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13~24개월 그림책] 일상생활 그림책이 좋아요

김영훈 2019. 04. 18
조회수 4254 추천수 0


baby-1542920_960_720.jpg » 사진 픽사베이.주도적인 독서습관의 시작 ‘일상생활 그림책’


생후 12개월이 되면 원인과 결과를 파악할 수 있고 시간개념이 뚜렷해지기 때문에 단순한 사물 그림책은 심심해한다. 아이는 짧더라도 줄거리가 있고, 주인공들이 움직이는 그림책을 원한다. 나와 비슷한 아이가 나와 비슷한 놀이를 하고, 나와 비슷한 행동을 하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야기가 나올 때 아이는 색다른 기쁨을 발견한다. 이렇게 생후 12개월이 지난 아이가 겪는 일상, 즉 목욕하기, 옷 갈아입기, 밥 먹기, 잠자기 등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일상생활 그림책’이라고 한다. 이런 종류의 그림책은 매일매일 아이가 흔히 겪는 일상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책을 매개로 부모와 아이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 또한 그전까지는 방관자적으로 보던 그림책을, 일상이 소재가 되면서 적극적으로 주도하면서 보기 시작한다. 주도적 그림책 읽기는, 앞으로 갖게 될 독서습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일상생활 그림책은, 아이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소재라면 무엇이든 좋다. 목욕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그림책을 통하여 욕조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동물들과 목욕하는 놀이를 상상하게 할 수 있다. 동물들이 서로 등을 밀어주면서 목욕하는 그림들은 아이가 목욕을 재미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특히 가족이 함께 목욕하는 즐거움을 표현한 그림책은 목욕에 대해 흥미를 갖게 할 수 있다. 이 시기 부모들이 자주 걱정을 털어놓는 육아 분야는 먹는 것, 자는 것이다. 골고루 잘 먹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먹고, 잘 시간이 되어도 도통 자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 주요 걱정이다. 


그림책을 통해서 이런 걱정에 대한 해답도 찾을 수 있다. 먹기와 관련된 일상생활 그림책은 다양한 음식에 관심을 갖게 하고, 바른 식습관을 갖도록 돕는다. 또 베갯머리 그림책은 잠드는 것에 대한 공포를 떨치게 하고, 편안하게 꿈나라로 갈 수 있게 한다. 베갯머리 그림책은 잠자기 1시간 전쯤 그림책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매일 규칙적으로 베갯머리 그림책을 읽어주면, 아이가 미리 ‘이제 곧잘 시간이구나.’라는 것을 알아채고 준비하게 됨과 동시에 꾸준히 책을 읽는 습관까지 길러줄 수 있다. 이때 읽어주는 그림책은 잠자리용 그림책이라는 부제를 달지 않았어도 잔잔하면서도 푸근한 내용이면 뭐든 좋다.


「냠냠냠 맛있다 (보린 글․ 백은희 그림/ 창비)」는 식습관과 관련된 그림책으로 다양한 동물과 음식이 등장해 아이의 흥미를 끈다. “똑똑똑”노크 소리와 함께 아이가 사과, 콩, 우유 등을 식탁 위에 차려놓자 코끼리, 참새, 고양이 등이 차례로 나타나 맛있게 먹는다. 의성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시각과 미각에 청각과 촉각의 효과를 더했다. 의성어와 어태어로 운율을 살린 글은 질문과 대답으로 구성되어 있어 부모와 아이 모두 따라 읽으며 놀이를 즐길 수 있다.


[김영훈 교수의 그림책 추천 상자 1]


일상생활 그림책


• 냠냠 식사 놀이 (기무라 유이치/ 웅진주니어)

• 싹싹싹 (하야시 아키코/ 한림출판사)

• 아기말 그림책 (호박별 글․ 남은미 외 그림/ 시공주니어)

• 와글와글 모두 그림책 중 ‘이렇게 신어요’ (와타리 무츠코/ 한림출판사)

• 도토리 삼형제의 안녕하세요(이현주/ 길벗어린이)

• 어떻게 하면 좋지?(와타나베 시게오 글․ 오오토모 야스오 그림/ 북뱅크)

• 옷을 입자 짠짠(정은정 글․ 박해남 그림/ 비룡소)

• 유모차 나들이(미셸 게/ 비룡소)

• 치카치카 하나 둘(최정선 글․ 윤봉선 그림/ 보림)

• 둘이서 둘이서(김복태/ 보림)


