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70372_P_0.JPG » 한겨레 사진 자료 ::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엄마가 미안해' 편지 공모전 잘할게상 수상작]
다영에게


다영아!

놀이터에서 뛰어 노느라 하루가 짧은 꼬마 아가씨. 오늘도 자전거 타느라 공차고 노느라 낮도깨비처럼 놀이터를 들쑤시고 다니느라 많이 피곤했지? 저녁 먹자마자 쓰러지듯 잠들어버린 너를 보면서 양치질 못시킨 거, 씻기지 못한 것만 걱정하는 게 엄마란다. 신나는 하루를 보내고 쌕쌕거리며 달게 자는 너의 옆에서 엄마는 왜 그런 쓸데없는 걱정만 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처음 다영이가 엄마 뱃속에 잉태 되었을 때 그 때는 오직 한 가지만 생각했었지. 건강하라고, 부디 건강하게만 태어나 달라고, 그러면 정말 건강하게 키우겠노라고 말이야. 늦은 나이에 가져 뱃속에 있을 때부터 수많은 검사와 확인에 시달려야 했던 너에게 엄마는 그 하나만을 바라고 기도했단다. 그리고 귀여운 동생을 낳아 평생 함께하는 벗을 만들어 주는 걸로 엄마는 해야 할 일을 다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 다영이는 그저 엄마와 함께 책을 읽고 아빠와 함께 운동을 즐길 수 있다면 더는 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이제 겨우 여섯 살, 노는 게 제일 좋은 너에게 엄마는 좋은 언니가 되라하고, 영어도 하라하고, 한자도, 한글도, 수학도 뒤처지면 안 된다고 수 만 가지 바람을 가지고 너를 지치게 하는 구나. 어쩌다 엄마가 이렇게 못난이 엄마가 되고 말았을까?


생각하고 생각하다보면 너를 잉태하고부터 실체 없는 두려움은 시작되었던 것 같아. 태교와 육아, 양육에 관한 책을 많이도 찾아보고 그런 프로그램을 많이도 찾아다니며 공부하고 실천하며 잘 키워보겠노라고 자신만만했어. 감정코칭이네 자존감 교육법이네 그런 것들로 너를 멋지게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왔어. 엄마는 바보 같이 너한테 말 몇 마디 해주는 것으로 그런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물놀이를 할 때, 눈썰매를 탈 때 하다못해 집 앞 놀이터에서 땅강아지처럼 새까매지도록 놀면서 엄마 배꼽이 간질간질해했을 때 반짝 반짝 빛나던 너의 눈동자를 보고 답을 찾았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


다영아, 엄마가 많이 미안해. 엄마의 욕심에 하루에도 수십 번 큰 소리로 네 마음에 생채기를 냈지. 엄마의 기분에 따라 너를 대할 때 마다 너도 많이 힘들었지? 그럼에도 엄마가 미안해라고 말할 때 마다 괜찮아, 엄마하며 엄마를 안아주는 다영이가 있어 엄마가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엄마가 이래저래 헷갈려 하고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동안에도 어느 새 다영이는 곱게 자라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지고, 동생한테도 항상 먼저 손을 잡아 주고 놀아주는 든든한 언니가 되어 있지. 사실 책으로만 배우는 서툰 엄마는 다영이한테 배워야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놀이터에서 놀 듯이 온 방을 뒹굴며 자는 너에게 얇은 이불을 덮어주며 다시 한 번 다짐해. 앞으로 너를 보고, 너의 눈동자를 보고 답을 찾겠다고. 엄마의 기준이 아닌 다영이의 기준을 찾아내며 함께 행복하겠다고 말이야. 사랑해 다영아. 엄마의 사랑이 너의 행복이 되기를 바라. 좀 더 지혜롭고 멋진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게.


20146월 엄마가.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공지 [발표] 엄마가 미안해 편지 공모전 file [1] 베이비트리 2014-07-15 18917
공지 ‘엄마가 미안해’ 편지공모전 안내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6-03 75330
공지 본보기 편지 : 사랑하는 준이에게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6-03 31508
109 엄마가 미안해 ijnijn5315 2014-07-01 15667
108 [잘할게상 수상작] 사춘기 아들에게 갱년기 엄마가 imagefile realprty 2014-06-20 11562
107 [사랑해상 수상작] 다른 세계 갇힌 얘야, 엄마가 창 되어줄게 imagefile rashaim74 2014-06-27 10825
106 [고마워상 수상작]아이야, 너 덕분에 엄마가 배운다 imagefile cinemachine 2014-07-01 9924
105 [고마워상 수상작] 8년만에 온 너...그 후 18달, 욕심도 자라 imagefile danachan 2014-06-20 9131
104 [미안해상 수상작] 너와의 거리 imagefile ooroad 2014-07-01 7576
103 아들에게 답장 받았어요 (올려도 되는지?) file [3] ki022 2014-07-06 7031
102 꿋꿋하게 풋풋하게 [1] thinker00 2014-07-04 6495
101 [잘할게상 수상작] 엄마를 한 뼘씩 자라게 하는 너에게 imagefile kja1003 2014-06-26 6208
100 엄마도 배우고 자라고 있는중이야 file ki022 2014-06-30 6203
99 너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사랑할께 babyhy00 2014-06-30 6172
98 더 많이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halu44 2014-06-30 6150
97 [잘할게상 수상작] 이젠 친구가 되어가는 내 딸들 보렴 imagefile dandyyoon7 2014-06-29 6017
96 경찰아저씨한테 엄마 잡아가라고 할꺼야! imagefile ogamdo13 2014-06-30 5935
95 '엉덩이 맴매'에 대한 사과를 받아주렴. cuore80 2014-06-13 5890
94 사랑하는 우리 서윤이에게 imagefile kcm1087 2014-07-01 5879
93 엄마의 1번 보물 서윤이에게 jsy0705 2014-06-30 5797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