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는 겨울을 앞두고 집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 하냐 안하냐에 대한 내용인가 했답니다.

사실 무척 망설였어요. 댓글을 달까 말까, 글을 쓸까 말까.

 

제 개인적인 얘기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제가 베이비 트리를 알게 된 것은 출산하고 난 뒤였습니다.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다 알게 된 전업육아 하시는 남자분 덕분인데,

그 분이 여기에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던 것이지요.

임신했을 때도 그 이후에도 흔한 카페 하나 가입 하지 않았던 저로서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더구나 한겨레 신문에서 운영하는 육아 사이트라니!

그 날부터 육아 선배들의 이야기, 유용한 기사들을 기쁜 맘으로, 감사히 읽어갔습니다.

새벽에, 한 밤중에, 화장실에서 일을 보며, 아이 젖을 주고 재우면서,

베이비 트리는 좋은 친구이자 동료가 돼 주었습니다.

모든 일들이 그렇지만 특히 임신, 출산, 육아란 것은

함께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큰 힘이 되니까요.

   

 

아이를 갖기 전과 후의 세상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세상은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성숙하지 못했고

후세대에 대한 준비가 안 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임신을 하고 나서야 선배들이 말했던

일과 가정, 양립의 무게감이 얼마나 큰 것이었나를 실감했지요.

 

가장 답답한 것은 이 문제로 인한 여러 갈등이었습니다.

 

아이를 가진 자와 안 가진 자

노인과 젊은이

워킹맘과 전업맘, 혹은 나같은 프리랜서맘(물론 아빠들도 포함해서)

 

가끔 포털사이트에 육아현실을 고발하는 기사라도 뜨면,

댓글들을 보고 있자면

답답하다 못해 과연 세상이 제대로인가 할 정도지요.

 

 

베이비 트리 담당 기자님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갑니다.

 

사회적으로 가장 후미진,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육아 부분을 담당하는 고충이 얼마나 클지.

익명게시판을 만들려는 것도 현실을 더 반영하고픈 의도로 읽혀집니다.

문제를 발견해야 길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옳은 말씀이고 타당한 고민입니다.

다양한 이야기, 양질의 기사들도 언제나 환영이고요.

 

하지만 말머리에

사내 동료들의 대화를 인용한 부분을 읽으면서는

여러 생각이 들더군요.

 

세상 사람이 다 행복한 것 같고 나만 불행한 것 같다,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진다,

다른 이의 남편이 요리한 사진을 보며 울컥했다,

애 없는 사람은 아이 얘기만 나와도 짜증이 난다...

 

처음 한겨레 베이비 트리를 알게 되었을 때

이런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상식과 정의와 평화에 관심있는 사람들,

그런 가치관으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

아이를 키우는 것마저 등수 세우기에 혈안이 된 세상과 싸워가며

홀로 고군분투하는 멋진 이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

 

 

이것은 순전히 저의 생각입니다만,

여기에 글을 올리는, 고정 필진들을 비롯해 저를 포함한 일반독자들은

본인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가 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육아가, 삶이 쉽던가요.

 

모든 것이 만족스럽고 행복해서가 아니라

다만, 그 안에 움튼 희망에 더 초점을 두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열심히 고민하고,

아기를 재운 사이 혹은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여러번 쓰고 고치고,

그렇게 용기를 내어 자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게 아닐까요.

소통하고 싶고, 이해하고 싶고, 이해받고 싶으므로.

 

그래서 저에겐 어떤 글도 쉬워보이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저도 저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사내 기자들의 고충도 모르지 않기에,

인정하긴 싫지만 세상이 점점 어려워져만 가기에,

지금 마음이 무척 무겁습니다.

 

사실 임신부터 육아, 나아가 교육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 갈등들은 이미 드러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방법의 문제이겠지요.

 

이번 기회에 스스로 물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베이비 트리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베이비 트리가 성장한다는게 정확히 어떤 측면을 말하는 것인지.

독자를, 필자를 늘리는 것인지,

아니면 더욱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문제점을 찾아 기획을 강화할 것인지.

정체성이 분명해진다면 찾고자 하는 것도 더 잘 보이겠지요.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해보자면

먼저 독자들끼리의 소통에 대한 부분입니다.

최소한 본인의 글에 달린 댓글에 대해서는 답글을 다는

여유가 있었으면 했어요.

