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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때 아프다고 말하는 아이로 키우자

베이비트리 2015. 09. 22
조회수 1638 추천수 0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우리집 첫째 아이는 유독 마르고 약한 편이다. 아이가 한번씩 아플 때 안타까운 마음으로 더 관심과 정성을 쏟곤 하는데, 그럴 때 종종 둘째 아이가 샘을 낸다. “엄마, 나도 목이 따끔거려”라며 아픈 곳을 늘어놓기도 하고, 뜬금없이 “엄마, 나 얼마나 사랑해?” 묻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너 열나고 아플 때 엄마가 새벽에 일어나서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돌봐주던 거 기억나지?” 하며 아이의 기억을 상기시키기도 하고, “완전 사랑하지~”, “우리 딸 아까 서운했어?”라며 살살 달래주기도 하는데, 어떤 때는 금방 풀리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뭔가 충분하지 않다는 표정이다.

학교 아이들 중에도 형제자매가 장애가 있거나 아픈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아이들이 자진해서 상담실을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우연히 상담실을 방문하게 되고, 상담이 진행되다 보면 그 문제로 인한 어려움이 드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아이는 학기 후반으로 갈수록 얼굴이 어두워져서 염려가 되어 상담을 권유한 적이 있었다. 마다하지 않고 상담에 응한 아이는 성적, 진로 문제가 고민이고 친구관계도 힘들고 자신의 성격에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자기 생각도 있고 뭔가를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있는 아이였는데, 그 많은 것들을 자기 마음속에 가득 담아놓고만 있었던 것 같았다. 한참 얘기를 듣다가 “넌 혼자 자신을 돌보는 게 이력이 났겠구나” 하고 말했는데, 아이는 그 말을 받아 “가정환경에서부터 이골이 났어요. 동생이 그러니까…”라며 동생의 장애 사실을 이야기했다. “넌 언제부터 네가 네 자신을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니?” “(눈시울이 붉어지며) 동생이 그러니까…, 싸우더라도 동생 아프니까 참으라 하고… 엄마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평소에 물어보시는데, 좋은 일은 거의 다 얘기하지만 나쁜 일이나 안 좋은 일은 말 안 해요. 걱정하고 속상해하실까 봐.” 남한테 피해 줄까봐, 상대방이 불편해할까봐 부탁하는 것도 어렵고 마음을 드러내는 것도 주저하며 혼자 버텨내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장애가 있는 동생에게 집중되는 가정 분위기 속에서 아이는 자신의 요구나 어려움을 잘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러 가지로 여력이 없는 부모는 말없이 알아서 잘하는 아이에게 큰 힘을 얻으면서 아이의 필요를 놓치기도 했을 터다. 아이가 필요로 할 때 부모가 놓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사정이 안 되는 부모를 머리로 이해하며 입을 다물게 된다. 자신감이 없어지고 뭐를 해도 다 잘 안될 것 같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부모의 본의와는 달리 아이는 부모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며 외로움을 느끼기 쉽다. 때로는 더 건강한 자신과 이기적인 생각이 드는 자신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형제자매의 장애를 놀리는 또래들에게 분노도 느끼지만 동시에 수치심을 가지기도 한다. 때로는 이 많은 스트레스를 혼자 겪게 하는, 기댈 수 없는 부모를 원망한다. 이렇게 들끓는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고 가슴에 꽁꽁 묻어두다 보니 더 큰 아픔과 방황을 겪기도 하는 것 같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일반 아동을 형제자매로 둔 아이들보다 몸이 약하거나 장애가 있는 형제자매를 둔 아이들이 정서적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고, 자존감이 낮고 또래관계에도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고 보고한다. 이 아이들이 타인에 대한 공감이나 이타심, 책임감이 높은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그 부분을 잘 살릴 수 있으려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부모나 다른 사람들과 좀 더 원활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반응해주어야 한다. 자주 길게 시간을 내지 못하더라도 아이와 둘이서 눈을 마주하며 함께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개별적인 존재로 인정받는 질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평범한 아이 시기에 받아야 하는 관심과 돌봄을 챙겨줘야 한다. 또한 아이에게 돌봄의 책임을 떠넘기지는 말아야 한다. 그러지 않아도 이 아이들은 형제자매에 대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 부모나 교사, 어른들이 아이에게 “너라도 잘해야지”, “네가 잘 돌봐야지”라며 건네는 말은 굉장한 압박과 부담이 된다. 아이가 아이답게 행동할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나치게 빠르게 ‘어른’이 됨을 기뻐하지 말아야 한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사람은 누구나 ‘아야선’을 가지고 있다. 날 선 종이에 손을 베였을 때 “아야!” 하며 손을 얼른 빼서 입에 넣고 호호거리듯이 우리는 아플 때 아프다고 반응하며 자신을 다독거리고 보호할 줄 안다. 그런데 자신의 감정을 참고 감추는 일이 많아지다 보면 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반응 경계선이 희미해져 버린다. 아야선은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을 사랑한다는 외침이고 다짐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선의 경계가 침범되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게 어려워진다. 우리 아이들이 “난 이럴 때 아파요”라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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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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