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조기취학, 사회성 미성숙 이끈다

이정희 2015.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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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취학의 문제점②]

04653035_P_0.JPG » 한겨레 신문 자료.


 

 "초등교사 부부입니다. 20년 전 남편 반대를 무릅쓰고, 제가 단호히 내린 결정! 지금도 후회하고 큰 딸에게 미안해하고 있습니다. 생일로 보아 한 해 더 기다렸어야 하는데, 맞벌이 여건상 조기 입학을 강행했어요. 또래보다 키도 크고 영리해 보여서 안심했는데, 학교 적응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더군요. 첫 단추를 어렵게 꿰어서인지 4학년까지 아이들과의 어울림이 수월하지 않았어요. 아이의 자신감은 외부에서 넣어줄 수 없더라구요. 사회인이 된 지금도 큰 딸은 자신이 살짝 대인 공포증 같은 울렁증 때문에 불편한데 초등시절에 생긴 것 같다고 말합니다. 수십 년 쌓은 저의 교직경력과 제 딸의 경험으로 봤을 때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네요. 취학 연령 하향 조정은 무엇보다 아이의 심리 안정과 사회성 발달 때문에 곤란합니다. 국가의 비용 절감을 위해 유아기의 성장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은 '유아기의 권리' 내지 '아동의 인권 침해'와 다를 바 없습니다."


학제개편과 조기취학을 통해 공적 재정 부담을 줄이고, 동시에 사회 진출 연령을 앞당기자는 정치 경제적 발상은 국가 미래를 위해 거론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의 발달 속도와 성숙을 무시한 조기입학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딜레마로써 국가 차원의 손실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안은 시선을 밖으로 돌려, 우리가 세계적 교육흐름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어떨까요?

 

이미 1960년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서 조기 교육을 포함하여 입학 연령의 하향 조정은 치열한 논쟁을 거친 적이 있습니다. 구소련의 최초 인공위성 발사 성공으로, 소위 ‘스푸트니크-쇼크’ 때문에 정치가들은 1960년대 중반부터 미취학 예비학급을 설치하여 지적 교육의 조기 도입을 실험적으로 추진하였습니다. 또한 1970년 중반 사회-문화적 계층 간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취학 전 (선행)학습지도 프로젝트를 실행하였습니다. 당시 교육학자들 간에 조기 지적 교육에 대한 찬반론이 엇갈렸고, 결국 적용 사례의 결과물들과 교육심리 학적 연구결과를 토대로 그 부작용들이 입증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시도들은 1980년대 중반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에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 후 2005년부터 유럽연합의 노동시장 진입 연령의 경쟁 때문에 다시 각국의 정치가들은 조기취학을 교육정책 방향의 중심에 놓고 있지만, 여전히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독일은 각 방향의 교육학자들이 한 목소리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언론기관 및 깨어있는 시민 층이 연대하여 탄원서를 만들어, 이른바 "국민 불복종 운동" 차원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 결과, 만 6.5살에서 6.7살 사이의 취학 연령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기 지적 교육 및 조기 취학을 이렇게 반대하는 교육학적 근거는 무엇일까요?

본래 미국 연구프로젝트(Bloom, 1966)는 유아기의 지적 훈련이 인성 발달과 지적 소질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기대에서 출발했습니다. 이 견해는 학문적 평가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지능 지수가 높은(IQ=125) 취학 직전 아이들을 15개월 동안 조기 문자 교육을 시켰더니 오히려 낮아졌고(IQ=119), 아이들의 인내심과 집중력이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내적 힘의 약화가 유아의 의지적 활동에 영향을 미치므로, 인성 발달의 문제를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1970년대 독일 막스-프랑크-인스티투트의 교육연구자들의 장기 프로젝트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유아기의 문자 교육(읽기 학습)은 사고력과 지적 능력의 촉진과 무관하며, 오히려 인성 발달의 토대에 부정적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취학 전 만5살 유아의 세상 체험은 만7살 아동과 비교하여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Schmalohr, 1970 / Kranich, 1971)

 

