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알파고 그 이후, 내 아이 교육은?

이정희 2016. 04. 22
조회수 12949 추천수 1
05528893_P_0.JPG » 알파고 개발자 데미스. 한겨레 자료 사진.2016년 3월 서울은 세계인이 주목한 역사적 사건의 무대였습니다. 바둑을 알든 모르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우리는 세기의 대결을 함께 지켜보았습니다.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의 맞대결이니 만큼 사람들의 긴장감은 고조되었고, 이 대형 사건은 약간의 허탈감과 긴 여운을 남기고 막을 내렸습니다. 이어서 국내에서는 '이세돌 신드롬'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사회적 신드롬이 만들어진 배경은 무엇일까요? 알파고에게 3연패 하고 인간을 대표한 이세돌이 1승을 거두었기 때문에, 그 의미가 우리에게 더 극적으로 다가온 것일까요? 첫 대결에서 사람들은 인간 이세돌이 고뇌하는 비참한 표정을 읽어냈습니다. 세 번째 대국의 승복에서 그의 풀 죽은 모습을 목격했고, 네 번째 대국에서 새롭게 발휘한 도전정신과 의연함에 뿌듯해했습니다. 대국 전체를 통해 그가 보여준 것은 의지력과 투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인공지능 앞에서 불굴의 도전 정신과 투지력, 노력은 진정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성임을 확인했고, 기계가 가질 수 없는 이세돌의 순수 인간미를 발견하며 감동했던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기술문명의 발전을 막연히 생각하던 일반인들이 딥런닝(Deep learning)이 가능한 소위 '강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습니다. 미래의 삶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워도 대변환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이세돌 신드롬과 함께 각 매체와 각계각층은 인공지능 시대의 준비를 위해 현재의 사회 경제 문화를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며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급격히 변화된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인간상을 막연히 그리면서, 똑똑한 ‘알파고형’ 인재가 미래 사회에는 역량 발휘를 할 수 없음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교육의 어떤 방향이 미래 시각에서 합당한지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있어 어떤 변화를 시도하고 있을까요? 물론 표면적으로 알파고는 한국적 교육 열풍에 큰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이세돌 신드롬 덕분에 어린이 바둑은 수영, 골프, 검도, 축구, 피겨스케이팅처럼 열풍 대열에 올랐습니다. 학부모들은 영재바둑교실을 통해 자녀의 사고력, 암기력, 논리력과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아이들을 괴롭히는 부모들의 과한 교육열은 알파고의 등장 전과 다름없이 뜨거워 보입니다. 다음은 초등 4~6학년 학생들의 대화 내용입니다.

 

"엄마가 고등학교, 대학교 계획까지 다 짜놓고 그대로 공부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잖아"

"우리 엄마는 나보고 외고(외국어 고등학교) 가라고 하셔"

"나도 과학고(과학 고등학교)나 외고 가는 걸 목표로 삼으라고 하셨어."

"특정 고교를 나오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하셔"

"학창시절 공부 잘한 아빠 친구들이 지금 행복하게 사신다고 말씀하셔"

"내 친구는 아빠한테 칭찬받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데 행복하지 않대. 요즘은 할머니까지 공부에 간섭하신대."

(출처: dongA.com 2016.04.04)

 

다양한 교육열풍을 만들어내는 학부모들의 의식 변화가 하루아침에 일어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 아이를 위해 시킨다고 생각하는 선행학습,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는 특목고 선호 등의 교육관이 앞으로도 효율적인지 생각해봐야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자녀 교육이 국제 맥락에서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인간 대 기계의 대결에서 이세돌이 인상적으로 보여준 것은 두뇌회전이 아니라, 사람만이 가능한 자유의지와 창의성, 그리고 결과에 관계없이 도전하는 용기와 열정이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위의 아이들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 현장에서 중요시하고 있는 것들과 거리가 있습니다. 기존의 암기와 연산, 정보획득 등 지식 학습은 이제 디지털 기계를 통해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알파고 사건은 취학 후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영유아시기부터 조기교육을 시키고, 초중고 시기에 시험 잘 보기 위해 예외 없이 선행학습을 시키고, 교과서 지식을 암기하며 습득하도록 뒷받침하는 사교육이 자녀의 미래 삶에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목격하기에 충분한 기회였습니다. 이번 알파고의 등장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미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적 능력 보다 입체적 사고와 창의성, 특히 '사람다움'이 소중한 이유를 암시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국을 기회로 학부모들이 개인 차원에서 기존의 교육 방식과 자녀교육관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스스로 던질 때, 한국의 사교육 고질병은 서서히 치유될 수 있습니다. 그 첫걸음은 아이마다 다른 재능을 내 아이에게서 찾아내는 노력입니다. 그리고 내 아이의 개별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새로운 시각입니다.

 

Q. 시아버님이 워낙 바둑을 좋아하셔서 남편 역시 바둑 광에 속합니다. 일요일은 물론이고 틈만 나면 컴퓨터로 바둑프로그램을 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큰 애 역시 자연스럽게 취학 전 유아 바둑학원을 보내게 되었죠. 또래 보다 집중을 잘 한다는 칭찬을 들으면서 몇 해 즐겁게 다니더니, 4학년에 올라가서 바둑이 재미없다고 하네요.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좋다고 바둑학원은 안가겠다고 합니다. 남편은 그런대로 수용하여 이번 달부터 학원을 중단했는데, 시댁 어른들이 이세돌 바둑대결을 언급하시며 너무 안타까워하십니다. 이제 서서히 제 마음이 불편해지고 있습니다. 시아버님 말씀대로 사고력, 집중력, 수리력, 공간지각 능력, 창의력과 인내심을 높여주기 위해 아이를 설득해서라도 바둑학원을 지속시켜야 할까요?

 

A. 바둑 집안에서 손자에게 바둑을 권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유아기부터 시작한 바둑을 4학년이 되어서 안하겠다고 아이가 의사 표시를 한 것은 어른들이 존중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초등 4학년의 시기는 개인차가 있지만, 아동 내면에 변화를 겪는 시기입니다. 그 동안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조화롭게 보이던 것이, 이제 외부세계와의 단절을 아이 스스로 느끼지 시작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둑대신 또래들과의 놀이가 즐겁다고 말한 것은 오히려 바람직해 보입니다. 그 동안 아이는 집안 분위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정적 두뇌 활동에 속하는 바둑을 좋아한 것 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 바깥세상에 눈을 돌려 친구들과 어울려 몸을 움직여 놀고 싶은 욕구가 아이 내면에 올라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런 성장에 대하여 할아버지를 포함하여 어른들이 반가워하셔야 합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 자발적으로 어떤 취미활동을 중단하거나, 또는 무엇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 역시 자연스런 행동 변화입니다. 바둑에 대한 흥미는 얼마간 쉬었다가 어느 시점에 다시 동기 부여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어떤 것을 취미로 좋아할 때, 그것을 몰입 교육으로 특화시키는 것은 어른의 욕심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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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귀국, 이때부터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창의력, 상상력, 자질 발현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학자. 사회변화는 교육문화의 개선에서 시작된다는 확신으로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교육 서적을 번역하고 강의하다가, 뒤늦게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에서 슈타이너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학을 전공했다. 2000년부터 (사)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를 이끌며 번역서로 <아이들은 머리로 배우나>,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등이 있다.
이메일 : charirang123@hanmail.net       트위터 : steinercenter      
홈페이지 : http://steiner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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