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서천석이 사랑한 그림책] 기다려줄 때 아이는 스스로 자란다

베이비트리 2012. 08. 06
조회수 4797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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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와 보름달> 제인 욜런 지음, 존 쇤헤르 그림, 박향주 옮김/시공주니어·8000원


찌는 더위에 아이와 함께 읽을 그림책이 뭐가 있을까? 옳다구나. 존 쇤헤르가 그리고 제인 욜런이 글을 쓴 <부엉이와 보름달>을 들여다본다. 표지부터 시원하다. 눈 덮인 언덕에 아빠와 아이가 있다. 그 뒤로 둥근 보름달이 떠오르고 잎사귀 하나 없는 겨울나무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자리를 지킨다. 하얀 바탕 위에 짙은 푸른색과 갈색을 주조로 그린 수채화는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추운 겨울 보름달이 떠오른 날, 아빠는 아이를 데리고 부엉이 구경을 떠난다. 시끄러운 곳엔 부엉이가 오지 않는다. 평소 같으면 재잘댔을 아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아빠를 따라 묵묵히 산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시커먼 소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곳에서 아빠는 부엉이 소리를 흉내 내며 부엉이를 부른다. 부엉이는 쉬 나타나지 않는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귀가 떨어져 나갈 듯 춥다. 이렇게 컴컴한 숲 속이라니. 무섭다. 그러나 아이는 아무 말 없이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마침내 나타난 부엉이. 부엉이와 아이는 서로를 마주 본다. 아무 말도 없이. 아니 말이 필요 없이. 몇 분 뒤 부엉이는 떠나고 아이는 아빠에게 안겨 집으로 돌아온다.


부엉이는 그리스 신화에서 지혜의 여신 아테네의 상징이다. 부엉이의 큰 눈은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의 능력을 떠올리게 했을 것이다. 깜깜한 밤에만 활동하고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속성 역시 지혜의 속성과 유사하다. 지혜란 쉽게 발견하기 어렵고 얻기 위해선 암흑 속에서 헤매는 과정이 필요하니까.


부엉이 구경을 나가려면 추위와 무서움, 침묵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아이가 자랐을 때 아빠가 비로소 함께 부엉이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저 앞서 걸을 뿐 아이를 돕거나, 두려움을 달래주지 않는다. 성장이란 자신이 하는 것. 부모는 그저 옆을 걸을 뿐이다. 돕는다는 것은 지나치면 항상 아이를 아이로 머물게 하는 행위이다. 그렇게 만들어 자기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하려는 부모들의 흔한 무의식이다.


아이는 자기 발로 걸어, 스스로 두려움을 이겨내고 부엉이를 만난다. 부엉이 눈을 정면으로 보는 순간 아이는 이제 뒤로는 돌아갈 수 없다. 본능적인 욕구의 세계를 넘어 인내와 지혜, 용기라는 미덕의 세계로 들어간다. 더는 순수한 어린아이일 수는 없다.


그림책을 처음 읽어주면 아이들은 묻는다. 부엉이가 도대체 뭐길래? 그러면서도 묘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다시 읽어 달라고 한다. 주인공이 눈 쌓인 숲 속을 헤맬 때 안타까워하고, 아빠가 부엉이를 부르면 바짝 긴장한다. 마침내 부엉이 날개가 그림책을 가득 메우면 아이는 퍼뜩 놀란다. 하지만 이내 부엉이의 큰 눈을 바라본다. 그리고 부엉이가 떠나면 한숨을 내쉰다. 중요한 경험을 하고 스스로 조금은 자랐다고 느끼는 걸까? 얕은 피로감을 느끼는 듯 부모에게 기대온다.


1304332629_00079197301_20110503.JPG부모가 안아줄 순간은 바로 그때다. 그림책의 아빠처럼 아이가 힘든 과정을 자기 힘으로 넘어선 순간 안아줘야 한다. 미리 손을 내미는 부모는 약한 부모이다. 하지만 기다림이란 부모에겐 얼마나 갖기 힘든 미덕이던가? 이 책이 부모에게 서늘한 깨달음을 주는 부분은 그 지점이다. 기다리는 것이 부모의 사랑이다.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시공주니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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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트리
안녕하세요, 베이비트리 운영자입니다. 꾸벅~ 놀이·교육학자 + 소아과 전문의 + 한방소아과 한의사 + 한겨레 기자 + 유쾌발랄 블로거들이 똘똥 뭉친 베이비트리,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혼자서 꼭꼭 싸놓지 마세요. 괜찮은 육아정보도 좋고, 남편과의 갈등도 좋아요. 베이비트리 가족들에게 풀어놓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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