요컨대 만5~6살까지 아이들의 이해 과정은 설명이 아니라, 직접적인 체험과 인상들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 시기는 아직 추상적 사고력이 형성되기 전 단계이므로, 예컨대 '달이 나를 쫒아 다닌다'고 느끼며 실제 그렇게 생각합니다. 즉, 세상의 어떤 대상을 지각하여 내적 체험으로 연결되어야, 그것이 아이 안에서 이해 차원으로 넘어갑니다. 이와 비교하여 읽기 학습과 같은 조기 인지교육은 결국 추상적 이해를 과도하게 요구하게 됩니다. 이런 학습은 아이가 몸으로 직접 체험하여 얻어진 성취감과 자기 신뢰감과 같은 느낌으로 가져갈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조기 취학으로 이루어지는 학습(가정의 조기선행학습 포함)은 아이의 정서 생활과 정신적 내면 발달을 점점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Q. 산만한 아이들, 세계적인 추세인가요?


직장 때문에 시어머님께서 두 아이를 취학 전까지 애지중지 키워 주셨습니다. 둘째 딸이 입학 후 바로 틱 현상과 배변장애가 심해졌어요. 게다가 수업 시간에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고 교실을 돌아다닌대요. 담임 교사의 권유로 병원에 가보니, 짐작대로 'ADHD 증후군' 진단을 받았습니다. 한 동안 저희 부부는 거의 공항상태에 빠졌습니다. 급기야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복귀했습니다. 현재 집안일과 두 아이 양육에 전념하고 있는데, 다행히 아이 증상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약물치료는 중단했고, 주1회 행동치료만 받고 있어요. 치료실에서 만나는 여아 엄마들의 하소연은 거의 공통적입니다. 유치원 시기에 아주 똑똑한 편이었는데, 학교 들어가서 집중 못하고 주의 산만한 아이로 돌변했다는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작년 보다 치료실을 찾는 아동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고,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증세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세계적으로 많아진다고 합니다. 세계 공통의 어떤 요인이 있나요?


A. 정서발달 장애, 사회성 미성숙으로 생깁니다.


여러 유형의 정서발달 장애 증상들이 '시대병'이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요인은 다양하지만, 유아들과 초등 저학년생들이 겪는 어려움들은 주로 사회성 발달의 미성숙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스스로를 조절하지 못할 때, 두 가지 대조적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자신감 부족으로 너무 수줍어하는 행동과 절제력 부족으로 주의 산만한 태도로써 공격성, 분노 조절 장애 등 반사회적 행동입니다.


그 중에서 ADHD 장애(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는 신체와 관련한 유전적 소인과 뇌의 생화학적 이상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외부 환경적 요인들 역시 학문적으로 좀 더 세밀하게 밝혀지는 중입니다. 그 가운데 입학연령, 조기취학이 주의력 결핍 증세의 주요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캐나다 의사와 교수 연구팀은 ADHD 증세로 진단받은 만 6살에서 만12살 사이의 아동들 9만37943명을 11년간 추적 평가해 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학교 반 친구들보다 미성숙한 태도 때문에 오진을 받게 된 경우가 약 39%로 많았고 , 불필요한 약물까지 복용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아이들 중 대부분 학급 평균 나이보다 몇 개월 어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상대적 취학연령의 긴요함을 강조하며, 국가 발전의 미래를 위해 개별 아동의 성숙에 따른 입학 연령의 정책에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in Vancourver / Canadian Medical Association Journal, 2010년 3월)


좀 더 최근 연구발표로 2015년 독일 사례가 있습니다. 뮌헨대학에서 만 4세에서 만 14세 사이의 주의력 결핍 ADHD 아동 7백만 명을 조사한 결과, 또래 보다 몇 개월 일찍 취학한 아동들에게 이런 증상이 현저하게 높게 나타났습니다. 즉, 외부 요인들 중에서 입학연령이 아동의 심리 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입학정책은 아동의 개인 발달에 따라 유연하게 개선되어야 하며, 의사도 이런 진단을 내릴 때 연령을 더욱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합니다. (Spiegel, 2015년 9월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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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귀국, 이때부터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창의력, 상상력, 자질 발현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학자. 사회변화는 교육문화의 개선에서 시작된다는 확신으로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교육 서적을 번역하고 강의하다가, 뒤늦게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에서 슈타이너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학을 전공했다. 2000년부터 (사)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를 이끌며 번역서로 <아이들은 머리로 배우나>,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등이 있다.
이메일 : charirang123@hanmail.net       트위터 : steinercenter      
홈페이지 : http://steiner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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