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취업한 딸의 성장보고서

권오진 2016. 05. 20
조회수 9402 추천수 0

따르릉..

전화을 받자 딸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 저 지금 면접봤는데 결과가 일찍 나왔어요"

이 말에 교활한 아빠의 한 마디,

"그래 애썼다" 라며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면접에 대하여 물어본다.

 

그러자 답답한 딸은 "아빠, 저 합격했어요. 축하를 해주세요"라며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최종합격을 알린다.  그러자 아빠 왈~

"그 회사 우리 딸을 직원으로 쓰고 횡재했네. 사실, 거기서 일하기에는 딸이 아까운데 말이지" 이 말에 딸은 피시시 웃는다.

드디어, 지난 주 딸이 대학교 1학기를 남기고 유명 포털회사에 취업했다. 딸의 성장과정을 알아보자. 


1. 3살부터 하루에 2시간씩 그림을 그리다

딸1.JPG » 딸 권규리씨가 4살 4개월에 그린 그림.

딸은 3살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매일 그렸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딸의 앨범에 넣어주었다. 그것은 딸이 10살 때 필카로 10권을 완성했으며, 항상 거실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 그런데 여기서 동기부여가 발생했다. 이모, 고모, 친척들이 오면 누구나 쉽게 앨범을 꺼내서 본다. 그리고 그 속에 그림을 보고 칭찬했다. 그것은 딸의 마음을 춤추게 했다. 초등학생이 되어도 학교에 다녀오면 그림을 먼저 그렸다. 딸은 그림을 사랑하게 되었다.

 

2. 꽃시장을 100번 이상 다니다

딸2.jpg

딸은 꽃을 좋아한다. 아니, 우리집 식구들은 모두 꽃을 좋아한다. 두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양재 꽃시장에 100번 이상을 다녔다. 거기는 수족관도 있고, 새를 파는 곳도 있다. 우리는 주말이 되면 중독된 사람처럼 자동으로 그 곳에 다녀왔다. 1 때는 강원도 인제에서 빙어낚시를 하고 속초에서 일박을 하려고 떠나려는 순간, 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 속마음을 들어보니 거기보다 갑자기 꽃이 보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할수없이 꽃시장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 꽃시장의 풍부한 경험은 성장하면서 사물을 보고 일필휘지의 감각을 습득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여겨진다.


3. 아빠와 100번 이상 전국 여행을 다니다

 

딸3.JPG » 권규리씨가 중1 때 그린 자화상.

딸과는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 100번 이상의 전국 여행을 다녔다. 물론 200번 이상을 다닌 아들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 또한 적지 않은 숫자다. 돌이켜보면 미취학 때는 부모가 최고의 스승이지만 초등학생이 되면 자연이 더욱 위대한 스승이다. 두 아이의 공통점은 수학여행을 가면 전화가 온다. 그리고 아빠, 여기 몇 번 와본 곳이예요 

 

4. 5학년, 행복쿠폰을 발명하다

 

딸4_1.jpg » 초등학교 5학년때 만든 행복 쿠폰.

딸이 5학년 때, 10여 장의 행복쿠폰을 그려서 놀자고 한다. 놀아보니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아빠와추억만들기 회원들의 설문조사를 통하여 아빠와 아이가 원하는 쿠폰 30여장을 만들었다. 이것은 필자의 첫 번째 책인 아빠의 놀이혁명에 딸의 이름으로 부록에 실렸다. 또한 경기방송과 좋은 아빠 캠피인의 일환으로 2년동안 사용되었다.

 

5. 1, 문화일보에 삽화를 그리다

 

딸6.GIF » 문화일보 삽화

딸이 중1이던 10월에 문화일보에서 칼럼을 써달라고 전화가 왔다. 그래서 동의했다. 그런데 칼럼에는 삽화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시 기자에게 전화를 해서 딸이 그림을 좀 그리는데 혹시 필요하면 샘플를 보낼테니 검토해달라고 했더니 허락했다. 그 날 밤, 딸을 불러서 자초지종을 이야기를 했더니 해보겠다고 한다. 그래서 2개의 원고를 주고 일주일만에 그리게 했다. 그 다음주, 기자에게 칼럼과 삽화를 보냈다. 그리고 1시간 후에 전화가 왔다. “모두 그림이 좋다고 합니다”. 합격이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인 딸의 삽화가 일간지에 10개월간 매주 실리게 되었다. 내 아이에게 재능이 있다면 자꾸 써먹어야 한다. 딸은 대학생이 되어서 중학교 1~2학년에 가장 많은 그림을 그렸으며, 가장 그림을 사랑했고, 가장 열심히 했다고 회고했다.

