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의 하루

직장맘 조회수 8462 추천수 0 2013.10.25 13:26:13

  오늘은 25일 월급날에 금요일이라 마음이 조금 가볍네요.

육아휴직하고 복귀한 지 드디어 6개월이 되어, 고용보험에서 15%공제되었던 육아휴직급여도 곧 받게되겠지요? 하루하루 어떻게 지내는지 정신이 없어, 시간은 훌쩍간 것도 같고...

더디게 간 것도 같습니다. 

 

  어제는 첫째가 긴나들이(소풍)를 간다고 하여 아침부터 깁밥을 싸느라 분주했어요. 가까운 관악산 산림욕장에 가서 점심 먹고 놀다 온다고 하는데, 6명의 아이들을 인솔할 교사분 2명의 도시락을 다른 엄마와 하나씩 맡게 되었죠. 전날 재료는 사놓고, 아이들 재우다가 잤다가 새벽 1시반에 깨서 김밥 속재료 준비하고 밥 예약해놓고, 혹시나 해서 서재 문을 열어보니, 남편이 아직도 컴퓨터 켜 놓고 일하고 있고, 저녁을 안먹어서 아이들 반찬인 감자볶음 안주삼아 먹었다며 미안해합니다. 어차피 많이 한거라 다 먹어도 되는데, 남편이 저녁을 자주 대충 때우는 것이 마음에 좀 걸립니다. 다시 자는데 쉬이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몸은 피곤한데 새벽에 한번 깨면 잠이 다시 들지 않는 패턴이 자꾸 반복되어 힘듭니다. 6시 알람을 맞추고 잠이 들었는데, 그보다 먼저 둘째가 젖달라며 깨서 젖을 주고 나니 6시 40분. 허겁지겁 김밥을 싸느라 모양이 나질 않습니다. 7시 30분에 가정보육교사가 출근하시고, 제가 출근해야 하는데 아침마다 40분쯤 집에 나서면 시내에 있는 회사까지 8시반까지 도착하면 다행. 10분 정도 지각은 다반사죠.

 

  얼른 준비해야하는데, 둘째가 깨서 안아주고 또 젖달라고 해서, 얼른 먹어라. 이제 좀 끊어야 내가 살겠네..하면서 젖 먹이고, 김밥 하나 쥐어주고, 김밥을 겨우 쌌는데, 간이 싱거워서 맛이 별로...즉석 유부초밥 재료 뜯어서 유부초밥도 몇개 넣어서 도시락 완성. 서둘러서 남편에도 도시락 싸주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되서 포기하고, 저도 배고픈데 김밥 두 개 겨우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대만에서 보스가 온다고 해서 시화공단으로 출근하는 날. 운좋게 버스가 바로와서 뛰어 올라타고, 돌덩이같은 노트북 가방을 매고 지하철로 출근을 잘 했습니다. 2년 만에 만나는 보스에게 오후에 30분 개인면담이 있어 그동안의 성과 및 이슈 보고 겸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성과 보고할 거리가 없어서 참 거시기 하더군요. 뭐라도 만들어야 하니, 지난 6개월 수출 자료를 간단히 분석해서 내놓았습니다. 점심 먹고 팀에게 보스가 지난 1년의 성과와 향후 프로젝트 설명을 듣고,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 인원감축이 있었지만 우리팀에는 없었다. 제 몫을 해야 하는 걸 보여주기 위해 비용 절감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걸 다시 다짐받았습니다.

 

드디어 제 면담 시간이 왔는데, 자료를 간단히 설명하고 '와 빨리 끝났다'는 느낌에 나왔는데, 글쎄요. 뭔가 미진한 느낌. 잘 지내는데, 체력적으로 좀 힘에 부친다라고 얘기하니, 아이들 키우느라 힘들겠지만 애들 크면 좀 나을거라는 보스의 말이 그리 위안은 되지 않았습니다. 본인도 아이 다 키워봤고, 워낙 꼼꼼하게 업무 위주로 접근하시는 분이라 개인적으로 의지될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보스도 출장 마지막 날이라 유난히 많이 피곤해 보였습니다. 제자리에 돌아와서야 업체와 약속했었던...보스를 만나면 얘기하겠다고 한 내용이 퍼뜩 떠올랐습니다. 정말 까맣게 잊었네. 어이없지만, 보스와 얘기했어도 별로 달라질 건 없었다는 생각에 착찹해졌고요. '자네 7월부터 복귀했지?' '아니요, 저 4월말부터 일했는데요.'했던 대화가 떠올라서 직장내 내 존재감은 없구나...싶고, 상사의 상사니까 디테일은 모를 수 밖에 없다 싶기도 했고요.

 

저녁에 스테이크 먹자는 남편의 카톡이 와서 7시 전까지는 집에 도착할거라는 답장을 보내고, '데릴러 갈까요?' 라는 말에 잠시 흐뭇했으나 차 막힐 걸 생각하면 그냥 지하철 타겠다고 하며, 5시반에 칼퇴근했습니다. 아이들은 보육교사와 함께 6시 반에 가볍게 저녁을 먹은 상황을 스마트폰 cctv 어플로 확인. 집에 들어서자 마자 젖달라는 둘째 안아들고, 모처럼 남편도 일찍 퇴근했으니 보육교사도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시라고 했죠. 신랑은 배고파서 쓰러지겠다고 하고...엄마가 싼 김밥 맛있다는 얘기는 없고, 치즈 김밥이 맛있었다는 첫째. 누구 걸 먹고 맛있다고 하는지...관악산 재밌었다고...내려올 때 신나서 뛰어 내려왔다고 하는데, 혼자 막 뛰어다니면 곤란했을텐데... 첫째 아토피 때문에 외식을 잘 안하는 편인데, 그래도 많이 호전되어서 무릎 뒤 상처 없는지 확인하고 스테이크 먹자며 외출 준비하는데 안가겠다고 해서 좀 실랑이 하다가 드디어 출발.