일생생활 그림책 중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에는 ‘똥’에 관한 것이 있다. 생후 12개월이 지나면 아이들은 부쩍 똥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다. 아이는 똥을 자신이 만들어낸 위대한 창조물이며, 자기 몸에서 나온 분신이라고 여긴다. 그처럼 소중한 똥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면, 대부분 아이는 자지러지게 좋아한다. 시기적으로도 생후 20개월이면 대소변 가리기 훈련이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이때 배변훈련과 관련된 그림책을 보여주면, 화장실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고 변기와 친숙하게 해 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은 「똥이 풍덩! (알로나 프랑켈/ 비룡소)」이다. 아기 변기에 적응하지 못해 실수하는 아이의 모습을 솔직하고 세심하게 그려져 있다. 주인공 아이는 처음에는 변기를 신기해하다가 그곳에 응가를 해보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던 응가는 변기를 떠나자마자 나와 버리고 결국 아이는 아기 변기 근처에 응가를 한다. 엄마는 다시 아이에게 기저귀를 채워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아기 변기로 달려가 정확하게 응가를 하게 되고, 이를 엄마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엄마는 그것을 다시 변기에 버려 물을 내리고 아이는 떠내려가는 응가를 향해 ‘안녕’하고 인사를 한다. 그림책 중간 응가의 신호를 받는 아이는 변기에 앉아 응가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부분이 있다. 책 한 페이지가 ‘나왔나? 아직. 나왔나? 아직도. 나왔나? 아직아직’이라는 문장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한창 배변훈련 중인 아이에게 이 부분을 숨이 가쁘게 빠르게 읽어줘 보자. 리듬이 느껴져 재미있어하는 동시에, 변기에 응가를 하고 싶은 자신의 간절한 마음이 글귀 안에 그대로 담겨 있어 좋아한다. 「똥이 풍덩」은 배변훈련 과정과 배변훈련 중인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림책으로 여자 아이용과 남자 아이용이 따로 나와 있다. 「누구나 눈다 (고미 타로/ 한림출판사)」라는 그림책은 여러 동물이 싼 똥을 익살스럽게 보여준다. 그리고 “누구나 먹으면 싼다!”는 진리를 말해준다. 동물의 앞모습과 뒷모습, 먹는 것과 배설하는 것, 동물의 크기와 배설물의 크기 등을 비교할 수 있다. 땅, 바다, 하늘에 사는 다양한 동물들에서 나온 똥의 크기를 비교하고, 생김새, 색깔, 냄새가 다르다는 점도 알려준다. 여기저기 똥을 누는 동물과 정해진 장소에서만 똥을 누는 동물을 비교하면서 기저귀, 아기 변기, 변기를 이용하는 갓난아기, 아이, 어른 등도 보여준다.


배변훈련 그림책을 읽어줄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이런 책들로 배변훈련을 완성하겠다는 생각은 과욕이다. 그보다는 똥이나 변기에 친숙하게 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그림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흉보아서는 안 된다. 그림책을 보면서 “OO는 팬티에 쉬했네. 우리 AA는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지?”라든가, “OO는 바보인가 봐, 변기에 앉을 때 팬티도 안 내리고 앉았네.” 등의 말은 아이에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그림책 속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그런데 엄마가 그림책 속 주인공을 흉본다면 자신이 비난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습관을 고치려는 목적을 버리고 재미있게 읽는 것으로 충분하다.


[김영훈 교수의 그림책 추천 상자 2]


배변훈련 그림책 


• 뿡뿡! 뽀로로와 응가 해요 (키즈 아이콘 편집부, 키즈 아이콘)

• 안녕? 쉬야, 똥아! (양승현 글, 김미선 그림, 꿈꾸는 달팽이)


베갯머리 그림책은 아이의 정서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라면 뭐든 좋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잠드는 것을 강조한 책을 뽑으라면 「요 이불 베개에게 (타카노 후미코/ 한림출판사)」를 들 수 있다. 잠자리에 든 아이에게는 요, 이불, 베개가 친구일 수 있다. 「요 이불 베개에게」에서는 혼자 자게 된 주인공 아이가 요, 이불, 베개에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으며 아침까지 잘 자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요, 이불, 베개는 아이에게 자신들이 지켜줄 테니 아무 걱정 없이 잠을 자라고 말해준다. 한 선으로만 그려진 단순한 그림과 색채는 간결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아이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이 책을 읽어준 후 우리 아이에게도 그림책 주인공과 똑같이 침대, 이불, 베개에 “아침까지 꼭 나를 지켜줘. 꿈나라에서 만나자~”와 같은 말을 건넨 후 자도록 해보자. 아마 혼자 잠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아이가 잠자리에서 빨리 잠들기를 바라며 그림책을 찾는다면, 자장가가 담긴 그림책을 골라보는 것도 좋다. 「자장자장 엄마 품에 (임동권 글․ 류재수 그림/ 한림출판사)」와 같은 그림책을 보여주며 우리네 할머니가 읊조리듯 타령처럼 불러주자. 의외로 스르르 잠들어 버리는 아이 모습에 놀랄 것이다. 자장가 하면 요즘 엄마들은 CD로 들려주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자장가는 엄마 혹은 아빠가 육성으로 불러주어야 제맛이다. 그래야 정서적 안정이라는 큰 효과를 낸다. 미국 카네기연구센터에서 실시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스웨덴이나 덴마크의 엄마들은 75%가 자장가를 불러주고, 미국 엄마들은 50%, 일본 엄마들은 30%가 자장가를 불러준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 독서교육개발원이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엄마들은 15%만이 자장가를 ‘가끔 불러준다’고 한다. 자장가를 가끔 드물게 불러주는 나라와 대부분이 매일 불러주는 나라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미국 컬럼비아대학 지구연구소가 157개국을 대상으로 작성한 ‘2013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행복지수 1위인 나라는 덴마크였다. 스웨덴도 5위였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40위 권 밖이었으며, 일본이 우리보다 높은 순위였다. 자장가는 아이의 정서발달에 영향을 준다. ‘자장가’하나만 가지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자장가’가 정서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두 연구결과는 우연이라기보다는 당연한 결과라고 보인다. 「자장자장 엄마 품에」에는 거의 모든 우리 전래 자장가가 담겨 있다. 유아기 내내 활용하기 좋을 것이다.


[김영훈 교수의 그림책 추천 상자 3]


베갯머리 그림책


• 이렇게 자볼까? 저렇게 자볼까? (이미애 글․ 심미아 그림/ 보림)

• 쿨쿨쿨 잠자요(보린 글․ 백은희 그림/ 창비)

• 엄마! 저 좀 재워주세요(이화주/ 고인돌)

• 잘자요, 달님(마가릿 와이스 브라운 글․ 클레먼트 허드 그림/ 시공주니어)

• 깊은 밤 호랑이처럼(메리 로그 글․ 파멜라 자가렌스키 그림/ 키즈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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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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