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알파고가 암시한 공교육의 방향 찾기

이정희 2016. 06. 09
조회수 7351 추천수 0

대한민국은 현재 (초)고령 사회로 분류되고, 세계 1위의 저 출산율을 보이는 국가입니다. 이곳에 태어난 아이들의 존재가 소중한 만큼 사교육비 지출 역시 세계 1위를 차지는 것일까요? 엄마들의 조급증을 이용한 0세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유아기의 조기 교육은 물론, 초중고 시기의 선행학습이 아이들의 성장발달을 위축시키고 있음을 누구나 지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에 대한 열풍이 꾸준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교육은 공교육의 현실을 투사하는 거울입니다. 쌍방의 악순환 고리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의 강도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교실 붕괴, 학교폭력, 교권추락, 청소년 문제, 인터넷 중독 등 난제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최근 자주 등장하는 사회 문제들 중에서 분노조절 장애, 충동범죄, 소위 갑질 논란 등의 원인을 심층 분석할 때면, 사람들은 흔히 우리 교육의 총체적 문제를 거론합니다. 사회 문제 대부분은 분명 넓은 의미의 교육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공교육 뿐 아니라 가정교육, 사회교육, 시민교육 등 우리의 교육문화 전체를 근원적으로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시대의 명확한 알림과도 같이, 2016년 3월 대한민국에서 기술문명의 새로운 진입을 향한 '세기의 빅 이벤트'가 펼쳐졌습니다. 현재의 바둑 천재 이 세돌 9단이 인류를 대표하여, 과거의 체스 천재 하사비스가 개발한 알파고와 벌였던 바둑대결은 세계적인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사람이 기계를 이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치가 빗나가면서 우리는 소위 '알파고 쇼크'를 받았습니다. 

05528864_P_0.JPG » 이세돌. 한겨레 자료 사진.

또한 세계 언론을 향해 "수년 내 스마트 폰에 알파고를 삽입시키겠다"는 하사비스의 발표는 큰 파장을 일으켰고, 신기술 발전의 빠른 속도에 심리적 부담감과 거부감을 보였습니다. 다른 한편 그 동안 편리함에 익숙해 있던 디지털-미디어 기술 뿐 아니라 로봇과 인공지능이 실생활에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스며들고 있음을 확인하며, 이에 대한 경각심이 증폭되었습니다. 동시에 영화에서처럼 기계가 사람을 지배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른 한편 이런 알파고의 충격과 함께 우리는 자연스럽게 과거의 '스푸트니크 쇼크'를 떠올렸습니다. 1957년 당시 구소련이 최초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을 때, 서방세계를 포함한 미국은 국가의 위기를 인식했습니다. 이어서 바로 교육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미국은 항공우주국(NASA)을 만들었고, 1969년 '아폴로 호'의 달 착륙을 이루어 냈고, 여전히 과학의 최강국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스푸트니크의 위기 대처를 통해 국가의 역량을 획기적으로 키우는 기회를 만든 것입니다.

 

이번 알파고 충격을 계기로 예외 없이 나라마다 정치, 경제 및 교육 분야에 차별화된 전략들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 교육계는 새로운 방향 찾기를 위해 어떤 구체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나요? 게다가 대학 교육은 어떤 변화들을 겪고 있나요?

 

무엇보다 우리의 교육 구조와 제도는 미래 세대를 위해 얼마나 적합한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한 때입니다. 물론 세계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 교육은 대혁명의 수준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자중의 목소리는 알파고 쇼크 전부터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공교육 정책은 기존 교육의 개선 방안으로 이미 이것저것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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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을 좀 더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으로, 집중 이수제, 수행 평가제, 자유학기제, 대입 인성 평가 강화제도, 이과 문과 통합, 코딩교육 등의 도입 예고가 공교육 변화의 대표적인 예들 입니다. 이렇게 자주 바뀌고 보완되는 교육 안들 때문에 해당 학생들은 심리적 부담감이 크고, 자신들이 '교육 실험의 대상이 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학교가 무엇을 즐겁게 배우는 곳이지, 시험치고 대학 준비하는 곳은 아니라고 불평합니다.

 

더 큰 맥락에서 최근 몇 년 사이 도시마다 다르지만, 혁신 학교를 적극 지원하는데 방향을 맞추고 있습니다. 국가가 정해 놓은 교육과정을 교사 스스로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는 재량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현장 교사들의 하소연은 절박합니다. 교과서의 내용들을 "혁신적으로 재구성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교수-학습 방식에 성실하게 익숙해 있는 교사 입장에서 혁신적 수업방법이 하루아침에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알파고 이후, 현재 거론되고 있는 교육변화의 구상안들이 학생들을 세계 수준의 인재로 성장시키는데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이를 테면 초중고 12학년제 대신 개개인의 수준에 맞춰 교육하는 무학년제 도입이나, 학습자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및 학습자 중심의 평가제 실행으로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을 통해 맞춤형 교육까지 가능해지는 지능정보사회에서 '사람이 기계보다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지향하는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의견 제시가 과연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요?(참고자료:2016.04.08 지능정보사회 대비 교육정책 포럼서 제안). 


또는 이과 문과의 양분 제도의 폐지가 학생들을 세계적인 미래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알파고 때문에 교육부에서 더욱 주목하고 있는 일명 자유학기제가 공교육의 체질개선을 위한 확실한 열쇄가 될 수 있을까요?

