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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순환 고리 ‘엄마의 죄책감’을 벗어던져라

양선아 2013. 11. 19
조회수 12673 추천수 0

아빠 엄마 육아.jpg

 

“나 잠자기 싫어! 엄마랑 놀고 싶단 말야~ 엄마랑 스티커 붙일거야!”
5살 동빈이(가명)는 밤 11시에도 엄마와 놀겠다고 떼를 쓴다. 광고 기획자인 엄마 이시형(40·가명)씨는 몸이 녹초가 돼 집에 왔지만 아이와 놀아준다. 이씨는 “몸은 피곤하지만 하루종일 엄마를 기다린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 아이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준다”고 말했다. 아이랑 놀아주다보면 금세 밤 12시. 눈밑 다크써클이 짙어진 이씨는 다음날 회사에서도 아이가 걱정돼 안절부절이다. 무릎이 안좋은 시어머니가 동빈이와 잘 놀아줄지, 혹시 안전 사고는 생기지 않을지 걱정돼 계속 집에 전화를 한다. 이씨는 집에서 전화만 와도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된다. 이씨는 “회사 일도 집중이 안되고, 내가 아이에게 엄마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항상 미안하다”고 말했다.
 
어떤 엄마가 죄책감이 더 높나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나?’ ‘혹시 내가 아이에게 잘못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등의 생각을 하며 양육 죄책감을 갖는 엄마들이 많다. 이씨도 그런 경우다. 흔히 엄마들의 이런 죄책감을 단순한 개인의 감정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양육 죄책감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 모든 엄마들의 죄책감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다. 엄마가 처한 환경, 성장 배경, 성격 등의 다양한 요인들에 따라 죄책감 수준은 달라진다. 엄마들 스스로 자신이 가진 죄책감을 좀 더 객관화하고, 죄책감의 원인을 따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연구 내용들을 종합하면,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모성 이데올로기가 강한 사람일수록 죄책감이 강하다. 이런 사람들은 대리 양육자가 아무리 아이를 잘 보살펴줘도 엄마가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또 양육맘보다는 직장맘일수록 죄책감을 더 많이 갖는다. 양육맘은 24시간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아이에게 질이 높은 양육을 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느끼지만, 직장맘은 “함께 하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에 죄책감을 갖는다.


세번째로 아버지의 양육 참여도에 따라 엄마의 죄책감이 유발하는 부정적 양육 태도의 정도가 달라진다. 죄책감을 많이 느끼는 엄마들의 경우, 아버지의 양육 참여도가 낮으면 아이들에게 통제나 거부의 태도를 갖는 부정적 양육행동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외에도 엄마가 완벽주의적 성격이 강할수록 엄마의 죄책감은 높고, 나이가 어린 엄마일수록, 여자 아이보다 남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일수록 죄책감을 많이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엄마의 죄책감, 그 후폭풍


이렇게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엄마의 죄책감은 엄마 자신과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명선 아동청소년상담센터 맑음 소장은 “죄책감이 높은 엄마들일수록 불안감도 많고 우울감도 높다. 이런 엄마들은 양육 효능감이 떨어져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양육 태도를 보인다. 엄마들의 부정적 양육 태도는 아이의 사회성이나 (감정, 인지, 행동) 조절 문제 등에 영향을 미쳐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최 소장이 말하는 부정적 양육 태도란 △아이를 자꾸 통제하려는 태도 △아이를 과잉 보호하는 태도 △훈육해야 할 시기에 적절한 훈육을 못하고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태도를 말한다. 미안함과 죄책감이 많은 엄마는 자신의 정서적, 체력적 한계를 넘어설 정도의 역할을 하다 스스로 지치게 되면 아이에게 짜증이나 폭발적인 화를 낸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부적절한 행동을 하거나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하기라도 하면 강압적인 방법을 쓰거나 벌을 주기도 한다. 반면 과도한 죄책감에 자녀에게 물질적으로 과잉보상하기도 하고, 과잉애정을 쏟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적절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너무 부끄러움이 많거나 자기 혼자만 잘난 ‘왕’이 되거나 공격성이 많거나 외로움을 잘 타는 아이로 자라게 된다. 결국 아이의 사회적 유능감이 떨어지게 돼, 친구와의 관계 등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앞의 이씨의 사례에서도 밤 11시면 아이가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인데도, 엄마는 적절하게 훈육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계속 부모가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남과의 관계에서도 자기가 원하는 것만 쟁취하려 들 수 있다.

