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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뽑는 행동 예사로 보지 말라

베이비트리 2015. 07. 14
조회수 2640 추천수 0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마음에 새겨진 상처가 드러나는 방식은 한 가지가 아니다. 공격적으로 다른 누군가를 괴롭히는 방식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입을 다물고 바깥세상에 거리를 두기도 한다. 자기 자신을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상처가 드러나는 방식도 다양하지만 하나의 상처에 대한 원인도 여러 가지 요인(심리적, 생물학적인 것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문제는 이게 원인이다’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가 없다는 데 있다.

“친구가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라고 말하던 중1 아이도 사실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다. 조용하면서도 성실하게 공부하고 생활하는 아이라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게 당연한데도 금방 알아볼 수가 있었다. 정수리 쪽 머리카락 모양이 이상했다. 발모벽(발모광)이라 불리는 머리카락을 뽑는 습관이 있었던 것이다. 꽤 진행되어 온 것인지 듬성듬성 탈모 증상까지 있었다. 그렇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기까지 아이가 마음으로 느껴왔을 고초는 얼마나 컸을지 저절로 짐작이 되었다.

“4학년 때 잠깐 ‘따’(왕따)를 당했었는데, 그때부터 성격이 너무 내성적으로 바뀌었어요. 저 혼자 견뎠어요. 부모님한테 말해도 해결이 안 되고, 담임선생님도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부모님한테 좀 말하기가 어려웠는데, 맞벌이를 하시면서도 시간 쪼개서 학교도 오시고, 외동이라 좀 과잉보호하는 게 있어서 너무 극단적으로 반응하고 걱정하시니까.”, “5, 6학년 때는 친구가 생기긴 했지만 전적으로 믿게 되고 그러진 않았어요. 놀자고 해도 그냥 혼자 있을 때가 많았고, 손톱 물어뜯는 버릇이 생겼고….”, “머리 뽑는 거는 6학년 때 생겼어요. 학원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아요. 학교와 집에서도 공부해야 할 게 많아졌어요.”, “요즘도 좀 뽑긴 해요. 수업하거나 책을 읽을 때.”

이 아이는 왜 이렇게 혼자 참고 견뎌내려고만 했을까. 어릴 때부터 일을 하느라 바쁜 부모 사이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유치원 때도 늦은 시간까지 제일 마지막으로 남아 엄마를 기다리는 불안의 기억이 있긴 했다. 조금 더 커서는 문제가 커질까봐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도 쉽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아이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적고 친구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가 않았다고 했다. “문제가 커지면 왜 안 되니?”라고 물어봤을 때 아이는 “저는 저를 사랑하는 마음이 적어요. 그리고 친구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가 않아요”라고 대답했다. 상담실에 와서도 자신의 역사를 말하긴 했지만 정서적인 부분을 나와 나누지는 않았다. 불안과 분노가 삐죽삐죽 새어나오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든 막아내려는 모습이 손톱을 물어뜯고 머리카락을 뽑아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일 텐데. 아이는 어떻게든 자기 선에서 감당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머리카락을 뽑는 이 증상의 원인을 심리적인 요소 또는 생물학적 요소에서 찾기도 하고 양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그 발병 계기가 심리적인 스트레스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강도가 심해질수록 증상이 더 나빠진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그 행동을 그칠 수가 없는 충동조절장애에 해당되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인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 충동조절장애는 어떤 충동으로 인해 긴장감이 증가하고 이를 해소하고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자신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장기화된다면 후유증이 크다. 탈모 증상으로 인해 대인관계, 사회생활 등에까지 영향이 이어지기 쉽다. 치료는 기본적으로 정신의학적 접근과 피부과적 개입이 함께 이루어진다. 필요에 따라 약물치료와 증상 자체를 개선하기 위한 행동치료도 고려될 수 있다. 또 부정적인 자아상이나 낮은 자존감 등 손상된 부분을 보강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도록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만약 내 아이가 머리카락을 뽑는 걸 보게 된다면 예사로 여겨서는 안 된다. ‘나쁜 버릇, 습관이니 의지를 내야지’ 하고 던져놔서는 안 된다. 한편에서는 일종의 자해행동으로 보기도 하는 만큼 깊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고쳐지지 않는 아이의 행동을 비난하고 채근해서도 안 된다. 그러면 아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고 자신의 상태를 숨기게 된다. 아이에게 머리카락을 뽑는 행동이 자신을 해롭게 하는 것임을 인식시켜주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그리고 그 행동을 막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쓰는 것이 좋을지,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지 물어봐야 한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아이를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가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아이가 드러내고 있는 증상과 문제행동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듣는 것이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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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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