 

6. 2, 아빠의 저서에 삽화를 그리다

 

딸7.JPG » 권규리씨가 그린 아버지, 권오진씨의 책 표지.

딸은 아빠의 저서 중 5권에 삽화를 그렸다. 그 첫 번째가 딸이 중2였다. 그해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삽화에 대하여 의논을 했는데 편집장이 딸을 보자고 한다. 주말에 만나서 식사를 하고, 출판사에 들렀다. 그리고 편집장은 딸에게 테스트를 했는데 갑자기 내 얼굴 좀 그려볼래?” 그러자 얼굴을 슬쩍 보더니 1분만에 완성을 하고 보여준다. 그 순간, 편집장은 빵하고 웃음이 터졌다. 그러자 주위의 직원들도 우르르 몰려왔고, 다시 한 번 웃음바다가 되었다. 바가지 모양의 얼굴을 너무나 자연스럽고 해학스럽게 표현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딸은 테스트에 합격을 하고 삽화를 그리게 되었다. 그 후, 아빠의 책에 삽화가 들어가면 늘, 딸의 차지가 되었다.

 

7. 1, 딸과 대학교 5번을 가다

 

딸이 고등학교 1학년 4월 주말, 딸이 다가와서 하는 말, “아빠, 홍대가 어디에 있어요?”라고 묻는다. 그 순간 그 로고스를 알아차리고 아빠랑 거기 가볼까?”하니 좋아한다. 그래서 다음 주말에 딸을 모시고(?) 홍대에 갔다. 딸은 많은 사진을 찍었다. 딸이 좋아하는 매콤한 점심을 사주었고, 옷도 사주었다. 그런데 집으로 오는 도중, “아빠, 깜박해서 가봐야 할 곳을 보지 못했어요. 죄송하지만 한 번 더 가면 안될까요?”라고 한다. 그래서 집에서 스케쥴을 보고 결정하자고 했다. 그 다음주에 다시 홍대에 딸과 갔다. 그리고 일주일 후, 딸이 다가와서 아빠, 서울대는 어디에 있어요?”라고 한다. 역시 이 말에 아빠랑 서울대에 가볼까?”라고 하며 주말에 갔다. 딸이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사주었다. 이제 대학교 순방을 끝이 났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일주일 후, 딸이 뻔뻔한 얼굴로 다가와서 아빠, 죄송한데 홍대에 한 번 더 가주세요라고 한다. 염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사를 제쳐놓고 갔다. 그리고 딸은 일주일 후에 서울대에 한 번 더 가자고 해서 갔다왔다. 4월과 5월에 홍대 3, 서울대 2번을 딸과 갔다 왔다. 그리고 딸의 마음속에 대학교가 들어왔다. 그리고 내 아이가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열광하라라는 문장이 완성되었다.

 

8. 꿈 점검표 12년과 서점가기 15

 

두 아이를 키우면서 공부하라, 노력하라, 꿈을 가져란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두 아이는 스스로 학과를 선택하고, 한 번에 대학에 입학했다. 그 이면에는 12년 동안 매달 진행한 꿈 점검표가 있었다. 이것은 내 아이의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체크하는 표이다. 10여개의 항목이 있는데 모두 일상적이다. 놀러가고 싶은 곳, 닮고 싶은 인물, 올해에 내가 꼭 이루었으면 하는 일 등이다. 이것을 적으면 냉장고 옆에 붙여놓았다. 바로 이것으로 인하여 두 아이는 자기주도 인생법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서점가기다. 거의 15년간을 매달 서점에 가서 책을 사주었다. 서점에 가면 머무르는 시간을 정해준다. 보통 1시간이다. 아이들은 5분이면 책의 선택을 완료한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심심함이 몰려온다. 그러면 서점을 수십번을 어슬렁 거리면서 다닌다. 그러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책들을 주마간산으로 흟어본다. 그러면서 책을 사랑하는 아이가 되었다.


9. 자급자족과 홀로서기

딸은 대학교 2학년부터 자급자족을 시작하다. 그리고 작년 8월에는 신촌에 방을 얻어서 홀로서기를 했다. 월세와 보증금도 본인이 마련했다. 그 이면에는 2학년부터 외부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소위 일러스트에 관련된 하청일을 했다. 그런데 3학년이 되면서 실력을 인정받아서 고급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그동안의 스펙을 보면 동료들에 비해서 최고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홀로서기의 원인 중에는 꿈 점검표가 있다. 그 맨 밑에는 항상 집을 떠나는 일이 매달 카운트가 되고 있다. 양육의 최종 목표란 내 아이의 홀로서기다.

 

10. 회사에서 꽃을 보내다

딸8.JPG » 딸 권규리씨가 취직한 회사에서 보낸 꽃과 케익.

