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잘 자요, 달님

베이비트리 2012. 11. 05
조회수 6518 추천수 0

엄마의 자장가처럼 아이를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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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달님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클레먼트 허드 그림/시공주니어·7000원

우리나라 부모들이 가장 많이 그림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잠자기 전이다. 사실 그림책 중에는 아이를 흥분시키거나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책도 적지 않다. 이런 그림책은 잠드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한 권 더, 또는 한 번만 더 읽어 달라는 아이의 요구도 만만치 않다. 고상하게 책 읽어주기를 시도했으나 결국 큰소리를 쳐서 아이를 재우고 말았다는 부모의 슬픈 고백도 여러 번 들었다. 그림책도, 아이도, 읽어주는 부모도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시간이 문제다. 흥미진진한 책을, 그것도 사랑하는 부모가 읽어주는데 아이가 어찌 매혹되지 않겠는가?

이런 이유로 잠들기 전에 읽어주는 그림책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 편안한 느낌을 주어 아이가 잠드는 것을 돕는 책이 좋다. 다양한 책을 섭렵하기보다는 익숙한 책 몇 권을 돌려가며 읽어주는 것도 좋다. 어떤 책이 좋을까? 아이의 발달 수준에 다라, 부모의 취향에 따라 차이는 있다. 하지만 60년 넘도록 살아남아 여전히 사랑받는 책이 있다.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이 쓰고 클레먼트 허드가 그린 <잘 자요, 달님>이다.

잠자리에 누운 아이는 자고 싶지 않다. 잠에 드는 것은 두렵다. 아이에게 잠은 미지의 세계이다. 눈을 감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잠은 일시적이고 반드시 깨어난다는 확신이 아이에겐 아직 없다. 물론 아이에겐 죽음이란 개념도 없다. 다만 자기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순간, 내 옆에 나를 도와줄 어떤 사람도 느껴지지 않는 순간은 알고 있다. 그래서 아이는 부모와 같이 자려 하고, 잠자리에 소중한 인형을 데리고 간다.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물건에 ‘잘 자요’ 인사하는 아이의 마음은 절실하다. ‘잘 자요 스탠드, 잘 자요 빨간 풍선, 잘 자요 작은 곰들, 잘 자요 의자… 잘 자요 먼지, 잘 자요 소리들.’ 단순한 반복이 가져오는 최면 효과가 전부는 아니다. 미지의 세계로 가기 전 아이는 자신이 잘 아는 사물을 확인한다. 이미 갖고 있는 것을 하나씩 챙기면서 잠과 함께 다가오는 모험을 준비한다. 익숙함이야말로 두려운 여행을 떠나는 아이의 유일한 동반자이다. 아이는 잠이 들고 싶지 않아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다. 두려운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하나씩 마음속에 새기면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새로운 모험을 떠나기 위해선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들과의 좋은 관계가 필요하다. 그래서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은 아이는 잠들기가 더 어렵다.

<잘 자요, 달님>은 잠자리 그림책의 전형이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운율을 갖고 있다. 잠자리에서 아이는 그림책을 보지 않는다. 자장가를 듣듯 부모가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져든다. 그림은 큰 변화가 없어 아이를 자극하지 않는다. 초록과 빨강이란 강한 색채를 사용했지만 중간중간 회색조를 넣어 아이의 감각을 무디게 이끌어간다. 허드는 비슷해 보이는 그림에 작은 변화를 여러 군데 숨겨 두었다. 아이는 낮에 이 책을 볼 때 비슷해 보이는 그림에 숨은 작은 차이에 즐거움을 얻는다. 그 즐거움은 밤에 눈 감고 엄마의 낭독을 들을 때 되살아난다. 그러나 잠자리 그림책으로서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덕목은 잠의 세계로 떠나는 아이의 두려움을 달래주는 능력에 있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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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트리
안녕하세요, 베이비트리 운영자입니다. 꾸벅~ 놀이·교육학자 + 소아과 전문의 + 한방소아과 한의사 + 한겨레 기자 + 유쾌발랄 블로거들이 똘똥 뭉친 베이비트리,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혼자서 꼭꼭 싸놓지 마세요. 괜찮은 육아정보도 좋고, 남편과의 갈등도 좋아요. 베이비트리 가족들에게 풀어놓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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