 

두번째는 다른 분들도 비슷한 의견을 주셨는데

각 연령별 게시판이 있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돌이전, 3세, 유치부, 초등부 등.

각 시기에 필요한 정보나 고민들이 자유롭게 공유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궁극적으로 제도가 개선되는데 

베이비 트리가 선두에 섰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예를 들어 임신했던 작년 여름, 한겨레 신문이 한국여성민우회와 공동으로

‘산부인과 바꾸기 프로젝트’를 계획한 일이 있었는데요.

베이비트리와 관련이 돼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당시 저는 이런 기사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담당 기자님의 고민이 무거워보여 저의 생각을 보태봅니다만

제 글이 혹여 다른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은 없을까 걱정이기도 합니다.

부디 베이비 트리 애독자의 마음으로 곡해없이 읽어주셨으면.

 

 

* 올 여름 읽은 육아 책의 한 부분이 생각나 덧붙여 봅니다.

 

남성과 대등한 교육을 받은 고학력 여성들의 대부분이

능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육아에 발목을 잡혀 주저앉는다.

더 큰 문제는, 언제일지 모르지만 아무튼 미래에 보육정책이 완비되어

맘 놓고 아이를 맡길 곳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더라도

여성이 선뜻 일하러 나가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들이 도처에 숨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들 하면서

적어도 3년은 아이 키우기에만 집중하라는 이율배반적인 요구 사이에서

워킹맘들은 마음 편할 날이 없다.

- 박혜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 그리고 그 날 저는 이런 감상을 적었습니다.

 

http://blog.cyworld.com/elisabeth-ahn/3463883

 

 

나는 전업맘이든 워킹맘이든

각자 무게만큼의 짐을 지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다.

 

주변을 둘러보자.

아기를 키우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하고

일을 놓고 싶지 않지만 어쩔수 없이 육아를 하는 사람들 태반이다.

 

여기서 과연 누가 더 힘든 선택을 한 것이냐를 따지는 건

육아에 대해 살림에 대해 혹은 여자의 일에 대한 가치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남성위주의 사회가 양산해내는 편가르기일뿐이다.

서로 위로해주며 살아도 힘든 세상에

우리끼리 헐뜯기 바쁘다는건 얼마나 슬픈일인지...

저자가 이 둘을 동시에 안으려고 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워킹맘 전업맘, 고위급 비정규직,

경상도 전라도, 진보 보수, 서울 지방, 대졸 고졸,

애가 하나든 둘이든 편을 가르지 말자.

그저 아이를 낳고 키우고 일할 권리를 달라고 한 목소리를 내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보육제도 개선.

모두 해낼 수 있는 것들이다.

 

'엄마'라는 이름만으로도 하나가 될수 있는

우리들이 힘을 모아 서로 도와주며 의지하며 살자.

그래서 우리가 행복하고 아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보자.

결국 우리, 엄마들이 바라는 것은 그것 뿐이지 않은가.

 

그러니 당사자인 우리가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 인식이 달라지고 정책이 바뀌고, 삶이 달라질 것이다.

 

멀리 볼 것도 없다.

내 남편 아버지 남동생과 대화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들과 함께 일하는(혹은 일했던) 여직원들,

애가 아파 30분 늦게 출근하고

유치원 교사와 시도때도 없이 전화통화를 하며

야근이나 당직 출장에 의례 빠지고

땡하고 6시가 되자마자 사무실 문을 박차고 달려나가는 그들이 바로

당신의 아내고 딸이고 누나라고.

그리고 당신이 그렇게 소중해 마지 않는 자식에 대한 중요한 문제라고 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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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숙
2012년 첫째 아이 임신, 출산과 함께 경력단절녀-프리랜서-계약직 워킹맘-전업주부라는 다양한 정체성을 경험 중이다. 남편과 1인 출판사를 꾸리고 서울을 떠나 화순에 거주했던 2년 간 한겨레 베이비트리에 ‘화순댁의 산골마을 육아 일기’를 연재했다. ‘아이가 자란다 어른도 자란다’를 통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2017년 겨울, 세 아이 엄마가 된다. 저서로는 <호주와 나 때때로 남편>이 있다.
이메일 : elisabethahn@naver.com      
블로그 : http://blog.naver.com/elisabet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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