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예비 초등생, 엄마가 더...

이정희 2016. 02. 18
조회수 20284 추천수 0

04585555_P_0.JPG » 초등학교 예비소집일. 한겨레 자료 사진.

 

"엄마, 진짜야?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학교가면 밥을 빨리 먹어야하고, 또 쉬는 시간이 짧아서 화장실도 빨리 다녀와야 한대요. 집에서도 연습하래요. 엄마! 나 학교 안가면 안 될까요? 그냥 유치원에 더 오래 다니고 싶어요."

"곧 입학할 텐데, 동생 보다 행동이 느리면 안 되지. 엄마가 깨우기 전에 스스로 일어나서 잠옷도 갈아입을 수 있어야해! 학교가면 선생님이 시키기 전에 알아서 해야 하는데 엄마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초등학교 공부의 성공은 아이의 독서 습관에 달려있다고 하던데. 아이가 약해서 지금까지 예비학습을 전혀 안 시켰는데 조금 불안해지네요!”

"저희 어린이집은 초등1학년 선행학습을 조금씩은 하고 있어요. 그래도 엄마들은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집에서 다른 것들을 이것저것 많이 하고 계시더군요. 유아현장 졸업식 마치면 곧 입학인데 애들이 벌써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아서 안쓰러울 때가 많아요. 그래서 그런지 원에서는 늦가을부터 거의 대부분 한 차례씩 병치레를 합니다. 물론 쉽게 회복하지만, 수척해진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죠. 학교가면 잘 적응할까, 사실 어린이집 교사로서 걱정이 되기도 해요."


이런 일상대화들은 요즘 예비초등생이 있는 가정에서 흔히 듣는 내용이며, 유아 현장에서 졸업반 아이들이 환절기와 무관하게 자주 겪는 현상입니다. 학부모의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 우려 섞인 걱정과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하더라" 식의 정보가 내 아이에게 정말 도움이 될까요? 또한 유아현장에서 일상 생활지도(예: 식사하기, 용변처리, 우유팩 혼자 따기 등)를 취학지도로써 새삼스럽게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아이들은 주변 어른들이 무의식적으로 나누는 말 뿐 아니라, 시선을 집중하여 특히 학교생활에 관한 추측성 말을 하는 것은 아이의 심리적 불안감을 만들어냅니다. 또한 학교 적응을 고려하여 가정과 현장에서 ‘특별히’ 지도하는 기초 생활 수칙들에도 심리적 부담감을 느낍니다. 즉, 그 동안 익숙해 있던 유아현장을 떠나 학교생활이 새롭게 시작된다는 언급 자체가 아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 쉽습니다. 취학 연령에 도달한 아이들은 학교생활과 관련하여 무슨 설명을 들으면, 그것이 구체적이지 않고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제 나름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며 막연한 두려움을 만들게 되므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취학 전 또는 입학 후 몇 개월은 아이들 입장에서 무엇보다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주변 어른들은 학교생활과 관련지어 일상에서 하는 말들을 의식적으로 조심하며, 학부모 스스로가 조바심 내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어른들 입장에서 흔히 건네는 말에 주의해야 합니다.

"학교 갈 때 되니까,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입학해도 엄마는 아무 걱정이 없어. 네가 잘할 수 있다고 믿으니까~!"

아이의 능력을 긍정적으로 인식시키려는 의도적 표현법들은 아이에게 부담감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가정에서 아이 스스로 물건 정리하기, 인사하기 등 다양한 생활수칙을 말로 버릇들이고자 하는 것 역시 위험합니다. 


학부모의 역할은 가장 잘 알고 있는 내 아이의 특성을 고려하며, 적응속도의 개별차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새로 진입한 학교환경에서 경험하고 익숙해지려면,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마음의 여유입니다.


Q. 소신을 가지고 제 나름의 교육관을 실천하려고 애썼습니다. 특히 아이가 예민한 편이고 건강이 안 좋아서 남들이 다하는 1학년 예비학습을 안 시키고 지냈어요. 그런데 몇 달 전 구청에서 열린 예비학부모를 위한 행사에 다녀와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학습 준비를 전혀 안 해서 아이가 열등감에 시달렸다는 어떤 선배 엄마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 사례가 마치 제 아이가 겪을 어려움 같아서, 남편 반대를 무릅쓰고 고민하다가 아이에게 부랴부랴 글씨를 집중적으로 가르쳤어요. 엄마표 진도를 다 마치고, 이제 예비 초등생을 위한 국어, 수학, 한자, 학습지를 몇 주에 몰아서 집중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전혀 안하던 것을 엄마와 함께 시간 내어 하는 것이 좋아서인지 아이는 매일 뚝딱 뚝딱 잘 따라오고 있습니다. 또한 독서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 요즘은 거의 매일 오후에, 주말에는 오전 오후 두 번 독서지도를 합니다. 한차례에 30분 정도 책읽기 시간을 갖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더 예민해 진 것 같고, 학습지를 하다가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짜증부터 내서 걱정입니다. 게다가 기침과 감기가 한 달째 좋아지지 않고, 요즘은 장염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아파도 학습 시간은 재미있어하는데, 그래도 당분간 중단해야 할까요?

 

A. 예비학부모들이 집중하는 정보는 대부분 공부와 관련된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로써 책 읽기, 독서습관 만들어주기, 배경지식 노출시키기에 대하여 학부모들은 늘 관심을 보입니다.

 

특히 "취학 전 책읽기가 잘된 아이들이 자기주도 학습 역시 잘하게 된다"는 정보 때문에 독서습관을 인위적으로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이것은 아동의 스트레스를 높이는 지름길입니다. 스트레스는 신체 생리학적으로 크고 작은 질병을 일으키는 첫 번째 요인이라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예비초등생들에게 정말 긴요한 준비는 학습이 아니라 건강입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면 아이들은 대부분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학교생활의 적응을 위해 면역력의 강화가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따라서 취학 전 아동에게 실내에서 독서습관을 만들어주기 보다 매일 규칙적인 산책과 주말에는 적절한 거리의 산행을 추천합니다. 이때 자신의 몸을 움직이면서 아이는 여러 감각들을 발달시킬 수 있으며, 동시에 지구력 인내심 집중력 관찰력 등 학교생활에서 꼭 필요한 기본 능력들을 넓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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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귀국, 이때부터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창의력, 상상력, 자질 발현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학자. 사회변화는 교육문화의 개선에서 시작된다는 확신으로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교육 서적을 번역하고 강의하다가, 뒤늦게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에서 슈타이너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학을 전공했다. 2000년부터 (사)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를 이끌며 번역서로 <아이들은 머리로 배우나>,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등이 있다.
이메일 : charirang123@hanmail.net       트위터 : steinercenter      
홈페이지 : http://steiner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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