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전통교구 가베, 선생님 보다는 부모 손길로...

김영훈 2016. 10. 11
조회수 8344 추천수 0

가베의 인기가 시들한 이유


가베.jpg » 가베. 한겨레 자료 사진. 내 아이들이 유아 때에는 가베와 같은 전통교구가 유행을 하였다. 어린이집, 유치원에서도 필수 수업 중 하나로 운영되었고, 고가임에도 가베를 구입하는 엄마들이 많았다. 단순한 교구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오랫동안 가지고 놀았고 초등학교 때까지도 아이들이 가지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독일의 교육학자 프뢰벨이 아이들을 위해 창안한 전통교구인 가베가 요즘은 인기가 시들하다고 한다. 변신로봇이나 스마트폰게임, 자석교구들이 많아서인지 가베와 같은 전통적인 교구들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가베를 산다고 하더라도 워크북으로 엄마가 직접 홈스쿨링을 하기에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그래서 가베를 구입하면 방문교사가 와서 활용하는 방식을 지도하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다. 엄마가 가베로 수학이나 과학 등을 교사처럼 가르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게 되면 교구로 노는 것은 학습이 된다. 반면 미술놀이나 만들기를 하듯 아이와 함께 가베를 가지고 논다는 생각으로 접근을 하면 가베도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 있다. 가베는 빠르면 24개월 전후부터 시작해서 초등학교까지 사용하는데 잘 활용하고 응용하면, 오랫동안 곁에 두고 활용할 수 있는 창의력 교구가 될 수 있다


막대기 몇개와 육면체, 구슬같은 도구들로 구성되어 과연 이것들만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겠지만, 사물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 요소들이 점과 선, 면이라는 걸 이해하면 달리 접근할 수가 있다. 기본적으로 가베는 다양한 도형의 개념과 활용, , 연산, 분수 등의 수학적 놀이에서부터 평면에서 3차원의 입체형태를 경험하면서 수학적 개념을 배운다. 미적 조형능력과 사물을 구성하는 점, , 면을 이용하여 분할과 통합의 구성원리를 배울 수 있다


부모가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거나 아이의 시각적 감각을 키우는데 도움을 주며 경험이나 내면의 생각을 스스로 정리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처음엔 엄마랑 함께 주변의 사물을 이용하면서 하루 30분만이라도 아이랑 함께 놀이로 시작하자. 자신의 생각이나 상상, 기억 등의 추상적인 요소들을 시각화하고 표현하는데 중점을 주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교구의 의미


인공지능이 따라오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간이 경쟁력을 가지는 분야가 감각이다.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사람보다 뛰어난 학습능력, 신체조작능력, 감정표현능력과 창의력까지 갖춘 로봇의 등장할 것이다. 특히 하워드 가드너가 말한 다중지능 중 논리수학지능언어지능은 인공지능이 가장 쉽게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인공지능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언어화와 수치화가 힘든 부분에서 강점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은 정서지능이 높고 경험과 무의식적 기억이 발달한 인재로 자라야 한다. 여기에 기본이 되는 것이 감각이다. 특히 시공간감각은 창의력과 직관력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아이의 뇌는 7세 이전까지 우뇌가 발달하여 시공간감각이 급속하게 발달한다. 영유아 아이들이 한글떼기나 알파벳 익히기처럼 글자를 익히기 보다는 그림이나 블록놀이가 더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발도로프 학교에서 자연체험을 중요시하고 손수건으로 인형을 만들어서 노는 것도 시공간감각을 키우기 위한 방안이다


4세에서 7세 사이에 아이에게는 자기주도적 탐색과 놀이가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아이의 뇌는 새롭고, 변화하며, 놀랍고, 끌리는 것에 반응한다. 따라서 4~7세 아이는 지저분함과 위험을 허용하여 넘어지고 울기도 하는 전체적인 오감체험을 하여야 한다. 전체체험을 위해서는 아이도 요리나 청소 등 가정의 일상에 참여해야 한다.

 

전통교구는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다


장난감은 대부분 정형화 되어 있다. 블록도 어떤 아이나 쌓고 끼우며 논다. 부엌 놀이 장난감으로는 요리 놀이, 부엌 놀이를 할 것이다. 수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한 자석 블록 또한 아이가 상상한 것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가베와 같은 전통교구는 이런 장난감이나 자석교구와 다르다


전통교구는 자석이 아니니까 무너지지 않게 균형을 잡아가며 쌓아야 하고, 평면 나무 조각들을 모아 상상한 것을 만들고, 굴려보기도 하고, 자신이 만든 것에 이야기를 붙여 스토리텔링도 할 수 있다. 아이는 전통교구에 익숙해질수록 다른 사물들과 함께 갖고 놀기 시작할 것이다. 전통교구는 다른 장난감과 교구에 비해 편리성은 떨어지지만 공간감각과 사고력을 높여준다.


첫째, 사물의 형상을 익히고 도형을 조합해보자.


전통교구를 가지고 놀면 수학적 사고력의 바탕이 되는 사물의 형상을 이해하게 된다. 또한 전통교구의 구성요소를 서로 비교하며 찾고 만지는 동안 도형을 분류하고 조합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전통교구를 이용한 숫자놀이는 시공간감각을 기르고 사고력 수학에 도움이 된다.


둘째, 자신의 생각을 묘사하고 실현하자.


전통교구는 자신의 생각을 구체물로 즉각적으로 실현해내고, 무한하게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문제해결력과 창의력의 향상에 도움이 된다. 전통교구의 구성물로 일상용품이나 가전제품 혹은 상상의 동물을 만들 수 있다. 전통교구에 테이프를 붙여 사람 얼굴을 만들거나, 스케치북에 전통교구를 붙여 거기에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을 더해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셋째, 정서지능을 높이자.


전통교구를 쌓고 무너뜨리는 과정을 통해 동일시, 동화, 감정이입 등을 겪을 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전통교구의 구성물을 이용한 볼링놀이나, 도미노 놀이, 공중에서 링 떨어뜨리기 등은 감정적 격정을 느끼게 하고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게 한다. 경쟁을 통해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다.


넷째,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자.


전통교구는 구체화된 사물이 아니기 때문에 가지고 노는 동안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것에 대해 또래 친구와 교사, 부모와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어휘를 사용하게 되어 언어 발달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다섯째, 시공간 감각을 높이자.


큰 구조물이나 건축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칭과 균형에 대해 자각하게 되고, 미적 감각이 발달하며, 시행착오를 수정해가면서 조형 능력이 향상된다. 집을 짓고 구조물을 만든다는 것은 아이에게도 큰 도전이지만, 아이는 부모가 관심을 기울이고 좋아한다는 것을 알기에 도전한다. 부모의 적절한 칭찬과 격려가 있다면 복잡하고 섬세한 건축물도 만들어낼 수 있다.


여섯째, 집중력을 높이자.


작고 정교한 전통교구 구성물을 조작하는 과정을 통해 고도의 집중력이 길러지며 소근육 발달이 함께 이루어진다. 전통교구를 갖고 노는 동안 자신의 작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아이 스스로 몰입해 집중도가 높아진다. 아이가 작은 막대기로 회전 무늬를 만들고 있다면, 부모는 아이의 관심이나 생각을 따라가고 아이의 호흡에 맞추어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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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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