다 딸아, 겁부터 가르쳐야하는 엄마가 imagefile 양선아 2010-07-23 86386
2155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둘째 만들기 작전, 밤이나 새벽이나 불만 꺼지면 imagefile [15] 홍창욱 2012-02-13 74892
2154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나는 멋진 아내다 imagefile [24] 양선아 2012-05-18 70302
2153 [사진찍는 엄마의 길 위의 생각] 어느날 남편이 말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24] 빈진향 2013-11-25 68494
2152 [김미영 기자의 공주들이 사는 법] 캐리비안베이의 로망과 실망 imagefile 김미영 2010-08-31 63631
2151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자, 생각해 볼까? imagefile 신순화 2019-04-12 62710
2150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일본에서 며느리살이,이보다 더 가벼울 수 없다 imagefile [7] 윤영희 2013-03-18 61619
2149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여섯 살 둘째, 잠자리 독립하다!! imagefile [5] 신순화 2012-08-28 59998
2148 [김연희의 태평육아] 대충 키우는 ‘태평육아’, 대충 잘 큰다 imagefile [9] 김연희 2011-10-13 58251
2147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아이와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imagefile [2] 신순화 2019-03-25 57603
2146 [김연희의 태평육아] 어머...나는 변태인가? imagefile [3] 김연희 2011-10-20 57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