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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하자 그만두라는 회사… 어쩌죠?

황현숙 2015. 05. 15
조회수 4076 추천수 0

04717931_P_0.JPG » 한겨레 자료 사진


Q. 제가 임신한 걸 우연히 알게 된 사장님이 회사 경영이 어려워 인원을 줄이겠다고 하네요. 전체 직원이 10명도 안 되고 여직원이 3명인데, 제게만 배가 점점 불러오면 더 힘들어질 테니 이번 달까지만 출근하라고 합니다. 이렇게 그만두기에는 억울한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회사가 어려워 인원을 줄인다는 얘기는 말뿐이고, 실제로는 임신했다는 이유로 그만두라고 한다는 것이죠. 배가 불러오면 더 힘들어질 테니까 미리 그만두라고 하는 것은 임신이 이유라는 것을 애써 감추려 하는 것도 아닌 모양입니다. 예전에는 임신하면 회사 관행이라는 이유로 퇴사를 종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임신을 이유로 해고하면 불법이라는 사실이 많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경영상 이유 등 다른 이유를 들어 그만두라고 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만약 경영상의 이유라 하더라도 무조건 정당한 해고가 아니라 법적인 요건을 갖춰야 하므로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회사로부터 그만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를 거부했는데도 강제로 퇴직하도록 하면 해고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임신을 이유로 한 강제 퇴직이나 해고는 부당한 해고에 해당됩니다.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당 해고일 뿐만 아니라 남녀고용평등법,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정한 성차별적인 해고에도 해당됩니다. 따라서 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신청을 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통해 시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성차별적인 해고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법으로는 이런 보호 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이런 일이 생겼을 때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상 임신을 이유로 한 해고임에도 불구하고 임신을 이유로 한 것이냐 그렇지 않은 것이냐, 강제 퇴직인 해고냐 권고사직이냐 자발적 사직이냐를 놓고 회사 측과 주장이 달라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임신을 이유로 한 해고임을 확인할 수 있는 메일, 녹음 등의 입증 자료를 그때그때 남겨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받아들이면 권고사직으로 구분돼 부당 해고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는 데 매우 불리하고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임신을 이유로 한 권고사직으로 인정되면 실업급여는 받을 수 있지만 부당 해고로 인정받기는 어렵습니다.

 

출산을 장려한다는 정책들은 계속 쏟아져 나오지만 막상 임신했을 때 직장에서 피부로 느끼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미리 포기하기보다는 직장맘지원센터 같은 관련 기관의 도움을 받아 구체적인 상황에 맞는 대응을 통해 소중한 권리를 지켜나가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여성신문 2015년 4월 17일자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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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숙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2012년 설립한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의 초대 센터장을 맡고 있고, 20년이 넘게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상담, 교육 등의 활동을 해왔다. 그동안 만 건이 넘게 일하는 여성의 상담을 진행해 오면서 우리 사회에서 일하는 여성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엄마가 내 롤모델이야!”라는 두 딸의 말을 들으며, ‘일하는 엄마가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더 커졌고, 가정·직장·사회를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하나씩 디딤돌을 놓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메일 : happyw4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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