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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통장 잔고를 보니 시름이 쌓여간다. 유독 이달 교육비 지출이 큰 탓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큰아이 3분기(9~11월) 교육비와 2학기 급식비·영어교육비·차량비로 130만원을 한꺼번에 냈다. 여기에 매달 정기적으로 내는 큰아이 종일반비 11만원, 작은아이 어린이집 원비 37만원까지 포함하니 200만원이 족히 된다.

여섯살 큰 아이는 2년째 사립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데, 그 이유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입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저렴한 국공립 어린이집은 엄마들한테 인기가 높다.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 희망자에 비해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입소 대기자가 어느 지역이든 넘쳐 난다. 우리 두 아이 모두 입소 대기자 상태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최소 3~4년은 기다려야 입소할 수 있다.


‘시부모·친정부모 용돈도 드려야 하고, 시어머니 생신도 코앞인데….’ ‘이제보니 두 아이 독감 예방접종에, 둘째 아이 A형 간염, 디피티 4차 접종도 해야 하는구나.’ 마이너스 통장을 보고 있자니, 자괴감이 앞선다. 어느새 아이들한테 더 많은 형제·자매를 만들어주지 못하는 무능력한 부모가 되었구나. 아이 둘쯤은 충분히 잘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자만했던 게 3년 전인데, 벌써부터 교육비와 육아비 부담으로 허덕대고 있는 꼴이라니.



집안 형편 때문에 우리 두 아이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다니는 것 외에 전혀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있다. 학원은커녕 그 흔한 학습지조차 지금껏 한번도 시켜보지 못했다. 얼마 전부터 큰 아이는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고 졸라댔다.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자”고 달래놓긴 했지만 마음이 무겁다. 이달에는 별도의 돈을 내고 진행하는 유치원 방과후수업마저 끊어버렸다. 지난달까지 큰 딸은 방과후수업에서 미술 과목을 배웠다.



맞벌이인 탓에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지 않을 수 없으니 난감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현재로서는 교육비와 양육비를 줄일 뾰족수도 없다. 나와 남편 둘 중 한 명이 전업주부가 되어 아이를 돌보는 방법뿐이지만, 그러면 우리집은 당장 생계부터 걱정할 판이다.  



‘제2차 저출산 대책’에 내심 기대를 걸었다. ‘엄마들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적어도 1차 때처럼 실효성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알맹이는 없다. 곳곳에서 엄마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건 당연하다. 당장 나처럼 어린이집과 유치원 비용 대기도 빠듯해 통장을 보며 한숨짓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반가울 리 만무하다. 육아휴직을 대기업, 공무원, 전문직 종사자 위주로, 그것도 10%의 여성만 쓸 수 있는 형편인데, 임금의 40%까지 올리겠다는 건 ‘가진 이’한테 혜택을 더 몰아주겠다는 뜻이다. 휴직급여 100만원을 받으려면 월급여가 250만원은 되어야 한다. 역차별이다.



육아 때문에 일을 포기한 전업주부와 100만원 남짓 급여를 받는 비정규직 여성들의 분노가 더 큰 것 같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임신퇴사’라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육아휴직은커녕 출산휴가도 보장하지 않는 기업이 넘쳐난다. 임신·출산·육아를 이유로 ‘잘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는 여성들이 많다.



정부는 육아휴직 급여 인상에 앞서 얼마나 많은 여성이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지 먼저 살폈어야 한다. 여성 대부분이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현실이라면 ‘육아휴직 의무화’에서부터 답을 찾는 게 먼저다. 임신·출산·육아를 이유로 회사에서 여성들을 내치는 기업,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부여하지 않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부터 찾았어야 맞다.



둘째 아이의 고등학교 무상교육 이전에, 엄마들에게 출산 기피 이유부터 물었어야 한다. 엄마들이 무작정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아니다. 매달 들어가는 자녀의 예방접종비와 양육비(보육시설 이용료나 베이비시터 고용비) 등을 감당할 능력이 없어 낳고 싶어도 못 낳는 거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양육수당 지급이나 예방접종 전액 무료를 ‘포퓰리즘 정책’으로 폄훼하려고만 한다. 초등학교, 중학교는 무상교육을 하면서 왜 미취학 아동의 무상교육은 포퓰리즘으로 평가절하되어야 하는지 엄마인 나로서는 납득할 수 없다. 4대강 사업에는 수십조원의 예산을 아무렇지도 않게 투입하면서도 말이다.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면서, 왜 건강과 영양소 섭취에 더 신경을 써줘야 할 어린 아이들의 ‘친환경 무상급식’은 고민조차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과연 정치권과 정책입안자들이 저출산대책을 세우면서 엄마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나 한 걸까? 저출산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있는 걸까?



첫째를 낳은 엄마가 둘째를 낳으려 할 때 많은 고민을 한다. 첫째를 키우면서 얼마나 많은 ‘돈’이 자녀한테 들어갈 수밖에 없는지를 뼈저리게 깨닫기 때문이다. 혹자는 왜 아이 키우는데 필요한 돈을 정부에 구걸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뻔하다. 돈이 없어, 엄마들이 아이를 않지 않으니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혜택과 지원을 늘려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더구나 아이들에게 투자되는 돈은 결국 우리 사회를 이끌고나갈 미래의 인재를 키우는 길이기도 하지 않은가.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는 돈 많은 집에서 아이를 더 많이 낳는 건 당연한 결과다.



엄마들이 원하는 건 단편적인 지원이 아니라 예방접종비 전액 무료, 취학 전 보육시설 무상교육, 국공립 어린이집의 확대 등 국가보육시설체계의 구축을 통한 양육비의 획기적 절감이다. 내 주변에는 이러한 경제적 부담만 줄면 아이를 더 낳겠다는 엄마들이 적지 않다. 진정한 저출산 대책은 생색용 대책이 아니라, 걱정 없이 엄마가 아이와 더불어 살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종합적으로 만드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공청회 이후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대책은 엄마들의 ‘출산 파업’만 초래할 것이다.



김미영 스페셜콘텐츠부 기자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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