딸이 첫 출근을 했다. 그리고 오전에 문자가 왔다. “아빠, 엄마에게 집에 있으라고 해주세요

그리고 2시간 후에 회사에서 보낸 축하의 화환과 케익과 편지가 있었다. 아내는 사진을 찍어서 대학교 2학년 아들에게 보냈다. 아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은 듯 하다. 아빠학교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축하의 메시지가 밀물처럼 올라온다. 나는 말한다. ‘나는 샘플이다결과를 보지 말고 그 과정을 보라. 사실, 딸의 취업이 쉽지는 않았다. 1차 인턴에 500:1의 경쟁을 뚫고 합격을 했다. 그리고 2달이 끝나자 그 중에서 절반이 취업을 전재로 한 2차 인턴에 합격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영진의 면접을 통해서 최종 합격을 했다.

 

11. 커뮤니티로 아이를 키우다.

딸9.jpg »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무인도에서 탈출하기 체험중 물고기를 구어먹고 있다. 맨 왼쪽이 권규리씨.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동네 사람들이 모두 필요하다라고 한다. 어찌보면 나의 양육의 중심에는 커뮤니티가 있었다. 커뮤니티로 아이를 키웠다. 1996년에 이웃커뮤니티를 시작해서 2005년에는 5,000가족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로 인하여 많은 가족들과 수많은 전국 여행을 다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아이들은 많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인성이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친척 커뮤니티도 활발했다. 이미 고모가 3, 이모가 4명이 있어서 늘 칭찬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또한 이종사촌, 고종사촌이 있어서 때론 아이들이 우리집에 놀러오거나 혹은 놀러가서 자고 오기도 했다. 이러한 커뮤니티는 사회커뮤니티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첫 번째 저서에는 딸의 행복쿠폰이 실리는 행운이 있었으며, 문화일보에 삽화를 그리게 되었고, 베이비트리에도 삽화가 실리게 되었다. 내가 아이를 쉽게 키운 이유는 단순하다. 대부분 주위 사람들이 키워주었다. 이모, 고모, 사촌, 육촌, 친구는 물론 여러 출판사와 신문사들도 딸의 성장에 일익을 담당했다.


12. 아이를 키우는 일이 가장 행복했다.

딸10.JPG » 권규리씨가 그린 아빠학교 교장, 권오진씨의 캐리커쳐.

 

두 아이를 키우면서 힘도 들지 않고, 행복했던 중심에는 바로 놀이가 있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놀이를 하면서 놀았다. 아이들은 행복했다. 그런데 여기서 인생 법칙이 탄생했다. ‘사람은 누구나 나를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잘 듣는다는 점이다. 또한 아이와 잘 놀아주면 아빠효과가 있는데 창의성, 사회성, 자존감 등 16가지 인성이 저절로 형성된다는 점이다. 보너스로 놀이를 통하여 자기주도 놀이법을 알게 되고, 자기주도 학습법과 자기주도 인생법도 스스로 터특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일반적인 훈육의 오류도 확인했다. 훈육이란 혼내는 것이 아니며, 아이의 기분이 나쁠 때 하면 부작용이 일어나기 쉽다. 평소에 기분이 좋을 때 하면 아이가 잘 알아듣는다.


마지막으로 최고의 양육법은 부부의 행복에 있음을 말하고 싶다. 문제 부모는 있어도 문제 아이는 없듯이, 부부가 행복하면 최고의 양육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거기에는 기본적으로 공동양육과 일관성양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부싸움을 자주 하면 내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기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아이들이란 부모의 그림자를 밟고 자라며, 부모의 일거수일투족을 오감으로 받아들이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들이 대학을 들어가면서 딸아들 바보에서 은퇴를 했다. 그리고 아내바보로 변신했다. 그동안 낭만적인 아웃사이더 남편과 살기에 힘이 들었을 것이다. 이제, 그 빛을 갚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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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아빠학교 교장. 행복가정연구소장. sbs ‘우아달’ 자문위원. 아빠가 하루 1분만 놀아줘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는 ‘1분 놀이’의 달인이다. 13년간 광고대행사 대표로 재직하다 IMF 때 부도가 난 뒤 그저 아이들이 좋아 함께 놀아주다보니 아빠놀이 전문가가 되었다. 놀이는 아빠가 아이에게 주는 최고의 사랑이자, 아빠와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15가지 인성 발달뿐 아니라 9가지 신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저서로는 <아빠의 놀이혁명>, <아빠의 습관혁명>, <아빠학교>, <아빠가 달라졌어요>, <아빠 놀이학교>, <놀이만한 공부는 없다> 등이 있다.
이메일 : bnz999@hanmail.net      
블로그 : http://cafe.naver.com/sw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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