 

7시반에 패밀리 레스토랑에 도착했는데, 불황이라더니 레스토랑 주차장은 만차라서 진입조차 못하고 5~6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차요원이 다가와서 대기 시간 20~30분이라고 예약은 하셨냐고 하네요. .위에 올라가서 대기자 이름 올려놓고 차에 돌아오니, 첫째는 왜 차가 못가냐고 같은 질문 1분마다 되풀이...그와중에 둘째는 살짝 잠이 들었습니다. 20분 지나 저도 공장밥 먹고 배고파서 계속 질문을 퍼붓는 첫째를 제가 데리고 먼저 올라가보니 마침 제 차례가 되어 입장. 얼른 주문해버릴까, 애아빠도 주차 차례되는 거 보고 올라왔으니 금방 오겠지 하며 기다리는데...전자담배 피는지 올라올 생각을 안하고, 자는 애 안고 오느라 달래나 싶고...뭐 오더할지 문자보내도 답도 없고...배고파서 막 짜증이 솟굳칠 무렵에 아빠 등장. 정말 실내 안에는 북적북적 손님들이 가득하더군요. 소셜커머스에 쿠폰이라도 풀었나 싶기도 하고, 불황이라도 잘 되는 곳은 잘되는구나. 비용대비 비싼 거 같아서 잘 오지 않는 곳인데, 추석 때 받은 상품권을 쓸 수 있어서 돈 생각 안하고 주문.

 

몇 달만에 간 곳이라 메뉴도 좀 바뀐 것 같고, 두툼한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골고루 잘 먹었습니다. 잠들었던 둘째를 안고 한바퀴 돌자 깨서 아이가 좋아하는 크림 스파게티를 좀 먹이고, 평소 보지 못하는 망고스틴을 먹여보았는데 아이 둘다 좋아해서 여러번 먹었습니다. 아사 직전이던 엄마 아빠와는 달리, 아이들은 여유롭게 그림도 그리고 이것 저것 먹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 시간 남짓 식사를 하고, 둘째 기저귀를 수유실에서 교체하고 그림 삼매경에 빠진 첫째가 집에 갈 생각이 없어서 둘째를 데리고 걷다가...첫째 몰래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어볼까 하는데, 둘째에게 콘을 빼앗기고...첫째에게도 들켜서 첫째도 조금 아이스크림을 얹어서 쥐어 주고 귀가했습니다.

 

저녁 9시반. '이제 뭐할까?' 묻는 아이에게 이제 조금 놀다가 그림 그리고 책 읽고 잘꺼야 하고 예고를 해주고...자기 장난감 만져서 동생을 한대 때린 첫째 훈육한다고 한바탕 울음바다가 되었다가 진정시키고, 10시쯤 아이들 재우다가 저도 모르게 떡실신.

 

헉헉 읽는 분들도 저처럼 숨 가뿌시나요?

남편과는 수면패턴및 출퇴근 시간이 달라서 얼굴 한번 못보는 날도 있고, 네 가족 식사를 같이 하는 것도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 밖에 안되네요. 같이 밥 먹는게 식구라고 하던데 말이죠. 뭘 해도 시간이 부족한 것 같고, 회사에서도 부족한 것 같고...피곤합니다. 얼마나 버틸까 싶기도 하고요. 너무 힘들 땐 연말까지만 버티자. 둘째가 두돌 되면 좀 낫겠지? 싶기도 하고요. 잠깐 좀 멈추고, 좀 푹 자고 쉬고 싶습니다.

 

베이비트리는 이런 일상에서 좀 벗어나 같은 육아를 하지만 나와는 조금씩 상황이 다른 분들은 어떻게 지내시고, 어떤 방향을 가지고 지내는지 글을 읽어보고 또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떤가 읽어보는 휴식 같은 곳입니다. 2010년 1월 첫아이를 낳고, 언제부터 베이비트리에 오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처음에는 육아정보를 읽어보다가 기자님들의 생생육아 글을 재미있게 읽게 되었고, 또 <책읽는 부모>에 참여하면서 자주 오게 된 사이트죠.  공감하며 읽는 글들도 있고, 내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글도 많아서 좋습니다. 이렇게 사는 분들도 계시는구나, 하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고요. 반트리파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카카오스토리에 맛집 먹방을 계속 올리는 싱글 친구에게 부러움과 괴리감을 느끼는 것 처럼, 나한테는 예쁜 우리 아이들 사진이며 이야기가 남에게는 과한 소식처럼 느끼게 될 수도 있겠다 싶네요. 같은 육아를 해도 먹방에 아이들 사진을 연달아 올려서 소식란에 도배를 하는 아는 엄마는 별로 거든요. 뭐든 적절한 균형을 잡는 것이 좋지만 어려운 길 같습니다. 베이비트리가 모쪼록 여러 좋은 분들과 함께 가는 그런 사이트가 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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