부모의 양육 태도가 부정적인데, 엄마의 죄책감까지 높다면 아이의 사회적 유능감 정도는 더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주영 동덕여대 아동학과 교수는 “엄마의 죄책감이 높으면 엄마가 잘할 수 있는 부분도 죄책감 때문에 더 못 발휘하게 된다. 아이 문제로 힘들어하는 부모들에게 바람직한 양육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엄마의 과도한 죄책감을 덜어주는 등 심리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엄마의 죄책감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사회적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다문화정책센터장은 “직장맘들이 더 죄책감을 느끼는데 이것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사회적 제도가 부실한 탓이 크다”고 말했다. 홍 센터장은 “우리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양육맘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초등학생 시기가 되면 엄마들의 심리적 갈등은 더 깊어진다. 이 시기에 과도한 죄책감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엄마들이 많다. 수업 시간을 연장해 아이들이 학교에서 오후 3시까지 안정감 있게 생활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방과 후 돌봄서비스 강화나 기업의 장시간 노동 문화 개선의 필요성을 주문하면서 “보육 정책이 취업맘들이 제대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촘촘히 설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엄마 죄책감 덜어내려면

 

 

일반적으로 직장맘이 양육맘보다 죄책감 수준이 더 높다. 엄마의 죄책감은 덜어내면 덜어낼수록 좋다. <직장맘과 아이들 도와주기>(최명선·홍기묵·한미현 지음, 이담북스 펴냄)의 지은이인 최명선 아동청소년센터 맑음 소장의 조언으로 직장맘의 죄책감을 덜어내는 구체적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1. 내가 못하는 것보다 잘하고 있는 걸 생각하라
 엄마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마라. 스스로에게 관대해지자. 내가 못하고 있는 것보다 잘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양육에 대한 책임도 엄마가 모두 질 필요 없다. 죄책감이 높은 사람은 일반적으로 부정적 현상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 내가 직장을 다님으로서 아이에게 미칠 수 있는 긍정적 영향에 대해 자꾸 생각하자. 일하는 엄마들의 자녀들은 독립심과 책임감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직장맘들의 자녀는 양육맘의 자녀에 비해 자기성취능력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긍정적인 부분을 양육에 어떻게 적용시킬지 생각하자.
 
 2. 육아는 양보다 질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아이와 함께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냐보다는 어떤 시간을 보냈느냐가 더 중요하다. 퇴근해서 질적으로 상호작용하도록 노력하자. 퇴근해서 밀린 가사를 먼저 하는 것보다 단 30분이라도 온전히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놀아주자. 핸드폰을 끄고 설거지도 미루고 아이와 함께 놀자. 보드 게임, 몸 놀이, 공원 산책, 신문지 찢기 놀이, 물풍선 놀이 등등 각종 놀이를 이용해 단 30분이라도 집중해서 놀아주자. 아이는 이 시간을 통해 정서적으로 충만해질 수 있다.
 
 3. 자신과 유사한 사람을 대리 양육자로 삼아라
 나를 대신해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선택할 때는 최대한 나와 비슷한 기질, 비슷한 양육 방식을 가진 사람을 대리 양육자로 삼아라. 그래야 엄마의 죄책감을 덜 수 있다. 돈이나 시간, 아이와의 물리적 거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나와 비슷한 양육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친정 엄마가 대신해 아이를 키워주는 경우 많은 엄마들이 죄책감을 덜 느끼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대리 양육자와 될 수 있는 한 많은 대화를 하라. 죄책감은 아이의 일상에 대해 내가 잘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다. 대리 양육자와 대화를 하면서 아이의 일상에 대해 많이 알게 되면 엄마의 죄책감은 줄어든다.
 
 4. 남편과 아이 양육에 대해 대화를 많이 하라
 아이에게 가장 안좋은 것은 아빠와 엄마가 같은 문제에 대해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티비를 보는 것에 대해 아빠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할머니는 아무때나 보여주고, 엄마는 떼를 쓰면 보여준다면, 이 아이는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배울 수 없게 된다. 결국 아이는 행동이나 감정을 조절하는 데 실패하게 된다. 직장맘은 남편, 대리 양육자와 양육 태도를 일치시키기 위해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
 남편의 양육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 좋다. 남편이 알아서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을 버리자.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동빈이랑 보드게임해줘”하고 정확히 표현하자. 남자는 상대방의 숨은 의도나 욕구를 여자만큼 민감하게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5. 내 안의 어린 시절 자아의 욕구가 뭔지 파악하라
 엄마 자신이 현재 엄마로서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을 모아 보면 대체로 어린 시절 자신이 부모에게 원했던 일인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 자상함의 이름으로 많은 간섭을 받고 자랐다면 아이에게 선택권을 많이 주고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자신을 방치했다면 항상 아이와 함께하고 싶고 무한한 사랑을 주고 싶을 것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 자아에게 말을 걸어보라. 일상에서 자신의 욕구를 살피고 아주 작은 일이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해보는 것은 내면의 자아를 성장시켜준다. 자신의 욕구를 잘 아는 사람이 자녀의 욕구에 대해 공감할 수 있고, 아이나 남편의 무리한 요구나 부적절한 요구에 경계를 지어줄 수 있다. 
   
 6. 과거에 연연해하지 말고, 과감히 나를 위해 투자하라
 아이들에게 했던 부적절한 행동들에 대해 후회하고 안타까워하지 마라. 지금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면 된다. 엄마 자신을 돌보는 것이 아이를 돌보는 일이다. 아이 때문에, 또 엄마 스스로의 감정 때문에 힘들다면, 전문가와 양육 상담을 하라. 집단 양육상담 프로그램이나 모아애착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보는것도 방법이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상담할 시간에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과감하게 엄마의 심리적 건강을 찾기 위한 투자를 한 뒤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외에도 마음을 터놓을 만한 친구를 만나고 가벼운 스트레칭, 산책 등을 하는 등 짧은 시간이라도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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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페이스북 : anmadang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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