 

공교육의 새로운 방향 제시 하나는 분명합니다.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 때문에 창의력, 인성 등의 참교육 가치가 높아지고 있고, 이를 토대로 한 자유학기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정부는 말합니다. 그래서 현 정부의 6대 교육개혁 과제 중 이것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즉, 그 동안 교실에서 조용히 앉아 듣고 필기하는 기존 수업 방식을 거꾸로 수업, 문제해결 학습, 협동학습등 수업 방법의 변화를 실천하는데 역점을 두고, 이 기간 동안 지필고사 형태의 중간시험과 기말 고사를 치르지 않아 진로 탐색이나 예술, 체육 활동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한다는 제도입니다. 그 핵심은 중학교 1학년 2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토론과 실습 등 학생참여 중심의 수업을 받게 한다는 것입니다. (www.hangyo.com /2016.4.19일 김 재춘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의 한국교육신문 인터뷰)

 

이렇게 자유학기제는 한편으로 학교 교육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대안으로 교육부 차원에서 대단히 강조하며, 다른 한편 커다란 모순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즉, 자유학기제 이전의 공교육 환경은 학생들을 성적 기준으로 서열화했고, 학생들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도 모르며 학업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시인하면서도, 결국 학부모들이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는 방법으로 자유학기제에 충실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2016년 4월 8일, 제주 토크콘서트)

 

국가의 미래는 결국 자라나는 세대가 만들어가기 때문에 새로운 교육 비전을 세우고 교수 방법론의 새 방향을 탐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미래의 세계 시민으로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는 저력은 한국식 'IQ-지능' 중심의 지적 교육이나 선행 학습을 통해 얻어질 수 없으며, 더욱이 초·중·고 학교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대학 관문 통과용 지식의 축적과 질적으로 전혀 다름을 모두가 인정합니다. 나아가 대학 교육 역시 위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대학은 상당수 정원 감축을 해야 하는 심각한 위기 때문에 국가의 ‘산업화 수요정책’을 따르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이 최근 정부의 프라임 사업 정책으로 더 심각한 모순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즉, 정부는 인문사회, 예체능 계열은 비경제적인 학과로서 정원을 대폭 줄이고 이공계열로 조정한다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에게 대학은 더 이상 창의적 사고와 의지의 활동을 펼치며 자신의 역량을 실험해보는 무대가 될 수 없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 디지털 혁명이 진행 중인 현재의 인재상은 인공지능과 로봇을 운용할 수 있는 이른바 창의적 융·복합형으로서,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창의성과 상상력, 사회성과 감성을 바탕으로 서로간의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종합적 사고력입니다. 결국 미래형 인재가 자유로운 사고 속에 풍부한 판타지와 우수한 언어능력을 가지고 세계적 네트워크로 움직이려면, 경쟁이 아닌 협력, 타인을 존중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는 공감능력이 중요합니다. 


게다가 새로운 발상을 내고 그것을 실현시키려면, 각 활동분야의 전문성과 함께 인성을 바탕으로 한 상생의 힘과 높은 윤리-도덕적 의식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이미 하버드 대학의 H. 가드너가 1990년대 중반에 발표한 7가지 상이한 다중지능과 D. 골맨이 연구한 'EQ-지능'과 일맥상통합니다. 


결국 1996년 유네스코 세계교육위원회가 제시한 네 가지 교육 원리, '알기 위한 학습과 존재를 위한 학습'의 기본을 너머서 '행동하기 위한 학습 (learning to do)'과 '함께 살기 위한 학습 (learning to live together)'의 비중이 확연히 커지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세계적인 교육학자 켄 로빈슨은 미래세대를 위해 창의적 학교를 위한 학교 혁명이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미래를 향한 우리 교육의 방향 찾기는 어느 지점에 도달해 있는지, 교육계를 비롯하여 학부모 개인의 차원에서 얼마나 깨어있나요? 고정된 교육 제도의 틀 안에 우리 아이들이 갇혀 있는 것은 아닐까요? 또는 고정된 부모 교육관 때문에 소중한 자녀들이 조기교육이나 선행학습에 무의미하게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더 늦기 전에 구체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알파고 이전의 학습 내용과 교수방법은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 채워야할 교육이 무엇인지 본질적 물음이 절실한 때입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대혁명은 이세돌의 책 제목처럼 '판을 엎어라'의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시험용 교과 과정과 교수 방법론으로 축적된 지식들이 무용지물임을 이제 국가 차원에서 서서히 공감하고 있지만, 교육 정책의 테두리 안에 있는 제도의 개혁은 아직 요원해 보입니다. 따라서 공교육의 변화에 앞서, 성장하고 있는 내 자녀를 위한 부모 교육관부터 급진적으로 변화시키는 내적 전환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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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귀국, 이때부터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창의력, 상상력, 자질 발현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학자. 사회변화는 교육문화의 개선에서 시작된다는 확신으로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교육 서적을 번역하고 강의하다가, 뒤늦게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에서 슈타이너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학을 전공했다. 2000년부터 (사)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를 이끌며 번역서로 <아이들은 머리로 배우나>,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등이 있다.
이메일 : charirang123@hanmail.net       트위터 : steinercenter      
홈페이지 : http://steiner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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