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남양유업 영업점 사원의 녹취 파일을 들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30대 정도밖에 안된 그 영업사원은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대리점주에게 반말과 욕지거리를 하며 막말을 해댔다.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자랑하는 남양유업은 이런 식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리점주에게 물량을 떠넘기고 협박을 해서 말이다. 그런데 남양유업이 이번 사태에 대해 직원들의 인성교육을 실시하겠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직원들에게 인성교육 시킨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까? 그리고 이 일이 한 직원의 인성 문제였을까? 그 직원이 그만둔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까?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경영자가 어떤 경영 철학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했고, 영업팀 사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매출 압박을 가해서 영업팀 사원이 이렇게 대리점주들에게 물량을 떠밀었는지,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서 이번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했다.
 
오늘 페이스북에서 <한겨레> 박순빈 기자가 쓴 글을 보니 문제의 기업 남양유업은 남성 영업직원은 5년마다 잘리고, 여성 직원들은 80%가 계약직이라고 한다. 회사 이익은 누구의 배를 불리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피땀 흘린 영업 직원들은 이렇게 잘려 나갔을까. 남양유업 불매운동 확산돼야 한다. 제품의 가격이나 질 뿐만 아니라 회사의 고용구조나 회사의 문화 등에도 소비자가 가치 부여를 하고 소비하고, 그것이 회사의 경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증명되면 좋겠다. 나는 남양유업 제품은 소비하지 않겠다.
 
박순빈 기자의 페이스북에서 퍼온 글
<‘삥처리’된 남양유업 30대 영업직원>

오랜만에 이곳 찾습니다. 다들 안녕하시지요? 술 깨고 집에 가려고 커피숍에서 글 하나 써봅니다. 아래 링크한 한겨레신문 기사를 보면서,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퍼부은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킨 죄로 회사에서 잘린, 30대 후반의 남양유업 영업직원이 문득 떠오르네요. 이 사람은 ‘분노하는 을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요?

남양유업 사태가 심상치 않다. 을을 괴롭히는 갑의 화신으로 찍혔다. 사태를 슬기롭게 수습하지 못하면 이 회사 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세상 무서워졌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하자가 아닌 이유로 50년 역사의 대기업이 이처럼 큰 위기를 맞는 사례가 있던가. 발단과 마무리를 갈무리하면 재미있는 기사, 논문 쏟아지겠다 싶다.
언론들은 신난 듯이 한... 악덕기업의 악덕관행에 뭇매를 때린다. 교훈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일텐데, 다른 관점에서 살펴봐야 할 지점이 있다. 아래 한겨레신문 기사처럼 악덕관행에 물든 조직 내부의 갑을 관계, 그런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많은 우리 ‘을들’의 얘기다.
아버지뻘 되는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퍼붇고 할당된 제품 밀어내기하고, 때되면 뒷돈까지 갈취한 남양유업 영업직원은 밖으로는 싸가지 없고 무자비한 갑이지만 내부에선 아득바득 버티며 살아야 하는 을이다. 남양유업 공시자료를 대충 보더라도, 을이면서 갑의 횡포에 줄서기하도록 내몰리는 그들의 모습이 선하다.
남성 영업직원 근속연수가 평균 5년, 2012년 급여총액이 평균 2515만원. 업력 50년의 회사에서 평균 근속연수가 5년이면, 수시로 잘린다는 얘기일 터. 한해 매출 1조원이 넘고 무차입 경영에다 해마다 수백억원씩의 이익이 쌓여 순자산만 자기자본의 20배인 8658억에 이른다. 증시에선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 식품기업에서는 황제주로 꼽힌다. 이런 탄탄하고 돈 잘버는 회사가 영업직원들한테는 우리나라 5인 이상 기업 전체의 평균임금(2012년 3996만원)에 한참 못미치는 임금으로, 그것도 실적 채우지 못하면 언제든 쫓겨날 처지에서 부려먹고 있다. 여성 영업직 사정은 더 놀랍다. 전체 직원 647명 중 88%가 계약직이다. 연간 급여는 평균 1378만원. 3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2012년 1464만원)에도 못미친다. 이런 남양유업 영업직원들은 지금 공분의 대상일 뿐 전혀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에게 윤리경영을 요구할 수 있을까? 그들은 스스로의 의지와 능력으로 회사 안에서 을의 지위를 극복할 수 있을까?
갑을의 수직적 권력관계에 갇힌 조직에선 윤리나 인격,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밀려난다. 6일치 한겨레신문 1면을 보면,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불붙은 ‘을들의 반란’을 두고서 여러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온다. 황치호 변호사는 “생존권을 위협받는 수준까지 내몰린 하도급 기업이나 대리점주 등 이른바 ‘을들’이 마땅한 대항 수단이 없기 때문에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물질적인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동등한 존재로서 인정받으려 하는 이른바 ‘인정 투쟁’이다. 동등한 인격체로 평가받고자 하는 욕구가 최근의 사회적 공분으로 표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남양유업 안의 수많을 ‘을들’은 ‘갑의 유죄’를 선고받고 숨죽여 지내고 있다. 반란은커녕 설움과 분노를 표출할 마땅한 수단도 없어 보인다. 을들의 반란에는 이들도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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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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