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육아의 황금 원칙, '함께하기'와 '홀로서기'

이정희 2016. 07. 18
조회수 9268 추천수 0

babies-869264_960_720.jpg » 아기 인형. 사진 pixabay.com

"가을이면 세 돌을 맞이하는 늦둥이 딸은 육아의 '황금 원칙'을 적용한 성공 사례였어요. 
첫 아들은 시어머님이, 연년생 둘째 아들은 친정엄마가 능숙한 실력으로 키워주셨죠. 여섯살 터울로 40세를 넘어 셋째를 노산한 시점에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서 육아 휴직에 이어 사직서를 제출했답니다. 그리고 때늦은 육아 체험의 장으로 과감하게 뛰어들었었습니다. 
그즈음 '존중과 협력의 육아법' 이라는 제목의 국제 특강이 눈에 들어왔어요. 특강의 홍보 문구에 있던 양육을 위한 생활 수칙, '엄마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행동하면, 아이가 엄마에게 협력하기 때문에 육아 시간이 절약된다'는 역설적 표현이 예사롭지 않았어요. 
두 아이의 양육을 시댁과 친정에 부탁했지만 직장 맘으로서 육아서는 정말 많이 읽었어도 이런 육아법은 처음 들었어요. 특강의 핵심을 이해하고, 기저귀 갈기, 옷 갈아입히기, 목욕 씻기기, 수유하기 때 최선을 다해 이 원칙을 실천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생후 몇 달간 정말 철저하게 엄마에게 의존해 있던 연약한 존재가 막막한 제 심정을 알아차리듯 매순간 '협조적'이라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세월이 지나 아이가 기저귀도 떼고 의젓해졌어요. 
제가 식탁에서 여유롭게 신문보고 있으면, 꼬마는 거실과 방을 분주히 오가며 혼자서 아주 잘 놉니다. 이제 어린이집을 보내도 안심입니다. 여름 지나고 더 늦기 전에 나의 정체감을 되살리는 직장을 알아보려 합니다."



헝가리 소아과 여의사, 에미 피클러(1902년~1984년)의 <평화로운 아이 - 만족스런 엄마>라는 책 제목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입니다. 부모 로서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소망은 한결같습니다.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육아법들은 천차만별이지만, 피클러의 교육적 조언은 간단명료합니다. 자녀 성장에 대한 사소한 욕심과 일상의 분주함을 내려놓는 부모의 내적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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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생후 2년간은 아이의 실제 욕구들을 세심하게 살피며, 인내심을 가지고 내 아이만의 성장 속도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뒤집기 배밀이 기기 앉기 서기 걷기와 말하기 등 기본적인 발달 과정을 촉진하는 자극들이 불필요하며. 아이 스스로 자연스런 발달을 할 수 있도록 양육자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루돌프 슈타이너(1869년~1925년)의 인지학을 바탕으로 한 발도르프 영유아교육학은 이른바 '존중과 협력의 돌봄'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육아의 '황금 원칙'은 두 가지로 축약됩니다. 여기서 의미하는 생후 3년간의 이상적인 발달은 어른과 '함께'하기와 아이의 '혼자' 있기의 균형을 전제로 합니다. 

함께하기란 어린 아이의 생리적 욕구들을 보살펴줄 때 어른이 취해야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예컨대 옷 갈아입히기와 기저귀를 바꾸어 줄때, 엄마가 아이를 마주하는 동안 서두름 없이 편안하게 대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어른은 아이와 호젓하게 대화하는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아이가 무슨 말을 하건 (베이비 시기의 옹알이조차) 귀 기울여 들어주며, 잠시 아이가 딴 청을 부려도 그것을 주의 깊게 바라봐 주어야 합니다. 기저귀를 갈아주는 과정에서 아이를 마주 대할 때, 아이의 작은 행동들에 주의력을 기울입니다. 

