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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아이가 자주 어울려야 하는 이유

2013. 0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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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진화심리학

[세상 읽기] 

다섯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오지로 여행을 떠나는 예능 <아빠! 어디 가?>가 대세다. 애틋한 부성애를 그린 드라마 <내 딸 서영이>나 영화 <7번방의 선물>도 큰 인기를 끌었다. 아버지가 자식을 돌보는, 지극히 평범하고 별것도 아닌 모습에 사람들이 뜨겁게 반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아버지의 자식 돌보기는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싱겁기는커녕 아주 유별나고 독특한 행동임을 짚어 두자. 약 5400여종에 달하는 포유류 가운데 수컷이 자녀 양육에 참여하는 종은 고작 5% 정도다. 특히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인간 등이 속하는 유인원 무리에서 아버지도 자식을 열심히 키우는 종은 오직 우리뿐이다. 예컨대 침팬지는 인간과 유전자가 98% 이상 겹치지만, 침팬지 수컷은 누가 자기 자식인지도 모를뿐더러 평생 자식과 어울릴 일도 거의 없다.

그래도 침팬지나 오랑우탄 수컷보다는 나으니 인간 아버지들이 제법 기특하다고 생각되는가? 사실, 여기에는 반전이 있다. 자식을 아끼고 돌보는 성향에서 아버지들 사이에 차이가 매우 심하다는 것이다. 어떤 아버지는 ‘내 딸 서영이’의 서영이 아버지처럼 자식을 지극정성 돌본다. 다른 아버지는 자식을 돌보긴 하지만 조금 미적지근한 감이 있다. 또 다른 아버지는 자식을 일절 돌보지 않아서 자기 핏줄임이 분명한 갓난아기에게도 분유 한 통 사주려 하지 않는다. 친자식을 본체만체하는 이런 아버지는 안타깝게도 신문 지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영장류를 통틀어 이처럼 부성애의 개인차가 심한 종은 우리 인간밖에 없다. 아무리 영장류학자들이 전세계의 침팬지들을 이 잡듯 뒤지더라도 새끼를 품에서 어르고 있는 침팬지 수컷은 결코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반면에 인간 남성들에서는 자식을 전혀 안 돌보는 이부터 극진히 돌보는 이까지 가지각색이다. 곧, 인간 남성은 친자식이 확실할지라도 자식에게 사랑을 쏟아붓게끔 날 때부터 확정되진 않았다. 서영이 아버지처럼 될 잠재력은 모든 남성의 디엔에이(DNA)에 들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서영이 아버지처럼 되려면 후천적인 경험이 필요하다.

아버지를 딸 혹은 아들 바보로 만드는 중요한 경험 중의 하나는 아이와 가까이서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다. 유아와 밀착해서 시간을 보낸 아버지의 몸속에서는 뚜렷한 생리적 변화가 일어난다. 황제펭귄이나 산비둘기 같은 동물에게 자식에 대한 수컷의 보살핌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프로락틴 호르몬이 아버지의 혈류에서 증가한다. 반면에 외간 여성과 바람을 피우게 하는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은 감소하여 부부간의 금실이 더 도타워진다. 한 연구에서는 유아를 단 15분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버지 몸속의 프로락틴 호르몬이 유의미하게 증가함이 관찰되었다. 아이와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더 오래 할수록, 과거에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더 많을수록, 아버지 체내의 프로락틴 호르몬은 그만큼 더 증가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아버지가 일부러라도 아이와 어울리는 시간을 자주 내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버지는 어머니보다 육아에 서툴기도 하거니와 아이의 마음을 읽는 데도 젬병이다. 게다가 어머니와 끈끈한 애착이 이미 맺어진 아이 처지에서도 아버지의 손길은 가능하면 사양하고자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아버지와 아이가 자주 함께하다 보면 점차 행복한 변화가 가정에서 일어날 것이다. <아빠! 어디 가?>에 출연하는 아버지와 아이들처럼 말이다. 물론, 일찍 퇴근해서 아이와 자주 놀아주고 싶은 아버지들조차 매일 밤늦게까지 직장에 매여 있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문제다.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진화심리학


<한겨레신문 2013.3.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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