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럿이놀이] 야외극장


▲ 준비물 : 노트북 또는 소형 프로젝터, 스크린(또는 흰색 천)
캠핑을 시작한 뒤로 마음속에 항상 그려오던 장면이 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살살 부는 바람을 맞으며 영화를 감상하는 일! 타닥타닥~ 모닥불을 피워놓고 서늘한 밤공기를 맞으며 심야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것은 캠퍼의 로망으로 부족함이 없는 호사다. 금요일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캠핑장에 도착한 수고도 잊게 만든다.
늘 어른들이 볼만한 영화를 고르다 문득 아이들도 영화관이 아닌 ‘야외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면 오래오래 간직할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후로 가끔 노트북이나 프로젝터 등의 장비를 챙겨 간다. 캠핑장에 도착하면 우선 오늘 밤 상영할 영화 후보작 몇 편을 공개한다. 어떤 영화를 볼지는 아이들끼리 의논하여 정하도록 한다. 만약 한여름의 캠핑이라면 아이들이 다 같이 깔깔깔~ 웃으며 보기에 좋은 만화 영화가 아닐까 싶다. 공포물을 좋아하는 녀석도 있지만 몇몇 여자아이들은 겁을 먹고 울어버리기도 한다.

노트북을 펼쳐놓고 보여줘도 좋지만 프로젝터가 있다면 더욱 근사한 야외극장이 완성된다. 프로젝터가 있더라도 스크린을 준비하기 어렵다면 흰색 천 하나만 있으면 된다. 오히려 더 운치 있어 즐거움을 더한다. 영화 상영 준비 과정을 아이들이 돕도록 하는 것도 좋다. 화면 앞쪽에 줄 맞춰 의자를 놓고 영화를 보면서 먹을 간식거리도 모아 오도록 시킨다.
영화가 끝날 무렵이면 어린 관객들은 하나둘 각자의 텐트로 돌아간다.
“얘들아, 재미있는 꿈 꿔~.”
영화 상영을 무사히 마쳤다는 뿌듯함에 아빠도 기분 좋은 순간이다.
날씨가 좋지 않거나 가족끼리만 캠핑을 간 경우에는 텐트 안에서 조용히 감상하는 것도 좋다. 그럴 때는 노트북을 이용하면 된다.

이 글을 쓰며 아이들과의 추억을 더듬다 보니 예전에 아내 없이 아이들만 데리고 캠핑을 갔던 일이 생각났다. 그날도 아이들과 함께 볼 영화를 준비해 갔다. 아이들은 엄마가 없는 틈을 타 평소에는 금지되어 있는 과자를 먹으며 묘한 해방감마저 느끼는 듯했다. 테이블 위에 두 아이와 나까지 발을 올려놓고 꼼지락거리다 발가락이 비슷하게 생겼네, 하는 영화 이외의 시시콜콜한 대화도 해가면서. 이 짧은 시간에 아이들과 꽤 많은 대화를 나누고 교감을 한 듯한 기분이었다.
캠핑장에서 보는 영화에는 아이들이 바로 주연이다. 조연은 별빛 달빛이고 나는 영화감독이 된 듯하다. 이 소소하지만 매우 소중한 추억에 요즘도 종종 영화를 준비해 간다.
출처 : 아이가 즐거운 가족 캠핑의 모든 것 <아빠, 캠핑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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