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렌즈로 본 사회

최근 ‘1일 1식’ 또는 ‘간헐적 단식’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영양 과잉으로 건강을 해치고 있기에, 적게 먹기로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날씬한 몸을 만들 수 있다니 그 인기는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식사를 거르는 것이 어린이들한테도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

유럽의 ‘식이와 생활습관이 어린이 건강에 끼치는 효과 확인과 예방’ 공동 연구팀은 최근 <유럽임상영양지>에 어린이가 끼니를 거르는 것, 그 가운데 특히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것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를 실었다. 이 연구는 2007~2008년 유럽 8개국의 2~9살 어린이 1만6천여명을 대상으로 부모의 교육 수준, 어린이의 생활습관과 신체 발달, 핏속 콜레스테롤과 비만도 등을 조사해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6~9살인 취학군에서 아침 식사를 거르는 남자 어린이는 매일 아침을 먹는 아이들에 견줘 과체중이나 비만일 위험이 약 1.4배,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HDL)이 낮아질 위험이 약 1.7배, 건강에 해로운 중성지방이 높아질 위험이 약 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 어린이도 아침 식사를 매일 하지 않으면 허리둘레로 측정한 비만 위험이 약 1.7배 커지고, 핏속 지방질 분포도 비슷한 크기로 나빠지는 결과를 보였다. 남녀 모두, 아침 식사를 거르는 어린이들은 매일 아침을 먹는 이들에 견줘 신체활동 점수가 낮았다. 아침 식사를 했을 때 하루를 더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미취학군 어린이들에게서는 의미 있는 차이를 찾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조사 방법과 관련된 문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침 식사를 집에서 먹는 것에 한해 조사했는데, 일부 국가에서는 유치원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심장 및 혈관 질환이 매우 어린 시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증거들은 아주 많다. 그런데 이 연구는 미래의 심장 및 혈관 질환의 위험뿐만 아니라 현재의 건강과 생활의 활력을 위해서도 어린이의 끼니, 특히 아침 식사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는 아침 챙겨 먹기가 어린이의 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차이를 분석하지 않았지만 국내의 여러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가정 형편이 어려울수록 어린이들이 아침밥을 거르는 사례가 많았다. 부모들이 장시간 노동에 종사하거나 한부모 가정인 경우가 많아 아침밥을 챙겨주기 어려운 탓이다.

다행히 몇 년 전부터 이 문제에 대처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나타났다. 서울시의 ‘굿모닝아침밥클럽’이 좋은 사례다. 충남 천안시의 지역 풀뿌리단체들이 모여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침밥 지원 사업을 한 것도 그중 하나다. 어린이들은 일부러 끼니를 거르는 게 아니므로 이런 사업은 의미가 크다.

저출산을 걱정할 게 아니라 이미 태어난 어린이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어른들이 할 일이다. 가정 형편과 관계없이 모든 어린이들이 든든한 아침밥을 먹고 활기차게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서상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health.re.kr) 상임연구원

(*한겨레 신문 2014년 6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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