즉, 아이가 주변 일에 관심을 가지고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것조차 허용하며, 어른도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 잠시 주목해 준다는 뜻입니다. 아이 입장에서 자신의 생리적 욕구를 돌봐주는 어른이 서두름 없이 대하며 존중하는 수용적 자세를 보이면, 소위 기저귀 갈이를 싫어하지 않고, 몸에 힘을 주거나 거부하지 않기 때문에 돌보는 과정이 수월해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일상의 보살핌이 서두름 없이 고요하게 진행되면, 아이는 자신이 온전하게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아이와 양육자 간의 관계 맺음이 이렇게 차분하고 단단하게 이루어지면, 내적 안정감을 토대로 애착 형성이 건강하게 만들어집니다. 다시 말해 아이 입장에서 돌봄의 '함께'하기가 질적으로 채워지면, 그 만족감을 가지고 어린 아이는 놀이 활동을 '혼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정육아 뿐 아니라 영아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보육의 질적 측면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여러 명의 아이를 동시에 살펴야하는 영아반의 현실은 가정과 다를 수밖에 없고, 또한 정부에서 이미 정해 놓은 프로그램(표준보육과정)에 따라 아이들의 생활을 획일적으로 이끌어 갑니다. 

월령이 낮은 아이일수록 어른들의 분주한 손길로 '자동 처리'되는 돌봄을 받을 때, 말 못하는 아이들의 불만족과 불안감은 조금씩 쌓여져 정서 발달의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정부 정책에 따른 무상보육 이후, 설상가상으로 요즘 맞춤형 또는 종일반으로 나누어 보육의 양적 기준에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국가의 미래 주인공들인 영유아의 교육·보육을 정치-경제적 차원의 논쟁거리로 삼기보다, 보육의 질적 기준을 높이는데 힘써야 하지 않을까요? 외부 지표에 맞춰진 획일화된 환경, 표준화된 일과표에 따른 돌봄을 통해 어린 아이들의 개별적 욕구와 발달의 속도가 최대한 고려될 수 있을까요? 

보육혁신의 새 물결을 만드는데 내부적으로 주력해야 합니다!  

Q. 4세 그룹 신입 여아가 다섯 달이 지나도 현장 적응을 못하고 있습니다. 맞벌이 가정이라 외할머니가 아이를 키워주셔요. 아침에 엄마가 출근길에 데려오고, 하원은 할머니가 도와주십니다. 학기초 적응기는 엄마와 함께 등원하여 순조롭게 잘 넘겼는데, 얼마 전부터 떼쓰기가 다시 시작되었어요. 아무리 달래도 소용없습니다. 게다가 초임 교사 한 명에게 늘 매달려 있어서 이 선생님이 꼼짝을 못하게 합니다. 오전 내내 너무 우는 날은 할머니가 일찍 데려갔다가, 그 다음 날은 꼭 결석합니다. 현재 30개월인데, 현장 적응이 무리일까요?     
 
A. 36개월 미만의 영아들에게 빠른 현장 적응을 바라는 것은 어른들의 욕심입니다. 부모나 교사는 현실적으로 적응력이 뛰어나면 안심하지만, 그 속도와 무관하게 어린 아이들이 가정 분위기를 벗어나 낯선 외부 환경에 몇시간 머무는 것은 심리적 부담감을 가져옵니다. 아이에 따라 이것이 감당하기 힘겨울 수도 있습니다. 주어진 가정 여건에 따라 보육현장의 돌봄이 꼭 필요한 경우, 적응기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의 경우 불안해하는 아이를 위해 엄마가 다시 적응 과정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30개월 아이가 불안하여 우는데, 선생님이 타이르며 달래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정서 불안을 더 가중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어떤 교사에게 매달리는 것은, 아이가 그 선생님에게서 엄마와 비슷한 어떤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느끼기 때문입니다. 불안해하는 아이 입장에서 적어도 한 명의 선생님과 관계형성을 쌓아가며 불안한 상황을 스스로 극복할 수도 있습니다. 어른과의 '함께'하기가 충족되지 않으면, '혼자'있기의 힘은 늘 부족하므로 어른 아이들이 보채고 울고 떼쓰는 현상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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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귀국, 이때부터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창의력, 상상력, 자질 발현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학자. 사회변화는 교육문화의 개선에서 시작된다는 확신으로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교육 서적을 번역하고 강의하다가, 뒤늦게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에서 슈타이너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학을 전공했다. 2000년부터 (사)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를 이끌며 번역서로 <아이들은 머리로 배우나>,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등이 있다.
이메일 : charirang123@hanmail.net       트위터 : steinercenter      
홈페이지 : http://steiner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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